[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5개월 만에 꺾였다.
오는 26일 대폭적인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삭감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인 키어 스타머 정부는 약간의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다음달 18일 개최하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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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통계청(ONS)은 19일(현지 시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9월 수치보다 0.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로이터 통신이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한 예상치와 같았다.
인플레이션 수치는 지난 6월 3.6%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른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7~9월 3개월 동안에는 3.8%를 보였었다.
ONS는 "이번 물가상승률 완화는 가스와 전기 요금 상승이 소폭에 그쳤고, 호텔 요금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목할 점은 영란은행이 근원적 가격 압력을 판단할 때 중요한 지표로 삼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4.5%로 떨어졌다는 점"이라며 "9월의 4.7%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4.6%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3.4%로 9월의 3.5%에서 소폭 하락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식음료 물가 상승률은 9월 4.5%에서 10월 4.9%로 오르며 압력이 확대됐다.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지난 6월 금리를 4%로 동결했지만 물가 압력이 완화될 경우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었다.
도이치방크의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산제이 라자는 "이번 수치가 MPC에 크리스마스 금리 인하를 위한 더 명확한 길을 제공했다"며 "이번달 금리 동결에 표를 던진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역시 인하에 더 자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이후 금융시장 트레이더들은 다음 달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욱 확고하게 반영하는 모습이었고, 스왑시장에서 금리 인하 확률은 85%로 상승했다.
로이터 통신이 이달 13∼18일 조사한 금융기관 이코노미스트 61명 중 48명(79%)이 0.25%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54%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하락은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는 영국 정부에게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치고 실업률이 5%에 달하는 등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달 큰 폭의 세금 인상이 단행될 경우 영국 경제에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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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한 소비자가 런던의 한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FT는 "MPC가 12월에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에게 일정 부분 안도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약속을 통해 향후 추가 금리 인하의 여지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브스 장관은 이날 "인플레이션 하락은 전국의 가정과 기업에 좋은 소식"이라며 물가를 더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TD시큐리티의 금리 전략가 푸자 쿰라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다음 주 예산안의 세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도록 리브스 장관이 신중히 대응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