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24일 개봉
케이트 윈슬렛, 완벽한 연기로 리얼리티 살려
전장터를 누볐던 사진작가의 치열한 삶 공감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을 만나기 전에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 특히 영화 '타이타닉'의 장면들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영화는 2023년 제작된 영국의 전기 영화이다. 촬영 감독 엘런 쿠라스의 극영화 데뷔작이며, 종군 사진작가 리 밀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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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사진 = 영화사 진진] 2025.09.24 oks34@newspim.com |
리 밀러(Lee Miller, 1907~1977)는 누구인가. 그의 이력에는 늘 '보그 모델',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뮤즈'가 따라다닌다. 역사적으로는 피카소 그림 속에서, 만 레이의 사진 속에서, 롤랜드 펜로즈 그림 속에서, 장 콕토의 영화 속에서 리 밀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리 밀러는 "나는 찍히는 것보다 찍는 일이 좋다"라고 말하는 사진작가다.
밀러는 190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미술 공부를 위해 파리로 떠났다가 '보그'의 모델로 활동했다. 만 레이를 찾아가 사진을 배우면서 그의 모델이 되었고, 협업자이자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후 리 밀러는 뉴욕을 중심으로 사진 작업을 했다. 1933년 뉴욕 줄리앙 레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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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사진 = 영화사 진진] 2025.09.24 oks34@newspim.com |
이집트에서 잠시 결혼 생활을 했던 그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영국인 화가이자 시인인 롤랜드 펜로즈와 동거한다. 밀러는 패션 사진과 유명한 작가들의 초상을 찍었지만,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전쟁 사진을 남겼다는 점이다. 수용소, 폐허가 된 도시, 부상자들, 이름 모를 사망자들, 그리고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을 그의 카메라에 담았다.
이 영화는 리 밀러가 종군 사진작가로 일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1977년, 리 밀러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보그' 매거진에서 일하며 런던 대공습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미국이 전쟁에 참여한 뒤에는 종군 기자로 데이비드 셔먼과 함께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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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사진 = 영화사 진진] 2025.09.24 oks34@newspim.com |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리는 생말로 전투에서 종군 사진을 찍던 중에 최초의 네이팜탄 사용을 기록한다. 파리 해방 과정에서는 독일군에 협력한 프랑스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장면을 기록하기도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일상의 안락함을 포기한 채 셔먼과 함께 나치 독일로 들어가 전선을 누비며 참혹한 현장을 사진에 담는 장면들이다. 그들은 부헨발트와 다하우 강제 수용소의 참상을 기록한다.
1947년, 리 밀러는 롤랜드 펜로즈와 결혼하여 아들 앤서니를 낳는다. 영화 속 인터뷰어는 다름 아닌 앤서니였다. 영화 말미에는 리가 죽은 후 그녀의 다락방에서 수천 장의 사진과 원고가 발견되었고, 앤서니와 그의 아내 수잔나는 이를 바탕으로 리 밀러 아카이브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케이트 윈슬렛은 화장기를 지우고 군복을 입은 채 전장터를 누비는 종군 기자로서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이 영화가 단순한 전기 영화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 주는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력이 한몫하고 있다. 24일 개봉.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