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전세계약 8만9220건, 전년 대비 15%↓
갱신요구권 사용 계약은 83.2% 폭증
신규 전세금, 갱신보다 평균 7.9% 높아
강남·서대문 주요 단지서 최대 25% 차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두 달간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신규 계약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감했다. '전세 절벽' 현실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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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8월 전국 아파트 전세계약 수 [자료=집토스] |
5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 7~8월 전국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 건수는 5만5368건으로 전년 동기(7만7508건) 대비 28.6% 감소했다.
대출 규제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어려워지자 그 여파가 전세 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체 전세계약 수는 2024년 7~8월(10만4869건)과 비교할 때 15% 줄어든 8만9220건으로 집계됐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자 기존 세입자들은 이주를 포기하고 현재 주거지에 머무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난 7~8월 갱신 계약은 3만3852건으로 전년 동기(2만7361건) 대비 23.7% 급증했다. 이 중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1만74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39건에 비해 83.2% 증가했다.
신규 계약은 28.6% 줄어들면서 새로운 세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수도권에서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경기의 전년 대비 신규 계약 감소율은 33.4%(2만6495건→1만7644건), 서울은 30.4%(1만7396건→1만2108건)이다.
이른바 '신규 프리미엄' 현상도 관찰됐다. 올 7~8월 동일 매물, 동일 평형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이 모두 체결된 전국 단지를 대상으로 가격을 비교한 결과, 신규 계약의 전세금이 갱신 계약보다 평균 7.9% 더 높았다. 전년 동기의 가격 차이가 1.7%였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신규 진입자가 감당해야 할 소위 '전세 입장료'가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아너힐즈' 59㎡(이하 전용면적)의 7~8월 갱신 계약은 평균 9억7167만원에 이뤄졌지만 신규 계약은 이보다 2억4000만원가량 비싼 평균 12억1000만원에 체결됐다.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 84㎡는 갱신 계약이 평균 6억2742만원에, 신규 계약은 평균 6억9658만원에 체결되며 약 11%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관찰됐다.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 계약은 8만2615건으로 전년 동기 7만9268건 대비 4.2% 증가했다. 갱신 계약은 8.7%, 신규 계약은 2.6%씩 각각 뛰었다. 전세 시장의 불안이 월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법적 권리를 통해 주거를 연장하는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 임대차 시장의 이중 구조화가 우려된다"며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한 별도의 공급 대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