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당신이 죽였다'라는 작품은 보는 사람을 가르치려고 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것보다 어쩌면 말 한마디, 작은 관심이 큰 힘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가장 절박하고 공모, 그리고 가장 불안한 행복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탄생했다. 일본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 '당신이 죽였다'가 공개와 동시에 화제작에 이름을 올렸다.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 전소니가 참여해 촘촘한 이야기 전개를 힘 있게 끌고 나가며 호평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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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전소니. [사진=넷플릭스] 2025.11.10 alice09@newspim.com |
"너무 재미있게, 즐겁게 촬영했어요. 작품이 어두운 소재이지만, 이야기의 톤과 현장이 항상 같지는 않거든요. 같이 만드는 사람들과 마음이 맞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걸 견디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극중 허구의 이야기 안에서라도 통쾌함을 드리고 싶었어요. 또 은수와 희수가 자신의 지옥을 타파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8화가 다 끝난 후에는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이전과 달라지길 바라기도 했죠."
작품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단짝 친구인 두 여성인 은수와 희수(이유미)가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살해하고 완벽한 범죄를 꿈꾸는 이야기다. 여기서 배우 전소니는 유년시절 엄마를 향한 아빠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조은수를 연기했다.
"처음에 '당신이 죽였다'라는 제목으로 정해졌을 때, 이 이름으로 어떤 인상을 주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여러 의미가 있더라고요. 가정폭력을 알고도 모른 척 한 당신이 피해자를 죽인 걸 수도, 정말 피해자인 당신이 가해자를 죽인 걸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작품을 보고 관객이라는 당신이 누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을 보고 나서는 '죽인다'라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해본 것 같아요. 단순히 살인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고, 그 사람과 나는 타인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먼 곳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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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전소니. [사진=넷플릭스] 2025.11.10 alice09@newspim.com |
전소니가 연기한 조은수는 자신이 성인이 된 후에도 엄마가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하고, 주변에서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피해자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다 단짝 희수가 가정폭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 것을 발견하고 가해자이자 희수의 남편인 노진표(장승조)를 죽이고자 결심한다. 그러면서 가정폭력의 민낯이 가감 없이 그려지기도 한다.
"오히려 우리와 밀접해 있는 일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소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도 이런 일이 곁에 있었거든요. 감독님도 이걸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으셨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하기도 했어요. 가정폭력이 그려지는 과정이 너무 불필요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은수와 희수의 마음에 이입이 되고 그들을 응원할 수 있게 만들려고 했거든요. 폭력적인 장면을 찍을 때는 서로가 객관적으로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계속 체크를 했어요. 또 신체와 신체가 닿는 순간은 절대 안 보여주려고 하셨고요. 딱 예외가 바로 진표와 은수, 희수의 난투극이긴 했지만요. 힘이 대등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바로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은수는 희수를 구하기 위해 단순히 진표를 죽이자고 공모하는 게 아니었어요. 자신의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어린 은수를 구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해요."
원작 소설과 '당신이 죽였다'는 은수와 희수의 직업, 그리고 결말 외에 큰 부분이 달라지진 않았다. 전소니는 원작 소설에 대해 "예전에 읽어 본 적이 있어서 더 욕심이 났던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우연히 예전에 읽어 본 적이 있었어요. 저는 어떤 책을 봐도 영상화가 될 거란 기대를 하지 않거든요. 그 유명한 '해리포터'를 봐도 이야기 그대로 읽는 편인데, 유독 이 책은 나중에 영상화가 되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어요. 그러다 대본이 들어왔는데 너무 연기하고 싶더라고요. 이런 순간을 통과하는 여성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욕심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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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전소니. [사진=넷플릭스] 2025.11.10 alice09@newspim.com |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불안한 공모가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노진표와 얽힌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그리고 결국 조은수는 자신의 엄마를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구하고, 조희수와 함께 자유를 찾게 된다.
"작품의 모든 과정이 은수와 희수가 본인들의 자유로 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과 잘못을 옳게 지불하고 나서 나름의 자유를 얻게 된 부분이 좋더라고요. 그 자유가 대단한 건 아니어도 마음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지점이 보여서 너무 좋았죠. 또 은수가 마지막에 탈색을 하는데 감독님이 이 부분을 제안 주셨을 때 혹여나 너무 가벼워보이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밝아진 게 환기된 것처럼 보여서 만족스러웠고요."
작품은 가정폭력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전소니는 이 작품에 대해 "한 마디를 건네는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만든 작품은 아니에요. 이 이야기를 다 보고 났을 때, 사람과 사람은 연결되어 있고 내 일이 아니어도 그 일을 바라만 보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힘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작품인 것 같더라고요. 정말 생존자들이 바라는 건 나를 여기서 구해주고, 상대를 처벌해주는 히어로를 원하는 것보다, 어쩌면 따뜻한 말 한 마디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죽였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라요."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