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비중 상사 38.3%·건설 30.4%...영업이익 72.2%가 바이오
그룹사 일감 감소로 건설부문 입지 좁아져...기업 내 위상 제고 어려울 듯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최근 2년간 그룹 실적을 견인한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이 주춤하고 있다. 그룹사 일감 축소와 주택경기 침체의 여파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상사 부문이 트레이딩(무역) 업황 회복세를 타고 오히려 매출 기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영업이익 격차도 한층 벌어졌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도시정비사업과 해외 인프라,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과 해외 프로젝트에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수주 사업의 매출 인식까지는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단기간 내 건설 부문의 실적 반등이나 내부 위상 강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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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 사업부문별 실적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물산의 부문별 매출 비중은 ▲상사 38.3% ▲건설 30.4% ▲바이오 16.4% ▲식음 8.5% ▲패션 4.4% ▲레저 2.0%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상사 37.7% ▲건설 33.9% ▲바이오 12.9% ▲식음 8.3% ▲패션 5.1% ▲레저 2.2%)와 비교하면 일부 비중의 변동은 있었지만, 매출 기여도 순위는 동일했다. 상사 부문이 1위를 차지했고, 건설과 바이오가 뒤를 이었다.
2023년까지 최근 2년간 삼성물산의 '매출 1등 공신'은 건설 부문이었다. 2021년 수주한 카타르 LNG 수출기지, UAE HVDC 등 해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와 삼성전자 평택 P3·P4,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 등 그룹사 일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이에 따라 건설 부문 매출은 2021년 10조9889억원(비중 31.9%)에서 2022년 14조5982억원(33.8%), 2023년 19조3100억원(46.1%)으로 급증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이 지난해까지 이어지며 삼성물산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다만 올해 매출 기여 순위가 다시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UAE HVDC, 알제리 모스타가넴 등 해외 프로젝트가 완료됐다.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 등 그룹 공사 매출도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을 겪으며 신규 시설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탓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로부터 끌어온 매출은 2022년 7조1056억원(48.7%)→2023년 5조6493억원(29.2%)→2024년 5조7805억원(31%)→2025년 상반기 1조5576억원(22.2%)로 변화했다.
상사 부문은 회복세에 올라탔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물산 사업 부문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23년과 지난해에는 미국 관세 리스크,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악화 등으로 글로벌 트레이딩 영업에 제약이 생기면서 침체를 겪었다. 올해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일정 부분 안정되고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서 비료 수요가 증가하며 화학사업 매출이 확대됐다. 미국 태양광 개발 자산 매각을 통해 매각이익을 확보하면서 실적이 반등했다.
얼핏 업황에 따라 부문별 부진을 상호 보완하는 '윈윈' 구조로 보이지만 건설 부문의 입장에서 올해 성적이 편치 않다. 올해 6월 기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도'에 따른 삼성물산 직원은 1만2479명이다. 이중 건설 부문 직원이 6675명으로 절반 이상이며 상사는 838명에 불과하다. 건설업은 현장 중심 인력 투입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부문 대비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다만 건설 부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체급 대비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직면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외형 뿐 아니라 수익성의 측면에서도 건설 부문의 입지가 좁아졌다. 외형 성장을 상사 부문이 주도했다면 수익성 개선은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끌고 있다. 올해 3분기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9940억원) 중 72.2%인 7220억원이 바이오 부문에서 발생했다. 올해 1분기, 2분기, 3분기 건설 부문의 영업이익을 합산한 금액(3880억원)보다도 규모가 크다. 바이오 부문의 수주 성장세와 건설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모두 작용한 결과다. 마진이 높은 그룹사 하이테크 일감이 줄어든 동시에 주택 사업 수주를 위한 홍보비용 지출이 늘면서 건설 부문의 수익이 축소됐다.
건설 부문은 도시정비사업, 해외 건설, SMR,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의 수주에 힘쓰며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주택 브랜드 '래미안'이 시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달 기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7조5501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수주액은 2023년 10조2338억원, 지난해 7조 190억원, 올해 상반기 3조6983억원으로 국내 건설사 최대 규모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 9월 카타르 ′Dukhan′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10월 GVH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신사업 부문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다만 단기간 내 건설 부문의 위상이 높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미래 먹거리를 넉넉히 확보했지만 실질 수익 확보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의 시공사 선정 후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 착공에 돌입하고 공정률에 따라 공사비 회수가 이뤄진다. 해외 사업은 수주액이 큰 대규모 프로젝트가 다수인 만큼 공사 기간이 긴 경우가 많아 매출이 장기간에 걸쳐 분산 인식된다. 정치·경제적 요인, 현지 노동시장 여건, 공급망 변동 등 복합적 변수가 존재한다. SMR 등 신사업은 전세계적으로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해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사업별 영향이 있으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은 하이테크 등 대규모 프로젝트 마무리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상사는 화학, 비료 등 트레이딩 물량 확대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