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부담 지우는 내용 있으면 국회 동의 구할 것"
美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 제시해 투자 협상 난항
"美 과거와 다른 행태 보이고 있다 뼈저리게 느껴"
시진핑 APEC 참석 방한에 대해서는 "거의 확실"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부가 미국에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하고 미국과 세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협상 결과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조 장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한·미 협상 결과로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대미 투자 협상 결과가 나오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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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5.09.16 pangbin@newspim.com |
조 장관은 "협상 결과의 형태가 양해각서(MOU)건 무엇이건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하는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국회에 설명해드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점에 대해 미국 측에도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국회 동의 등 국내법적 절차를 거치는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미측을 설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 문제와 관련, "국민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헌법에) 있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문서화하지 않아 실무협상이 더 어려워졌다는 김 의원의 비판에 "당시 그것을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사실은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주름살이 될 수도 있는 걱정스러운 내용들이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상회담 때 미국과 우리가 얘기하고 있던 당시 패키지는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문서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우리 국익을 지키는 것이라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열강들이 과거와 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당시 정부의 협상 결과 발표가 국민을 오도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 조 장관은 "당시로서는 최선의 합의를 끌어낸 것"이라며 "목숨을 거는 자세로 당시 협상에 임했고 일부 합의된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미국 측도 완전히 세부 내역까지 다 들어간 결과 보다는 일단 합의를 끌어낸 뒤 협상을 추가로 계속한다는 입장을 우리와 합의했다"면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그때 합의해 버리는 것보다는 추가 협상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제시하는 것에 대해 현재로선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서로 윈-윈할 방안에 초점을 맞춰서 협상을 해나가고 있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익을 지키고 한·미 관계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오는 17~18일 중국을 방문해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인 조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이 확정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 측 사정이니 내부적으로 그것을 확정 짓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저희는 중국이 (시 주석의) 참석에 대해 거의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