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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①실용외교의 재정의 — 포스트 우크라이나 시대, 한국 외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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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협정으로 결정된 운명들

1945년 2월 4일,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무거운 병색을 이끌고 대서양을 건너 소련의 흑해 연안 도시 얄타에 도착했다. 그는 이미 심각한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고, 후일 사진 속 초췌한 얼굴은 많은 이들에게 회담 당시 그의 신체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장시간 비행과 선박을 포함한 대이동—미국 워싱턴 D.C.에서 얄타까지는 당시 기준으로 약 60시간 가까이 소요된 고행이었다—을 감내한 그는, 웅크린 자세로 테이블에 앉아 스탈린의 무표정한 얼굴과 마주했다. 외교사학자 로버트 H. 페럴의 평전 The Dying President: Franklin D. Roosevelt, 1944–1945(1998)는 루즈벨트의 마지막 1년을 심혈관 질환 악화와 일정 과부하의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루스벨트의 참모진에는 국무장관 에드워드 스테티니어스(Edward Stettinius), 합참의장 조지 마셜(George C. Marshall), 대통령 특별고문 해리 홉킨스(Harry Hopkins) 등도 있었다. 그러나 회담의 초반부터 소련의 치밀한 외교 전략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루스벨트는 유엔 창설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몰두하는 사이, 스탈린은 동유럽의 점령지 지배권, 그리고 한반도의 38도선 분할 점령이라는 결정적 양보를 얻어냈다. 처칠 역시 폴란드 문제를 놓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종전과 연합의 대의 앞에서 원칙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한반도의 운명은 그렇게, 조선인이 단 한 명도 없는 회담장에서 결정되었다. 서명이 끝난 뒤, 루스벨트는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숙소로 돌아갔다. 두 달 뒤, 그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고, 우리가 아는 냉전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장면은 외교의 세계가 얼마나 비정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얼마나 일방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우리 없이 우리를 논하는 세계, 그것이 약소국의 현실이다.

2025년 8월 14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만났다. 장소는 달라졌지만, 풍경은 80년 전과 닮아 있다. 지도 위에 선을 긋고, 영토를 주고받으며, 타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회담이 다시 열린 것이다. 트럼프는 휴전을 명분 삼아 푸틴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자 했고, 푸틴은 이를 통해 크림반도와 동부 우크라이나의 영구 귀속, 나토 비가입 보장을 끌어내고자 했다. 우크라이나는 그 테이블에 없었다. 아니,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해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자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푸틴이 젤렌스키와의 만남을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회담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deja vu(데자뷔)의 감정이 밀려온다. 1945년의 기억은 이제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런 협상의 외곽에 있으며, 강대국의 손끝에서 안보와 경제, 통일과 분단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지점에 있다. 실용외교는 바로 이 엄연한 현실의 인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감정이 아닌 현실로, 굴복이 아닌 능동적 조정으로, 우리는 생존보장을 넘어 번영의 목표로 나아 가야 한다.

루스벨트 기념관에 있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 동상 [사진=루스벨트 기념관]

변화하는 세계와 약소국의 선택

오늘의 국제질서는 크게 세 갈래의 압력장이 교차한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의 제도화다. 미국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에서 중국을 '유일한 포괄적 경쟁자'이자 '페이싱 챌린지'로 규정했고, 2024·2025년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대만해협의 군사적 압박을 가장 심각한 장기 위협으로 평가했다(백악관 국가예산안·국방부 연례보고, 2023–2025).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매체는 외교 네트워크 확장과 '이중 순환(dual circulation)' 같은 중국의 구조적 대응을 지적해 왔고, 카네기·포린폴리시의 중견국 연구는 이 경쟁이 '동맹·파트너의 역할 재정의'를 촉발한다고 진단한다. 요컨대 첫 번째 흐름은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힘의 장기경쟁이며, 제도·공급망·기술표준까지 포괄하는 전면전의 양상이다.

둘째, 러시아의 전략적 수정주의(revisionism)가 유럽 안보지도를 다시 그린다는 점이다. 독일은 2022년 4월 '차이텐벤데(Zeitenwende)' 선언과 1000억 유로 규모의 분데스베어 특별기금 조성해 대응하기 시작했고, 나토의 2024년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은 러시아를 직·간접 위협으로 상정하며 억지와 방위를 재정립 시켰다. 발트해에서는 칼리닌그라드 기지로 지목되는 전자전(EW) 활동이 GPS 교란을 야기한다는 다수의 기술·언론 보고가 축적되고, 폴란드·핀란드·발트 3국은 공중·해상 영역에서 상시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펜스 뉴스는 발틱해에 인접한 칼리닌그라드 주변에 러시아의 전자전연대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Defence News, "Researchers home in on origins of Russia's Baltic GPS jamming, 2025-07-02). 스웨덴정부도 발트해 대부분 해역에 GPS 교란 경보를 발령했다고 공지하며 어선과 상선에 대한 대응 요령을 제공하기 시작했다(Krisinformation, "Varning för GPS-störningar på Östersjön", 2025-06-19). 8월 15일 알래스카 미·러 회담은 '점령지의 지위'와 '나토 불가입 보장' 같은 근본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유럽의 경계심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두 번째 흐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북유럽–발트–북대서양의 연쇄 억지선을 러시아가 시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에너지·산업안보의 지정학화(geopolitization)다. EU는 2022년 '리파워EU(REPowerEU)'로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 탈피를 공식화했고, 2023–2025년 동안 LNG 도입, 수요감축, 재생·원전 병행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국제에너지 기구 (IEA)와 유럽의회 자료(EPRS, 'Energy-intensive industries', At a glance, 2025-03-19)가 지적하듯 가격 변동성과 에너지 고비용으로 촉발될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러시아산 가스의 EU 수입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4년 19% 안팎으로 급감했으나, 겨울 수급과 전환 비용의 정치경제학이 새로운 취약성으로 부상했다. 이 세 번째 흐름은 안보와 산업정책, 기후·에너지 전환이 '한 묶음'의 지정학적 전략 의제로 결합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 세 갈래의 압력장 속에서 약소·중견국의 선택지는 넓어지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좁아진다. '진영의 기계적 충성'은 비용을 키우고, '균형 잡기'만으로는 신뢰를 잃는다. 그렇다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면 공급망과 기술규범의 좌표에서 밀려난다. 바로 여기에서 실용외교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한국은 안보에서 미국과의 결속을 재확인하면서도, 에너지·기술·산업에서는 유럽과의 공진화를 가속화하고, 제재·수출통제의 합치성(compatibility)을 높이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북핵·대만·우크라이나 같은 위기관리에선 '가치–이익–비용'의 삼각 방정식을 투명하게 제시하여, 동맹·파트너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정리하면, 세 갈래의 흐름은 (1) 미·중 전략경쟁의 제도화, (2) 러시아 수정주의에 대한 유럽 억지·방위의 재구축, (3) 에너지·산업안보의 지정학화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의 실용외교는 '가치·억지·번영'의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가치는 연대의 기준을 의미하며, 억지는 평화의 조건을 제시하고, 번영은 지속가능한 자율성을 제공한다. 셋 중 하나라도 멈추면, 국익의 수레는 기울어질 수 있다.

실용외교의 이론, 성공과 실패 사례

이론적 배경을 살펴 보자.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After Victory, 2001; Liberal Leviathan, 2011)는 패전 정리의 순간마다 승자가 스스로를 제도에 '구속(bind)'함으로써 지배를 통치로, 강요를 동의로 전환했다고 본다. 브레튼우즈 체제·유엔·나토 같은 질서는 '전략적 자제(strategic restraint)'를 통해 헤게몬의 임의성을 줄이고, 추종국에게는 예측가능성과 상향식 참여를 보장한다. 그의 핵심은 "힘을 제도화하면 힘이 오래간다"는 역설이다. 한국 같은 중견국은 바로 그 제도적 공간에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낙관을 제공받는다.

반면 월츠(Kenneth N. Waltz,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1979)의 구조현실주의는 질서의 외피보다 '무정부성'과 '능력 분포'를 본다. 국가들은 상대적 이득을 따지며, 제도는 힘의 분포가 바뀌면 함께 휘어진다. 따라서 억지는 군사적 능력과 동맹의 신뢰성에서 나오지, 규범의 언어에서 나오지 않는다. 월츠의 입장에서 아이켄베리의 구속 가설은 두 가지 약점을 가진다. 하나는, 강대국이 불리해지면 제약을 탈피할 유인이 크다는 신뢰성 문제를 다루고 있고, 둘째는, 약소국이 제도에 기대면 위험을 외주화해 역량 축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존성 문제를 다룬다. 이에 대해 아이켄베리는 반론한다. 제도는 단지 '장식'이 아니라, 반복게임의 신호·정보·집행 메커니즘을 제공해 거래비용을 낮추며, 특히 민주적 헤게몬이 스스로 규칙에 묶일 때 동맹의 '정당성 프리미엄'을 창출한다고 본다.

이 논쟁을 잇는 현실주의 비판선으로는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The False Promise of International Institutions," International Security, 1994/95)가 있다. 그는 제도가 안보협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며, 국가들은 결국 힘의 계산으로 회귀한다고 본다. 이에 비해 아이켄베리는 2018년 논문("The End of Liberal International Order?") 등에서 자유주의 질서의 위기가 '종말'이 아니라 '재구성'의 국면임을 강조한다. 즉, '개방성·규범·상호의존'의 3요소는 유지되되, 권력구도가 다극화되면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바로 그 재설계의 변곡점에 서 있다.

최근의 실용외교 논의는 두 거인의 교차점에서 갱신된다. 카네기 재단 연구(Chivvis & Geaghan Breiner, 2024)는 중견국의 부상과 '행동 여지의 외주화'에 주목하며, 미국이 중견국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결과지향적 파트너십을 설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차리아(Amitav Acharya)의 '멀티플렉스 세계론'은 규범·지역기구·남반구 연대가 얽힌 새로운 거버넌스를 묘사하고, 앤드루 쿠퍼(Andrew F. Cooper)는 '니치 외교'로 중견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식을 체계화했다. 빅터 차(Victor D. Cha, 조지타운대/CSIS)는 '파워플레이(Powerplay, 2009/2016)'와 2023년 CSIS 확장억제 보고에서 "동맹의 억지 신뢰를 강화하되, 기술·미사일방어·핵정책의 실질적 연동으로 가시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의 스탠스는 분명하다. 동맹 중심이되, 보여주는 억지(assurance by demonstration)로 불신의 비용을 선제적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실용외교는 이상과 현실의 대조(Antithesis)를 내포한다. 이상 없는 현실은 방향을 잃고, 현실 없는 이상은 힘을 잃는다.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국가이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 실용외교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에서 동맹국과의 관계를 조율할 때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혼합했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미틸레네 사태에서 아테네 민회는 처음엔 반역 도시를 전멸시키기로 했지만, 이튿날 실익과 도덕을 고려해 결정을 번복했다. 이는 국가안보와 도덕적 명분 사이에서 타협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 대표적 실용외교의 사례다.

로마 제국은 기원전 2세기 지중해 패권 확장 과정에서 'Divide et impera(분할 통치)'와 동맹 체결을 병행했다. 로마 원로원은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패전국에 가혹한 조건을 부과하는 대신 일부 지역에는 자치권을 부여하며 로마 질서에 편입시켰다. 이는 케네스 월츠가 말한 권력 구조 속에서의 안정 유지 전략과, 아이켄베리가 강조하는 제도적 통합의 선구적 형태로 볼 수 있다.

19세기 제국주의 팽창기에는 영국의 '거대한 게임(The Great Game)' 전략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패권을 놓고 경쟁하던 영국은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현지 세력과의 협력, 철도·항만 건설 지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는 하버드의 조지프 나이가 언급한 '스마트 파워'의 초기 형태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실용외교였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서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민족 자결'을 제창했지만, 유럽 열강은 이를 식민지 질서 유지와 절충했다.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원칙을 조정한 이 회담은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외교의 본질을 드러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도 실용외교는 결정적 순간에 작동했다. 1945년 얄타회담에서 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병색이 완연한 상태로 14시간 넘게 대서양을 건너와, 윈스턴 처칠, 요제프 스탈린과 회담했다. 그는 소련의 대일전 참전을 얻어내는 대신 동유럽 영향력 확대를 묵인했다. 이는 냉전 질서의 씨앗이 되었지만, 전쟁 종결을 앞당긴 실용적 거래였다.

1971년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시작된 작은 제스처—미국 선수 글렌 코완이 중국 선수단 버스에 올라타며 선물을 주고 받은 해프닝—는 닉슨 행정부가 설계한 '저비용·저위험 신호 외교'의 도화선이 되어 중국의 전격적인 미국 대표팀 초청으로 이어졌고, 이후 치러진 친선경기는 양측 대중에게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무대가 되었다. 키신저 국무장관의 비밀 방중과 리처드 닉슨의 역사적 방중은 상하이 공동코뮈니케로 이어졌다. 헨리 키신저는 White House Years(1979)』와 『On China(2011)』에서 핑퐁외교를 "적대의 문을 여는 상징적 열쇠"로 해석한다. 군사·이념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상징·의전·스포츠라는 '낮은 채널'로 상호 신뢰를 시험하고, 그 위에 전략적 핵심(소련 견제·베트남 전선 완충)을 올려놓는 방식, 바로 이것이 실용외교의 교과서적 성공모형이다. 신호의 비용은 낮되, 전략 효과는 크고, 무엇보다 국내 여론이 수용 가능한 설명의 언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오늘의 한국 외교가 배울 지점이 분명하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김대중 정부의 북핵 다자외교와 햇볕정책,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출과 방산 협력으로 이어졌다. 두 사례 모두 원칙과 유연성을 결합해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반대로, 2016년 사드 배치와 2007년 한미 FTA 비준 과정의 혼란은 국내 합의 부재와 설득 실패로 인해 실용외교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김대중 정부의 북핵 다자외교와 햇볕정책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불신과 긴장의 공기를 바꾼 대담한 시도였다. 1998년 겨울,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거리가 어두웠던 시절,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은 얼음을 녹인다"는 비유로 국민과 국제사회를 설득했다. 미국, 일본, 중국과의 외교 채널이 동시에 가동됐고,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치밀한 설득과정이 있었다. 이는 아이켄베리의 제도주의가 말하는 '규범과 제도'의 힘과 월츠의 현실주의가 지적하는 '안보와 생존'의 필요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사례였다.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출과 방산 협력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아부다비의 사막 한복판에서 체결된 계약은 단순한 상업 거래가 아니었다. 협상팀은 경제성과 안전성, 정치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제시했고, 한국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중동 시장에 각인시켰다. 이는 실용외교가 경제·안보·외교를 통합할 때 얻을 수 있는 성과를 잘 보여준다.

반면 실패 사례에서는 국내 합의 부재와 원칙 부재가 겹쳤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과정은 중국과의 갈등을 불러왔고, 국내 여론이 찬반으로 양분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설득 대신 기정사실화로 밀어붙였다. 이는 월츠가 경고한 '힘의 구조 속에서 약소국의 취약성'과 아이켄베리가 강조한 '규범과 절차의 무시'가 동시에 드러난 사례였다. 이미 배치된 포대 운영의 정상화를 지연시키며 중국 친화정책을 밀어 붙인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정책변화도 국내 여론을 반쪽으로 가르고 동맹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면서 결국 실용외교의 실패사례로 남았다. 앞에서도 지적했듯 미중의 핑퐁외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양국의 전략적 핵심을 관철시키면서도 국내 여론이 수용 가능한 설명의 언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볼 때 분명 한국의 외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2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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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홈로봇 '클로이드' CES 공개 [라스베이거스=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전자가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홈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를 공개한다고 4일 밝혔다. LG 클로이드는 AI 홈로봇의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콘셉트 제품이다. 사용자의 스케줄과 집 안 환경을 고려해 작업 우선순위를 정하고, 여러 가전을 제어하는 동시에 일부 가사도 직접 수행하며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공개는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Zero Labor Home, Makes Quality Time)'를 지향해온 LG전자 가전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LG 클로이드가 세탁 완료된 수건을 개켜 정리하는 모습. [사진=LG전자] ◆CES서 보여주는 '제로 레이버 홈' 관람객은 CES 전시 부스에서 클로이드가 구현하는 '제로 레이버 홈' 시나리오를 볼 수 있다. 출근 준비로 바쁜 거주자를 대신해 전날 세운 식단에 맞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크루아상을 넣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등이 연출된다. 차 키와 발표용 리모컨 등 일정에 맞는 준비물을 챙겨 전달하는 장면도 포함된다. LG 클로이드가 크루아상을 오븐에 넣으며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LG전자] 거주자가 집을 비운 동안에는 세탁물 바구니에서 옷을 꺼내 세탁기에 넣고, 세탁이 끝난 수건을 개켜 정리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청소로봇이 움직일 때 동선 위 장애물을 치워 청소 효율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한다. 홈트레이닝 시에는 아령을 들어 올린 횟수를 세어주는 등 거주자의 일상 케어 기능도 시연한다. 이러한 동작은 상황 인식, 라이프스타일 학습, 정교한 모션 제어 능력이 결합돼 구현된다는 설명이다. ◆가사용 폼팩터·VLM·VLA로 최적화 클로이드는 머리와 두 팔이 달린 상체와 휠 기반 자율주행 하체로 구성된다. 허리 각도를 조정해 높이를 약 105cm에서 143cm까지 바꿀 수 있으며, 약 87cm 길이의 팔로 바닥이나 다소 높은 위치의 물체도 집을 수 있다. LG 클로이드가 거주자 위한 식사로 크루아상을 준비하는 모습.[사진=LG전자] 양팔은 어깨 3축(앞뒤·좌우·회전), 팔꿈치 1축, 손목 3축(앞뒤·좌우·회전) 등 총 7자유도(DoF)를 적용해 사람 팔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다섯 손가락도 개별 관절을 가져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하체에는 청소로봇·Q9·서빙·배송 로봇 등에서 축적한 휠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해 무게 중심을 아래에 두고, 외부 힘에도 균형을 유지하면서 상체의 정밀한 움직임을 지원한다. 이족보행보다 비용 부담이 낮다는 점도 상용화 측면의 장점으로 꼽힌다. LG 클로이드가 홈트레이닝을 돕는 모습. [사진=LG전자] 머리 부분은 이동형 AI 홈 허브 'LG Q9' 기능을 수행한다. 칩셋, 디스플레이, 스피커, 카메라, 각종 센서, 음성 기반 생성형 AI를 탑재해 언어·표정으로 사용자를 인식·응답하고, 라이프스타일과 환경을 학습해 가전 제어에 반영한다. LG전자는 자체 개발 시각언어모델(VLM)과 시각언어행동(VLA) 기술을 칩셋에 적용했다. 피지컬 AI 모델 기반으로 수만 시간 가사 작업 데이터를 학습시켜 홈로봇에 맞게 튜닝했다는 설명이다. VLM은 카메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언어로 해석하고, 음성·텍스트 명령을 시각 정보와 연계해 이해하는 역할을 맡는다. VLA는 이렇게 통합된 시각·언어 정보를 토대로 로봇의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실행을 담당한다. 여기에 LG의 AI 홈 플랫폼 '씽큐(ThinQ)', 허브 '씽큐 온'과 연결 가전이 더해지면 서비스 범위가 넓어진다. 예를 들어 가족과 씽큐 앱에서 나눈 메뉴 대화를 기반으로 식단을 계획하고, 날씨 정보와 창문 개폐 상태를 조합해 비가 오면 창문을 닫는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퇴근 시간에 맞춰 세탁·건조를 마치고 운동복과 수건을 꺼내 준비하는 연출도 제시된다. ◆로봇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악시움' 첫 공개 LG전자는 홈로봇을 포함한 로봇 사업을 중장기 성장축으로 보고 조직·기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연구소를 신설해 전사에 흩어져 있던 홈로봇 관련 역량을 모으고, 차별화 기술 확보와 제품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삼았다. LG 액추에이터 악시움(AXIUM) 이미지. [사진=LG전자] 이번 CES에서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LG Actuator AXIUM)'도 처음 공개한다. '악시움'은 관절을 뜻하는 'Axis'와 Maximum·Premium을 결합해 고성능 액추에이터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액추에이터는 모터·드라이버·감속기를 통합한 모듈로 로봇 관절에 해당하며, 로봇 제조원가에서 비중이 큰 핵심 부품이다. 피지컬 AI 확산과 함께 성장성이 높은 후방 산업으로 평가된다. LG전자는 가전 사업을 통해 고성능 모터·부품 기술을 축적해왔다. AI DD 모터, 초고속 청소기용 모터(분당 15만rpm), 드라이버 일체형 모터 등 연간 4,000만 개 이상 모터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이 같은 기술력이 액추에이터의 경량·소형·고효율·고토크 구현에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 수십 개 액추에이터가 필요한 만큼, LG의 모듈형 설계 역량도 맞춤형 다품종 생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홈로봇 성능·폼팩터 진화 지속…축적된 로봇 기술은 가전에 확대 적용 LG전자는 집안일을 하는 데 가장 실용적인 기능과 형태를 갖춘 홈로봇을 지속 개발하는 동시에 청소로봇과 같은 '가전형 로봇(Appliance Robot)'과 사람이 가까이 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냉장고처럼 '로보타이즈드 가전(Robotized Appliance)' 등 축적된 로봇 기술을 가전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AI가전과 홈로봇에게 가사일을 맡기고, 사람은 쉬고 즐기며 가치 있는 일에만 시간을 쓰는 AI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인간과 교감하며 깊이 이해해 최적화된 가사 노동을 제공하는 홈로봇 'LG 클로이드'를 비롯해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을 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ykim@newspim.com 2026-01-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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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시 지원자 5년 만에 최저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올해 의과대학 정시모집 지원자가 큰 폭으로 줄어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전국 39개 의대 정시모집 지원자는 7125명으로 전년대비 32.3% 감소했다. 지원자는 2022학년도 9233명, 2023학년도 844명, 2024학년도 8098명, 2025학년도 1만518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2026.01.04 mironj19@newspim.com   2026-01-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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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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