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투자자 줄줄이 청산"… HTX 3395만달러 규모 최대
이더리움·솔라나 동반 약세… 연준·달러 변수 겹쳐
"10만달러 깨지면 9만4000달러까지 조정 가능"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4일 10만3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최근 몇 주 사이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이 여파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12억7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선물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암호화폐 데이터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전체 청산의 90% 이상이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주말 고점에서 밀리며 11억4000만달러 규모의 매수 포지션이 사라졌고, 숏(매도) 포지션 청산은 1억280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한국시간 오후 8시 10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4%가량 내린 10만4184달러선에서 거래됐고, 이더리움(ETH)은 3153달러로 5.4% 하락하고 있다. XRP(-5.4%), 솔라나(SOL,-7.8%), 도지(DOGE, -4.7%) 등 주요 알트 코인도 일제히 내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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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11.04 koinwon@newspim.com |
◆ "레버리지 투자자 줄줄이 청산"… HTX 3395만달러 규모 최대
이번 청산은 레버리지(차입금) 거래자들의 연쇄 청산으로 발생했다. 가격이 급락하면서 담보 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진 포지션이 자동으로 청산된 것이다.
가장 큰 청산은 HTX(구 후오비)에서 발생했으며, 비트코인-테더 롱 포지션 3395만달러(488억원)가 청산됐다. 거래소별로는 하이퍼리퀴드가 전체 중 3억7400만달러(98% 롱)로 가장 많았고, 바이비트 3억1500만달러, 바이낸스 2억50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11만3000달러 부근에서 저항선을 넘지 못한 뒤, 주요 선물 시장의 유동성이 얇은 시간대에 연쇄 청산이 터지며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과열 시장에서 레버리지가 해소되는 '정화 과정(clearing moment)'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300억달러(43조원) 수준으로 높고, 펀딩비(funding rate) 역시 완전히 안정되지 않아, 매수(롱)·매도(숏) 포지션 간 균형이 깨질 경우 가격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 이더리움·솔라나 동반 약세… 연준·달러 변수 겹쳐
비트코인 급락 여파는 다른 주요 코인으로 확산됐다. 이더리움(ETH)은 3494달러, 솔라나(SOL)는 159달러, XRP은 2.27달러로 각각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알트코인 대부분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약세를 보였다.
시장은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미 달러화 강세가 재부각된 점도 가상자산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0만달러 깨지면 9만4000달러까지 조정 가능"
리서치업체 10x리서치의 마르쿠스 틸렌 대표는 "비트코인이 10만~10만1000달러 구간을 확실히 밑돌면 9만4000달러나 8만5000달러대까지 추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현재 하락은 과열된 시장의 일시적 조정으로, 단기 반등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기술주 과열·AI 투자 불안도 변수"
이번 급락은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미국 기술주('매그니피센트 7')의 과열 신호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애플·엔비디아·테슬라 등 7대 기술주 옵션시장에서 콜옵션(상승 베팅) 변동성이 풋옵션(하락 베팅)을 처음으로 추월했다"며 "이는 단기 고점에서 나타나는 낙관론의 정점 신호"라고 밝혔다.
또한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AI 관련 투자 확대 이후 급등하면서 "AI 버블" 우려도 제기된 것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