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바이아웃 지불 의사 팀 없어···양현준, 협상 시간 부족으로 중단
황인범·이강인, 구단의 거절로 이적 실패···오현규는 금전적 이견으로 무산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 여름 이적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팀을 옮기며 새로운 무대를 준비했고, 여러 한국 선수들 역시 소속팀을 떠나 더 큰 무대로 나아가려 했지만, 막판 변수가 겹치면서 대부분의 계획이 무산됐다.
이적시장은 2일(한국시간) 새벽 부로 마감됐다. 막판까지 많은 코리안리거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결과적으로 이적에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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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설영우가 13일 레흐 포즈난과 UCL 예선 3라운드 2차전 홈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즈베즈다] 2025.08.13 zangpabo@newspim.com |
가장 먼저 지난 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활약하며 리그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설영우는 팀의 우승 주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활약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독일 분데스리가 일부 구단들이 접근했지만, 협상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문제는 몸값이었다. 세르비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설영우의 바이아웃 금액은 500만 유로(약 81억원). 하지만 이를 지불하겠다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적은 무산됐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고 있는 양현준도 이적이 추진됐던 선수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버밍엄 시티가 그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며 협상이 진행됐다. 양현준은 실제로 영국에 머물며 이적을 준비했지만, 버밍엄 구단은 이적 시장 마감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했다. 결국 그는 다시 글래스고로 돌아가야 했다. 상황은 더 불리하게 흘렀다. 셀틱이 튀르키예 출신 윙어 세바스티안 투네크티를 이미 영입해 두면서, 양현준은 팀 내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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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준. [사진=셀틱] |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 황인범은 이적 시장 막판 예상치 못한 관심을 받았다. 네덜란드 복수 매체인 '부트발 프리미어', '부트발 존', '드림블' 등은 1일(한국시간) 일제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풀럼이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중원을 강화하기 위해 황인범을 타깃으로 삼았다"라고 보도했다.
이적시장 마감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풀럼은 이적료 2000만 유로(약 325억원)를 제시하며 구체적인 영입 의지를 드러냈다. 풀럼이 제시한 이적료는 황인범이 지난해 즈베즈다에서 페예노르트로 이적하면서 발생한 800만 유로(약 130억원)의 2배가 넘는 거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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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사진 = 페예노르트] |
하지만 페예노르트는 이미 주전 미드필더 안토니 밀람보를 브렌트퍼드로 떠나보낸 상황에서 또다시 중원의 핵심 자원을 잃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리그, 유렵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그리고 컵대회까지 병행해야 하는 일정 속에서 황인범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고, 결국 구단은 제안을 거절했다.
공격수 오현규(헹크)는 사실상 이적이 눈앞까지 다가왔던 사례다.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가 주전 공격수 닉 볼테마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현규를 점찍었고, 협상도 빠르게 진행됐다. 슈투트가르트는 강한 관심을 보였고, 오현규는 독일까지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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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19일(한국시간) 헹크 오현규가 2024~2025 주필러리그 챔피언스 플레이오프(PO) 9라운드 헨트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사진=헹크 인스타그램 캡처] 2025.05.19 thswlgh50@newspim.com |
그러나 최종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독일 매체 '키커'는 이적 불발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메디컬 테스트에서 일부 우려가 제기된 점, 둘째는 이적료에 대한 이견이었다. 헹크는 2800만 유로(약 455억원)를 원했지만, 슈투트가르트는 최대 2000만 유로(약 325억원) 수준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과거 오현규가 경험한 십자인대 부상 이력이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극적으로 보였던 이적은 막판에 무산됐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선수는 이강인이었다. 지난 8월 3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가 3000만 유로(약 487억원)라는 거액을 들고 파리 생제르맹(PSG)에 공식적인 이적 요청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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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PSG 이강인이 23일 리그1 2라운드 앙제와 홈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PSG] 2025.08.23 zangpabo@newspim.com |
하지만 PSG는 단호했다. 구단은 이강인과 2028년까지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이라도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드필더를 당장 떠나보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노팅엄의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PSG 경영진은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이강인 역시 현 소속팀 잔류로 이적시장을 마감하게 됐다.
이처럼 설영우, 양현준, 황인범, 오현규, 이강인 등 여러 코리안리거들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꿨지만, 금전적 이견, 메디컬 문제, 소속팀의 반대 등 다양한 이유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상황은 다시 달라질 수 있고, 다가올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