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관 대표 징역 15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최고형량
유가족들 부둥켜 안고 오열…"형량, 1명당 1년에도 못 미쳐"
[수원=뉴스핌] 조승진 기자 = "최고 형량이라지만 (사망자) 1명당 1년도 안 됩니다. 이게 뭡니까? 저희는 이미 다 무너졌는데 박순관은 형량을 선고받은 뒤에야 비로소 얼굴을 감싸안고 괴로워했어요. "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남편을 잃은 최현주 씨는 23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심 선고 유가족·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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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핌] 류기찬 기자 = 공장 화재사고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가 내려진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4부는 이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기소된 사건에서 내려진 최고 형량이다. 2025.09.23 ryuchan0925@newspim.com |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이다.
박 대표의 아들은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원, 아리셀 임직원 3명에게도 각각 징역과 금고 2년 형이 내려졌으며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원이 선고됐다.
유가족 이 모씨는 "24살짜리 딸이 갔다. 15년이 뭐냐. 우리 애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딸이 너무나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 씨는 "30년 형량, 50년 형량이라고 해도 내 마음이 안 풀린다. 2심, 3심까지 싸우겠다"며 흐느꼈다.
유가족들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생명의 존중, 생명의 절대성, 그리고 (이것이) 꼭 지켜야 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파견 근로자, 우리 사회에서 약한 고리인 사람들이 사망한 점에 대해서 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 요소로 크게 적용되지 않았다"며 "회사가 합의금을 줘 합의하고 이에 따라서 선처를 받는 이 연쇄 고리가 결국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형량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며 "2심, 3심이 있다"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중대재해 참사로 23명의 근로자만 죽은 게 아니다"며 "두 자매를 잃은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짚었다.
이어 "에스코넥 군납 비리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전가 받은 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가족들까지 많은 목숨을 앗아간 참사"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재판부가 박순관을 중대재해처벌법 경영 책임자로 인정하고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끔 판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이 놓인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내내 흐느꼈던 유가족들은 기자회견 이후 서로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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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핌] 류기찬 기자 = 공장 화재사고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가 내려진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유가족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4부는 이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기소된 사건에서 내려진 최고 형량이다. 2025.09.23 ryuchan0925@newspim.com |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는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위반이 여타 중대재해에 비해 훨씬 더 중대한 범죄"라며 "파견법과 산안법까지 위반했으며 납품을 맞추려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무리하게 투입하고 반복된 위험에도 최소한의 안전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은 이윤을 위한 폭주가 낳은 총체적 인재"라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선고 형량은 여전히 미흡하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깊은 한을 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아리셀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 23명 중 3명은 정규직이었고 나머지 20명은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였다. 사망자 중 한국 국적을 취득한 1명 포함해 이주노동자는 19명이었다.
박 본부장 등 아리셀 임직원은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했고, 이 때문에 피해를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표는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지침을 갖추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9월 24일 구속기소 됐다. 이후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박 본부장은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 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