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여파...급증했던 분쟁조정, 올해 들어 88% '뚝'
소송건수는 올해 5.6배 치솟아...전세사기·ELS 집단 소송 영향
민원 일단락 됐지만 소송전으로...은행권 리스크 변수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은행권에 대규모 전세사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은행권에 제기된 민원·분쟁 건수는 작년 대비 대폭 줄었지만 소송건수는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늘었다. 대규모 전세사기, 홍콩 ELS 사태가 법적분쟁으로 번진 여파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19개 사원은행에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619건(중·반복 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07건 대비 88.1%나 감소한 수치다.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감소한 이유는 2023년 말 불거진 홍콩 H지수 기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한 6개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자율 배상을 결정, 현재 각 은행별로 배상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개로 과태료 부과 등을 검토 중이다. 홍콩 ELS 사태 수습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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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송건수는 급증했다. 올 3분기까지 해당 19개 은행에 제기된 소송건수는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7건 대비 5.6배 늘어난 기록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NH농협은행·SC제일은행에 제기된 소송이 각각 8건씩으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건,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모두 0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IBK기업은행(7건) 과 하나은행(6건) 역시 지난해 0건에서 크게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소송 증가를 두고 '전세사기·ELS 사태의 여진이 본격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법무법인들의 금융사들을 상대로한 소송 영업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불거진 홍콩 ELS 사태의 경우 올해 자율배상이 이뤄지면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일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은 오히려 본격화됐다. 실제 법무법인 정세는 지난 6월에 이어 지난달 홍콩 ELS 투자 피해자 19명을 대리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를 상대로 2차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또 올 초 연이어 발생한 전세사기 관련 소송전도 은행권을 정조준했다. 지난 1월 세종시에서 벌어진 200억원 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근 대기업 직원이 직장 동료 등 50명에 명의를 빌려달라고 접근해 수억원대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이 외에도 대전과 서울 동작구에서 올해 각각 45억원, 66억원 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대출을 집행한 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전체 소송건수가 늘어난 것이다. 채무부존재 소송은 상대방이 주장하는 채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법원에 확인해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일례로 명의도용·위조계약으로 인해 은행대출이 실행된 경우 피해자가 '실제 채무관계가 없다'는 점을 확인받고자 제기한다. 또 '은행이 대출 실행 과정에서 임대인의 근저당 여부나 등기이상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대출 심사상 과실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다. 은행도 늘어난 전세사기로 인한 손실 위험이 커진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분쟁 신청은 줄었지만 소송은 올해 본격화됐다"라며 "전세사기 관련 소송 결과와 ELS 배상 및 과태료 규모가 은행권 리스크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