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레타로 전장공장 증설 마무리, 4분기 양산 임박
USMCA 재검토 돌입…무관세 혜택 불확실성 고조
공급망 안정 해법은?..."CPTPP 가입 서둘라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LG이노텍이 북미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움직임으로 관세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무관세 혜택이 흔들릴 경우 북미 공급망 전략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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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케레타로 주지사와 회담 중인 LG이노텍 임원들 [사진=케레타로주 페이스북] |
◆멕시코 공장 증설 마무리했지만…USMCA 관세 변수에 긴장
29일 멕시코 케레타로주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케레타로 신공장 증설에 총 35억 페소(약 28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는 산후안델리오 기존 생산법인 인근에 약 3만 평(9만9173㎡) 부지를 매입해 지난 2023년부터 증설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설비 투입 단계에 있으며, 올 4분기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공장은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비롯한 자동차 전장 부품을 생산한다. LG이노텍은 이번 증설을 통해 멕시코를 전장 부품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멕시코를 생산 허브로 택한 배경에 대해 "북미 지역에 주요 완성차 고객사가 밀집해 있어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하면 고객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공급망 효율성을 높이고 주문 변화나 기술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케레타로주는 이번 투자로 63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USMCA 재검토 절차에 돌입하면서 관세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USMCA는 지난 2020년 발효된 협정으로,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을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협정은 발효 시점부터 6년마다 검토 절차를 거치도록 했는데, 첫 검토 시점은 내년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서둘러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은 자국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LG이노텍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멕시코 공장은 북미 자동차 공급망 대응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수출 구조 전반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문제 삼는 사안은 중국산 부품이 멕시코를 거쳐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원산지 규정 강화와 관세 부활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LG이노텍은 관세 리스크와 관련해 "현재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관세 부담은 완성차 업체가 지고 있어 당사 손익에 곧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세가 최종 차량 가격에 전가될 경우 소비자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완성차 업체가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간접적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멕시코 관세는 OEM이 주로 부담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관세를 이유로 가격 인하 압박이 있을 수 있어 간접 부담은 존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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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멕시코 생산법인 전경 [사진=LG이노텍] |
◆멕시코도 고관세 움직임..."대안은 CPTPP 가입"
멕시코 정부의 움직임도 변수다.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최대 50% 관세 부과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협상은 진행 중이지만, 지난 2000년 체결된 투자보장협정을 제외하면 양국 간 FTA 논의는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멕시코의 조치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USMCA 무관세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그동안 멕시코에 대거 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 대표적인 품목이 자동차 부품으로, 멕시코 관세 인상은 곧 한국 기업들의 북미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LG이노텍 역시 북미 고객사 대응을 위해 멕시코에 투자한 만큼,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우리나라의 CPTPP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고수준 자유무역협정으로, 상품·서비스 교역과 투자 전반의 장벽을 낮추는 다자간 무역 규범이다. 현재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브루나이가 가입했으며, 영국도 협상을 마치고 발효 절차를 밟고 있다.
강금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CPTPP 당사국 다수와 이미 FTA를 체결했지만, 시장 접근성 개선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 생산비 절감 측면에서 CPTPP 가입이 유리하다"며 "국내 취약 산업 보호를 위한 보완대책을 병행하면서 가입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