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재개발 정당성에 힘 실려
"문화유산법, 보존지역 초과 범위엔 협의 위임 안 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서울특별시의회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조례 개정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6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중 개정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사건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각하했다.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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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4구역 위치 및 범위. [사진=서울시] |
문화유산의보존및활용에관한법률(문화유산법) 제13조는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하여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하여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제5항은 문화재 보호 구역을 국가지정문화재 100m 이내, 지정문화재 50m 이내로 정하고 있었으나 2023년 9월 서울시의회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조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문화재의 특성 및 입지 여건 등으로 인해 해당 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시장 또는 구청장으로 하여금 문화재 보존 영향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그 검토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당시 문화재청은 해당 조항 삭제가 옛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화재청장의 요청에 따라 문체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했으나 오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이 진행됐다.
대법원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문화유산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의 문언 및 그 취지에 비춰 볼 때, 상위법령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에서의 지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사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서울시의회가 조례 조항 삭제를 의결하면서 당시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령우위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령우위원칙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보다 우월한 효력을 갖는다는 원칙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지방자치법상 주무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재의 요구 지시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지방의회를 상대로 조례 그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방자치법 제192조는 '주무부장관은 시·도 지방의회의 의결에 법령 위반 등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재의를 요구하도록 지시할 수 있고, 만일 재의 요구 지시를 받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재의를 요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주무부장관이 직접 그 지방의회를 상대로 의결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법은 주무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재의 요구 지시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지방의회를 상대로 조례 그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달리 지방자치법상 이러한 소의 제기를 허용하고 있는 근거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원고가 현행 조례의 의결에 대해 참가인에게 재의 요구 지시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원고가 그와 같은 재의 요구 지시 없이 이 사건 현행 조례 그 자체의 무효를 구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해당 고시에 따라 세운4구역 건물 최고 높이는 기존 71.9m에서 141.9m로 변경됐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최고 높이를 145m까지 대폭 상향 조정하는 변경 고시를 함에 따라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유네스코는 세운지구 계획안에 대해 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권고한 바 있다"며 "이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의 변경 고시 추진에 대해 기존 협의안(71.9m 이하)을 유지하고 유네스코 권고사항에 따라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선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변경 절차를 추진할 것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종묘는 독자적인 건축경관과 수백 년간 이어온 제례수행 공간이 지닌 가치를 인정받아 우리나라가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처음으로 등재(1995년)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종묘는 세계유산으로서의 완전성과 진정성을 평가받을 당시 고층 건물을 건설할 경우 종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부분이 지적되기도 했다.
반면 오 시장은 전날 "시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재개발 사업으로 종묘 앞 건물의 높이가 높아져도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며 "세운상가를 허물면서 민간 자본으로 빌딩을 짓고 재개발이 되는데 거기에 빌딩 높이를 높여주게 되면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 관공서, 문화유산 등 주변 건축물은 높이 제한을 둬서 그 권위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반박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