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열한 번째 정규앨범 '또 다른 곳'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가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자유에 대한 노래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음악적 연대를 담고 싶었어요."
섬세한 감정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년 만에 열한 번째 정규앨범 '또 다른 곳'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으로는 겨울과 봄, 깊게 그늘진 어둠과 그 어둠을 이겨낸 눈부신 햇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절망 속에서도 함께 희망을 품고 연대하며 지금과 '또 다른 곳'에 다다른 이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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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사진=안테나] 2025.11.12 alice09@newspim.com |
"앨범을 발매하면서 한편으로는 되게 두렵기도 해요. 다른 분들에게 어떻게 들릴까 가늠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이 노래가 잘 닿아서 이어지겠지?'라는 기대감도 있고요. 복잡한 마음이 드네요(웃음). 요즘에는 싱글 단위로 스트리밍으로,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시대인데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 포맷은 앨범이었어요. 가장 익숙해서 앨범을 고수하는 것도 있지만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서 '제가 이런 스타일의 음악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보여주고 싶은 것도, 들려드리고 싶은 것도, 앨범을 준비하며 느낀 것도 많기 때문에 앨범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앨범은 타이틀곡 '꽃이 된 사람'을 포함해 총 9곡이 수록됐다. 9곡을 통해 삶의 곳곳에 존재하는 명암의 순간을 투영했으며, 서로 다른 풍경과 극적인 감정이 교차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곡은 결국 응원으로 귀결된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래하는 입장에서 '나는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와 '지금 나에게 큰 화두는 무엇인가?'였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화두는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지?'였고요. 해마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전쟁부터 학살, 독재, 혐오라는 말들이 10년 사이에 굉장히 많아졌잖아요. 그런 부분이 곡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도 노래할 수 있었지만 조금 멀리 있는, 직접 연관은 없어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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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사진=안테나] 2025.11.12 alice09@newspim.com |
'또 다른 곳'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곡들이 각 수록됐다. 특히 '레미제라블 파트.3'는 2009년 발표한 파트 1,2에 이은 무려 16년 만의 연작으로, 세계 각지의 시민들이 저항하는 소리가 샘플링돼 있다.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위한 노래인데, 토착민을 쫓아내는 방법으로 올리브 나무를 뽑아낸다고 하더라고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몇 백 년이 된, 그들에게는 조상의 산소와도 같은 느낌의 나무들인 거예요. 그들을 보면서 직접 무언가는 할 수가 없지만 연대를 하고 싶었어요. '레미제라블'의 경우 시민들의 항쟁에 대한 소리를 한번 이 노래로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광주의 소리, 서울의 소리, 미얀마, 홍콩 시위 등을 샘플링해서 넣어놨어요. 중간에 '자유'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결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자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왜곡되거나 신파적이거나 감상적으로 빠지는 건 경계하면서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음악인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지만, 각 곡들은 그렇게 무겁게만 흘러가진 않는다. 타이틀곡 '꽃이 된 사람'은 심플한 구성의 사랑 노래며, 9번 트랙 '춘분'은 폭발적인 드럼과 퍼커션이 귀를 사로잡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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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025.11.12 alice09@newspim.com |
"사실 타이틀곡은 제가 정하진 않아요(웃음). 여러 곡을 만들고 회사한테 앨범에 어울리는 곡을 정해달라는 편이거든요. 저보다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잖아요. 회사에서 2개의 곡을 타이틀곡 후보로 올렸고, 블라인드 투표를 했는데 결국 '꽃이 된 사람'이 됐어요. 이 곡이 가장 쉽게, 직관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노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도 최근 '더 시즌즈' 녹화를 하면서 이 곡을 불렀는데 '이 곡이 타이틀이 되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이틀곡을 직접 정하진 않지만, 2~3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만들었기에 은연중에 앨범의 전체적인 메시지와 부합되는 곡도 생기기 마련이다. 루시드폴은 "앨범 명인 '또 다른 곳'과 가장 부합하는 곡은 '등대지기'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곳'이라는 이름이 아홉 곡을 다 묶고 있지만, 앨범명과 가장 부합한 곡을 꼽자면 '등대지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직접적으로 우리 함께 연대를 하자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10년 전에 나온 세월호 사태를 그렸던 '아직 있다'라는 곡에 응답과도 같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등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거든요. 그런데 회사 투표에서 32대8로 졌습니다. 하하."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