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박세리 키즈'의 맏언니지만 여전히 투어를 뛰고 있는 지은희(39)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은희는 18일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를 마친 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지난달 미국 아칸소 대회를 끝으로 조용히 물러나려 했다. 그런데 '고국 팬들 앞에서 은퇴전을 치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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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때인 2022년 3년 4개월 만에 우승, 통산 6번째 LPGA 트로피를 들어올린 지은희. [사진= LPGA] |
◆ '늦은 출발'이 만든 단단한 커리어
수상스키 감독이던 아버지의 권유로 지은희가 골프채를 잡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한 그는 2007년 첫 승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LPGA 무대에 진출하자마자 웨그먼스 대회에서 우승을 신고했고, 2009년엔 US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긴 침묵이 찾아왔다. 스윙 교정이 빚은 부진은 8년 넘게 이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샷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7년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3025일 만에 부활했다. 2018년엔 KIA 챔피언십, 2019년엔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 우승으로 완벽한 재기를 이뤄냈다. 36세이던 2022년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에서 LPGA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까지 추가했다.
◆ "매일이 도전이었다"
지은희는 "쉬지 않고 달려온 세월이었다"며 "인내와 긍정적인 마음이 내 골프 인생의 중심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매일이 도전이었고, 그 도전 속에서 나 자신을 새롭게 단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14개 대회 중 13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며 체력의 한계를 실감한 그는 고국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마지막 무대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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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화 클래식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은희. [사진= 한화큐셀] |
그는 미국 무대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는 "요즘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이미 훌륭하다"며 "다양한 코스 환경을 대비해 쇼트 게임 완성도를 높이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 "내일은 후회 없이, 웃으면서 끝내겠다"
이날 3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로 이븐파 72타를 적어낸 지은희는 합계 4언더파 212타로 공동 48위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공이 잘 맞지 않았지만 이번 주는 마음을 비우니까 괜찮았다"며 "내일은 부담 없이, 웃으면서 마무리하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은희의 LPGA 통산 기록은 406경기 6승, 48회 톱10 진입. 숫자보다 값진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
이날 대회장엔 가족과 팬들이 찾아와 '끝이 아닌 새로운 티샷'이란 문구가 적힌 케이크를 선물했고, 지은희는 환하게 웃었다. 지은희의 골프 인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