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리츠 활용 선례 증가...HUG 예비 감정평가 등 관련 제도 '관심'
과도한 주목 우려 해소·국토부 세제혜택 12월 마감...관심 증가 기대
리츠 수익 불확실성·매입가 협상 난항...실제 설립 건수 제한적 전망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미분양' 사업장이란 낙인 우려에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설립을 꺼리던 건설업계가 최근 변화하고 있다. CR리츠 운영을 시작한 우방을 시작으로 HL디앤아이한라, 한신공영 등이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방의 주택 수요를 확대하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CR리츠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실제 리츠 설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BS한양 '조례수자인 에디션', 진흥기업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 등 사업장에 대해 예비 감정평가를 진행했다. CR리츠 운영을 고민하는 신탁사 등 기업들은 HUG 예비 감정평가를 통해 CR리츠 설립 시 모기지보증으로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 등을 미리 진단한 후 리츠 설립 여부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비 감정평가 결과를 살핀 뒤 CR리츠 설립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평가를 신청한 행위는 해당 기업이 상당 부분 제도 활용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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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리츠 영업 등록(예정) 사례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CR리츠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로 운영하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이를 매각하는 투자 상품이다. 시공사는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자는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해 향후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방 미분양 문제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는 2014년 이후 설립 사례가 없던 CR리츠의 부활을 선언했다. 취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혜택을 제공했지만 올해 4월에야 첫 운영 사례가 나오는 등 참여도가 적었다. 건설사들이 사업장의 '미분양' 낙인을 우려하면서다.
실제 '미분양' 낙인에 대한 우려로 시공사·시행사와 수분양자간 갈등이 발생한 경우가 적지 않다. '1호 CR리츠'로 불리는 우방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은 지난 3월 리츠 설립 후 수분양자들의 거센 반발을 겪었다. 수분양자들은 CR리츠가 미분양 물량을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과정에서 단지 전반의 매매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항의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에 대한 CR리츠를 고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분양자들이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단지에서 임대가 운영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비인기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CR리츠에 관심이 있던 기업도 선뜻 나서기 어려웠으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BS한양, 진흥기업 등을 비롯해 CR리츠의 문을 두드려보는 기업이 확대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영업 등록이 완료된 CR리츠는 4개,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CR리츠는 2개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리츠 등록 사례가 1건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움직임이 늘었다. 최근 일성건설, 범양건영, 신화종합건설 등의 사업장도 HUG 예비 감정평가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CR리츠 설립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CR리츠 적용 사례가 축적된 것이 분위기 반전에 영향을 미쳤다. 우방은 '제이비와이에스케이제2호'를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자금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리츠는 올해 5월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완료 후 9월 임대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HL디앤아이한라 '가야산 한라비발디 프리미어' 관련 CR리츠인 '제이비제1호CR리츠'는 지난 5월 국토부에 영업 등록을 마쳤다. 오는 9월 매매계약 체결, 10월 임대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신공영 '양산한신더휴' 관련 CR리츠인 '제이비와이에스케이제3호'는 지난 4월 영업 등록을 완료했다. 최근 금융투자자가 유입돼 리츠 지분을 한신공영과 에이치에스양산제일차(SPC)가 50대50으로 나눈 상황이다.
아직 앞선 사례들의 임대율 등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지는 않았다. 다만 실제 운영에 나선 기업들이 늘면서 초기에는 과도한 주목과 수분양자 민원 발생을 우려해 망설이던 기업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국토부가 제공하는 세제 혜택이 올해 12월까지 영업 등록을 마친 상품에 한정되면서 상반기에 설립을 망설이던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 내 리츠를 설립하고자 하는 심리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방 부동산경기의 악화와 미분양 물량 적체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향후 정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CR리츠 설립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박유석 대전과학기술대 부동산재테크과 교수는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월세로 전환해 제공하는 경우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금융투자자들이 상품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건설사도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매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CR리츠를 통한 수익 창출에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재환 연구위원은 "향후 주택경기 회복에 따라 CR리츠 상품의 수익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도 "리츠의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택 매입액이 낮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택을 매도하는 기업과의 협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저가에 주택을 매도해야 한다면 건설사는 굳이 CR리츠를 활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이럴 경우 CR리츠 운영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며 "매수·매도 협상이 활발히 이뤄지는 사업장의 비중에 따라 최종 정책 활용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