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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①실용외교의 재정의 — 포스트 우크라이나 시대, 한국 외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기사입력 : 2025년08월16일 07:00

최종수정 : 2025년08월16일 07:00

타인의 협정으로 결정된 운명들

1945년 2월 4일,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무거운 병색을 이끌고 대서양을 건너 소련의 흑해 연안 도시 얄타에 도착했다. 그는 이미 심각한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고, 후일 사진 속 초췌한 얼굴은 많은 이들에게 회담 당시 그의 신체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장시간 비행과 선박을 포함한 대이동—미국 워싱턴 D.C.에서 얄타까지는 당시 기준으로 약 60시간 가까이 소요된 고행이었다—을 감내한 그는, 웅크린 자세로 테이블에 앉아 스탈린의 무표정한 얼굴과 마주했다. 외교사학자 로버트 H. 페럴의 평전 The Dying President: Franklin D. Roosevelt, 1944–1945(1998)는 루즈벨트의 마지막 1년을 심혈관 질환 악화와 일정 과부하의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루스벨트의 참모진에는 국무장관 에드워드 스테티니어스(Edward Stettinius), 합참의장 조지 마셜(George C. Marshall), 대통령 특별고문 해리 홉킨스(Harry Hopkins) 등도 있었다. 그러나 회담의 초반부터 소련의 치밀한 외교 전략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루스벨트는 유엔 창설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몰두하는 사이, 스탈린은 동유럽의 점령지 지배권, 그리고 한반도의 38도선 분할 점령이라는 결정적 양보를 얻어냈다. 처칠 역시 폴란드 문제를 놓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종전과 연합의 대의 앞에서 원칙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한반도의 운명은 그렇게, 조선인이 단 한 명도 없는 회담장에서 결정되었다. 서명이 끝난 뒤, 루스벨트는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숙소로 돌아갔다. 두 달 뒤, 그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고, 우리가 아는 냉전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장면은 외교의 세계가 얼마나 비정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얼마나 일방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우리 없이 우리를 논하는 세계, 그것이 약소국의 현실이다.

2025년 8월 14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만났다. 장소는 달라졌지만, 풍경은 80년 전과 닮아 있다. 지도 위에 선을 긋고, 영토를 주고받으며, 타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회담이 다시 열린 것이다. 트럼프는 휴전을 명분 삼아 푸틴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자 했고, 푸틴은 이를 통해 크림반도와 동부 우크라이나의 영구 귀속, 나토 비가입 보장을 끌어내고자 했다. 우크라이나는 그 테이블에 없었다. 아니,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해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자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푸틴이 젤렌스키와의 만남을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회담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deja vu(데자뷔)의 감정이 밀려온다. 1945년의 기억은 이제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런 협상의 외곽에 있으며, 강대국의 손끝에서 안보와 경제, 통일과 분단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지점에 있다. 실용외교는 바로 이 엄연한 현실의 인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감정이 아닌 현실로, 굴복이 아닌 능동적 조정으로, 우리는 생존보장을 넘어 번영의 목표로 나아 가야 한다.

루스벨트 기념관에 있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 동상 [사진=루스벨트 기념관]

변화하는 세계와 약소국의 선택

오늘의 국제질서는 크게 세 갈래의 압력장이 교차한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의 제도화다. 미국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에서 중국을 '유일한 포괄적 경쟁자'이자 '페이싱 챌린지'로 규정했고, 2024·2025년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대만해협의 군사적 압박을 가장 심각한 장기 위협으로 평가했다(백악관 국가예산안·국방부 연례보고, 2023–2025).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매체는 외교 네트워크 확장과 '이중 순환(dual circulation)' 같은 중국의 구조적 대응을 지적해 왔고, 카네기·포린폴리시의 중견국 연구는 이 경쟁이 '동맹·파트너의 역할 재정의'를 촉발한다고 진단한다. 요컨대 첫 번째 흐름은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힘의 장기경쟁이며, 제도·공급망·기술표준까지 포괄하는 전면전의 양상이다.

둘째, 러시아의 전략적 수정주의(revisionism)가 유럽 안보지도를 다시 그린다는 점이다. 독일은 2022년 4월 '차이텐벤데(Zeitenwende)' 선언과 1000억 유로 규모의 분데스베어 특별기금 조성해 대응하기 시작했고, 나토의 2024년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은 러시아를 직·간접 위협으로 상정하며 억지와 방위를 재정립 시켰다. 발트해에서는 칼리닌그라드 기지로 지목되는 전자전(EW) 활동이 GPS 교란을 야기한다는 다수의 기술·언론 보고가 축적되고, 폴란드·핀란드·발트 3국은 공중·해상 영역에서 상시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펜스 뉴스는 발틱해에 인접한 칼리닌그라드 주변에 러시아의 전자전연대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Defence News, "Researchers home in on origins of Russia's Baltic GPS jamming, 2025-07-02). 스웨덴정부도 발트해 대부분 해역에 GPS 교란 경보를 발령했다고 공지하며 어선과 상선에 대한 대응 요령을 제공하기 시작했다(Krisinformation, "Varning för GPS-störningar på Östersjön", 2025-06-19). 8월 15일 알래스카 미·러 회담은 '점령지의 지위'와 '나토 불가입 보장' 같은 근본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유럽의 경계심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두 번째 흐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북유럽–발트–북대서양의 연쇄 억지선을 러시아가 시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에너지·산업안보의 지정학화(geopolitization)다. EU는 2022년 '리파워EU(REPowerEU)'로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 탈피를 공식화했고, 2023–2025년 동안 LNG 도입, 수요감축, 재생·원전 병행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국제에너지 기구 (IEA)와 유럽의회 자료(EPRS, 'Energy-intensive industries', At a glance, 2025-03-19)가 지적하듯 가격 변동성과 에너지 고비용으로 촉발될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러시아산 가스의 EU 수입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4년 19% 안팎으로 급감했으나, 겨울 수급과 전환 비용의 정치경제학이 새로운 취약성으로 부상했다. 이 세 번째 흐름은 안보와 산업정책, 기후·에너지 전환이 '한 묶음'의 지정학적 전략 의제로 결합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 세 갈래의 압력장 속에서 약소·중견국의 선택지는 넓어지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좁아진다. '진영의 기계적 충성'은 비용을 키우고, '균형 잡기'만으로는 신뢰를 잃는다. 그렇다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면 공급망과 기술규범의 좌표에서 밀려난다. 바로 여기에서 실용외교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한국은 안보에서 미국과의 결속을 재확인하면서도, 에너지·기술·산업에서는 유럽과의 공진화를 가속화하고, 제재·수출통제의 합치성(compatibility)을 높이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북핵·대만·우크라이나 같은 위기관리에선 '가치–이익–비용'의 삼각 방정식을 투명하게 제시하여, 동맹·파트너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정리하면, 세 갈래의 흐름은 (1) 미·중 전략경쟁의 제도화, (2) 러시아 수정주의에 대한 유럽 억지·방위의 재구축, (3) 에너지·산업안보의 지정학화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의 실용외교는 '가치·억지·번영'의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가치는 연대의 기준을 의미하며, 억지는 평화의 조건을 제시하고, 번영은 지속가능한 자율성을 제공한다. 셋 중 하나라도 멈추면, 국익의 수레는 기울어질 수 있다.

실용외교의 이론, 성공과 실패 사례

이론적 배경을 살펴 보자.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After Victory, 2001; Liberal Leviathan, 2011)는 패전 정리의 순간마다 승자가 스스로를 제도에 '구속(bind)'함으로써 지배를 통치로, 강요를 동의로 전환했다고 본다. 브레튼우즈 체제·유엔·나토 같은 질서는 '전략적 자제(strategic restraint)'를 통해 헤게몬의 임의성을 줄이고, 추종국에게는 예측가능성과 상향식 참여를 보장한다. 그의 핵심은 "힘을 제도화하면 힘이 오래간다"는 역설이다. 한국 같은 중견국은 바로 그 제도적 공간에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낙관을 제공받는다.

반면 월츠(Kenneth N. Waltz,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1979)의 구조현실주의는 질서의 외피보다 '무정부성'과 '능력 분포'를 본다. 국가들은 상대적 이득을 따지며, 제도는 힘의 분포가 바뀌면 함께 휘어진다. 따라서 억지는 군사적 능력과 동맹의 신뢰성에서 나오지, 규범의 언어에서 나오지 않는다. 월츠의 입장에서 아이켄베리의 구속 가설은 두 가지 약점을 가진다. 하나는, 강대국이 불리해지면 제약을 탈피할 유인이 크다는 신뢰성 문제를 다루고 있고, 둘째는, 약소국이 제도에 기대면 위험을 외주화해 역량 축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존성 문제를 다룬다. 이에 대해 아이켄베리는 반론한다. 제도는 단지 '장식'이 아니라, 반복게임의 신호·정보·집행 메커니즘을 제공해 거래비용을 낮추며, 특히 민주적 헤게몬이 스스로 규칙에 묶일 때 동맹의 '정당성 프리미엄'을 창출한다고 본다.

이 논쟁을 잇는 현실주의 비판선으로는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The False Promise of International Institutions," International Security, 1994/95)가 있다. 그는 제도가 안보협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며, 국가들은 결국 힘의 계산으로 회귀한다고 본다. 이에 비해 아이켄베리는 2018년 논문("The End of Liberal International Order?") 등에서 자유주의 질서의 위기가 '종말'이 아니라 '재구성'의 국면임을 강조한다. 즉, '개방성·규범·상호의존'의 3요소는 유지되되, 권력구도가 다극화되면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바로 그 재설계의 변곡점에 서 있다.

최근의 실용외교 논의는 두 거인의 교차점에서 갱신된다. 카네기 재단 연구(Chivvis & Geaghan Breiner, 2024)는 중견국의 부상과 '행동 여지의 외주화'에 주목하며, 미국이 중견국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결과지향적 파트너십을 설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차리아(Amitav Acharya)의 '멀티플렉스 세계론'은 규범·지역기구·남반구 연대가 얽힌 새로운 거버넌스를 묘사하고, 앤드루 쿠퍼(Andrew F. Cooper)는 '니치 외교'로 중견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식을 체계화했다. 빅터 차(Victor D. Cha, 조지타운대/CSIS)는 '파워플레이(Powerplay, 2009/2016)'와 2023년 CSIS 확장억제 보고에서 "동맹의 억지 신뢰를 강화하되, 기술·미사일방어·핵정책의 실질적 연동으로 가시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의 스탠스는 분명하다. 동맹 중심이되, 보여주는 억지(assurance by demonstration)로 불신의 비용을 선제적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실용외교는 이상과 현실의 대조(Antithesis)를 내포한다. 이상 없는 현실은 방향을 잃고, 현실 없는 이상은 힘을 잃는다.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국가이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 실용외교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에서 동맹국과의 관계를 조율할 때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혼합했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미틸레네 사태에서 아테네 민회는 처음엔 반역 도시를 전멸시키기로 했지만, 이튿날 실익과 도덕을 고려해 결정을 번복했다. 이는 국가안보와 도덕적 명분 사이에서 타협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 대표적 실용외교의 사례다.

로마 제국은 기원전 2세기 지중해 패권 확장 과정에서 'Divide et impera(분할 통치)'와 동맹 체결을 병행했다. 로마 원로원은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패전국에 가혹한 조건을 부과하는 대신 일부 지역에는 자치권을 부여하며 로마 질서에 편입시켰다. 이는 케네스 월츠가 말한 권력 구조 속에서의 안정 유지 전략과, 아이켄베리가 강조하는 제도적 통합의 선구적 형태로 볼 수 있다.

19세기 제국주의 팽창기에는 영국의 '거대한 게임(The Great Game)' 전략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패권을 놓고 경쟁하던 영국은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현지 세력과의 협력, 철도·항만 건설 지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는 하버드의 조지프 나이가 언급한 '스마트 파워'의 초기 형태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실용외교였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서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민족 자결'을 제창했지만, 유럽 열강은 이를 식민지 질서 유지와 절충했다.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원칙을 조정한 이 회담은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외교의 본질을 드러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도 실용외교는 결정적 순간에 작동했다. 1945년 얄타회담에서 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병색이 완연한 상태로 14시간 넘게 대서양을 건너와, 윈스턴 처칠, 요제프 스탈린과 회담했다. 그는 소련의 대일전 참전을 얻어내는 대신 동유럽 영향력 확대를 묵인했다. 이는 냉전 질서의 씨앗이 되었지만, 전쟁 종결을 앞당긴 실용적 거래였다.

1971년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시작된 작은 제스처—미국 선수 글렌 코완이 중국 선수단 버스에 올라타며 선물을 주고 받은 해프닝—는 닉슨 행정부가 설계한 '저비용·저위험 신호 외교'의 도화선이 되어 중국의 전격적인 미국 대표팀 초청으로 이어졌고, 이후 치러진 친선경기는 양측 대중에게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무대가 되었다. 키신저 국무장관의 비밀 방중과 리처드 닉슨의 역사적 방중은 상하이 공동코뮈니케로 이어졌다. 헨리 키신저는 White House Years(1979)』와 『On China(2011)』에서 핑퐁외교를 "적대의 문을 여는 상징적 열쇠"로 해석한다. 군사·이념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상징·의전·스포츠라는 '낮은 채널'로 상호 신뢰를 시험하고, 그 위에 전략적 핵심(소련 견제·베트남 전선 완충)을 올려놓는 방식, 바로 이것이 실용외교의 교과서적 성공모형이다. 신호의 비용은 낮되, 전략 효과는 크고, 무엇보다 국내 여론이 수용 가능한 설명의 언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오늘의 한국 외교가 배울 지점이 분명하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김대중 정부의 북핵 다자외교와 햇볕정책,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출과 방산 협력으로 이어졌다. 두 사례 모두 원칙과 유연성을 결합해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반대로, 2016년 사드 배치와 2007년 한미 FTA 비준 과정의 혼란은 국내 합의 부재와 설득 실패로 인해 실용외교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김대중 정부의 북핵 다자외교와 햇볕정책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불신과 긴장의 공기를 바꾼 대담한 시도였다. 1998년 겨울,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거리가 어두웠던 시절,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은 얼음을 녹인다"는 비유로 국민과 국제사회를 설득했다. 미국, 일본, 중국과의 외교 채널이 동시에 가동됐고,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치밀한 설득과정이 있었다. 이는 아이켄베리의 제도주의가 말하는 '규범과 제도'의 힘과 월츠의 현실주의가 지적하는 '안보와 생존'의 필요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사례였다.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출과 방산 협력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아부다비의 사막 한복판에서 체결된 계약은 단순한 상업 거래가 아니었다. 협상팀은 경제성과 안전성, 정치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제시했고, 한국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중동 시장에 각인시켰다. 이는 실용외교가 경제·안보·외교를 통합할 때 얻을 수 있는 성과를 잘 보여준다.

반면 실패 사례에서는 국내 합의 부재와 원칙 부재가 겹쳤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과정은 중국과의 갈등을 불러왔고, 국내 여론이 찬반으로 양분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설득 대신 기정사실화로 밀어붙였다. 이는 월츠가 경고한 '힘의 구조 속에서 약소국의 취약성'과 아이켄베리가 강조한 '규범과 절차의 무시'가 동시에 드러난 사례였다. 이미 배치된 포대 운영의 정상화를 지연시키며 중국 친화정책을 밀어 붙인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정책변화도 국내 여론을 반쪽으로 가르고 동맹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면서 결국 실용외교의 실패사례로 남았다. 앞에서도 지적했듯 미중의 핑퐁외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양국의 전략적 핵심을 관철시키면서도 국내 여론이 수용 가능한 설명의 언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볼 때 분명 한국의 외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2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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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유튜브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전통 예술 분야인 국악에 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신개념 국악 방송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이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스팟'을 통해 공개됐다.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은 국악을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려는 시도로 마련됐다. 젊은 국악인들의 시선으로 전통음악을 재해석하고 현대사회 속 국악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여기에는 소리꾼 최한이와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오윤석 팝페라 가수와 박나현·김보성 소리꾼과 박혜정 가야금 병창 등이 출연한다.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의 제1편은 15일 낮 12시 공개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라이징스타'를 통해 방송되는 국악 프로그램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맨 왼쪽부터) 소리꾼 최한이와 오윤석 팝페라 가수,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alice09@newspim.com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에서의 '작금(昨今)'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 이야기를 국악으로 풀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금을 캐 부자가 된다'는 '작금(作金)'이라는 뜻이 함께 포함돼 있다.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번 특집 프로그램의 제1화 '광복'은 총4편으로 나뉘어 방송된다. 제1편은 '작금', 2편 '김구, 판소리 배우다', 3편 '이승만과 아리랑', 4편 '광복군'으로 이어진다. 제1편 '작금'은 오윤석 팝페라 가수가 참여, 한국가곡 '선구자'를 불렀다. 변사로 나선 변상문 이사장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눈물로 밥을 말아먹었던 만주에서 미국 땅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 분들의 뜻을 기리는 의미로 '선구자'를 선곡했다"고 소개했다. 변상문 이사장은 '가곡'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곡'을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의 하나로 피리나 거문고, 해금 따위의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리꾼 최한이는 "서양 창법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가곡의 어원이 전통 성악인 가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라이징스타'를 통해 방송되는 국악 프로그램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2025.08.14 alice09@newspim.com 한국가곡 '선구자'의 2절에는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는 선구자/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되었나'라는 구절이 나온다. '선구자'는 윤해영의 시에 조두남이 곡을 붙인 것으로, 그동안 독립운동가의 기상과 꿈을 표현한 노래로 알려지면서 '제2의 애국가'라고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장중한 곡조에 조국을 위해 한 몸을 던진 독립투사와의 만남이 묘사돼 있다. 또한 1970~1980년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시기에 자주 애창되기도 했다. 변상문 이사장은 "이러한 민족적 가사로 하여금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선곡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악을 좋아하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우리나라 노래를 배우지 못했다. 자연스레 서양 음악을 먼저 배웠다. 저는 이것이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작금의 시대'에 생각해 볼만 한 주제라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어느 대학교 성악과 시간에 이탈리아 교수님을 초청했다. 그 분이 성악과 재학생들에게 '너희 노래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셨고, 한 학생이 '선구자'를 불렀다. 조국을 찾겠다고 맹세한 선구자의 마음이 와 닿았고 '우리는 이런 나라 사람들'이라고 자랑하기 위해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라이징스타'를 통해 방송되는 국악 프로그램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스틸컷. 2025.08.14 alice09@newspim.com 그는 "그런데 그 교수가 노래를 멈추더니 '그건 우리 노래잖아. 너희 것을 부르라'고 말해서 순간적으로 교실이 찬물을 얹은 것처럼 조용해진 적이 있다"라며 "우리가 오늘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뒤죽박죽 돼 있고 뒤섞인 개념을 정리해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최한이가 성악가 최초로 공중파에서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 출신의 죽헌이 해방 후 편찬한 국악 창작곡집 '고가신조' 부른 것을 언급하자, 오윤석은 "최한이 씨와 국악과 서양음악이 만난 '보체소리 팀'으로 고가신조 '북천이 맑다거늘'을 불러 많은 찬사를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변상문 이사장은 제1편 '작금'에서 뒤섞인 개념을 정리하며 "가곡은 국악"이라는 답을 힘주어 말했다.   alice09@newspim.com 2025-08-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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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AI 기반 맞춤형 MY뉴스 출시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매일 쏟아지는 수만 개의 뉴스 중에서 정작 나에게 필요한 뉴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국내 최초로 AI(인공지능)로 독자에게 뉴스를 추천해주는 'AI MY뉴스'를 11일 본격 출시했다. AI MY뉴스의 핵심은 지능형 구조에 있다. 그동안 미디어는 독자가 선택한 관심 분야에 의존해 단순히 뉴스를 선별해 제공했다. 그러나 AI MY뉴스는 독자를 이해하고 학습해가며 개인에게 꼭 필요한 뉴스를 골라 제공한다. ◆ AI 추천뉴스·글로벌투자·AI 어시스턴트 출시 'AI 추천뉴스'는 독자가 첫 번째 기사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작동한다. 관심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기사를 읽을 때마다 AI 시스템이 독자의 취향을 기억하고 분석한다. 경제 뉴스를 자주 읽는 독자라면 점차 반도체, 주식, 부동산 등 세부 관심사까지 파악해 더욱 정확한 뉴스를 추천한다. '모닝 브리핑'과 '런치 브리핑'은 바쁜 현대인을 위한 맞춤 서비스다. 모닝 브리핑은 AI가 밤새 분석한 전날과 당일 새벽까지의 주요 뉴스를 5~7개 헤드라인으로 정리해 제공한다. 런치 브리핑은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의 뉴스를 공공·정치, 산업시장, 글로벌, 전국 이슈 등 4개 분야로 나눠 각각 5개씩 핵심 내용을 전달한다. '글로벌 투자' 서비스는 AI MY뉴스의 핵심 콘텐츠다. 뉴스핌 마켓 전문기자들의 고품질 투자분석 'GAM(Global Asset Management)'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글로벌 브리핑'은 미국 증권시장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날마다 시장 개요부터 투자자 관점까지 4개 섹션으로 체계화된 분석을 제공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를 별도 추적해 대형 기술주의 시장 영향력을 정밀 분석한다. '파워 특징주 포트폴리오'는 일일 수익률, 변동성, 이동평균 편차 등 핵심 지표를 종합해 수익률 상위 종목을 분석하고, '이 시각 증시 시그널'은 글로벌 이슈를 실시간으로 찾아 미국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호로 정리해 제공한다. '주간 연준 인사이트'는 연방준비위원회 공식 브리핑을 투자자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뉴욕증시 전문가 팁'은 매일 뉴욕 현지 증시 전문가들의 생생한 조언을 5개의 구체적인 팁으로 가공해 전달한다. 이 가운데 '뉴스 종목 추적기'는 전 세계 글로벌 뉴스에서 미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S&P500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받을 종목을 각각 5개씩 찾아 구체적인 이유도 내놓는다. 뉴스핌이 새롭게 내놓는 AI MY뉴스 서비스 모습 [자료=뉴스핌DB] 2025.08.08 biggerthanseoul@newspim.com 뉴스핌은 글로벌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와 협력해 생활 밀착형 AI 어시스턴트도 제공한다. '뉴스 전략 24시'는 그동안 축적된 뉴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맞춤형 답변과 생활 전략을 제시한다. 미국 증시 투자 전략도 함께 제공해준다. '정책 배달 119'는 정부 정책브리핑의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상황에 맞는 정책을 찾아 신청 방법까지 안내하는 개인 맞춤형 정책 컨설턴트 역할을 한다. 단순 검색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의 행동을 이끌 수 있는 현실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뉴스핌의 모든 기사는 50개 국어로 번역돼 국내 거주 외국인과 해외 독자들도 모국어로 한국 뉴스를 접할 수 있다.  ◆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미디어 경험의 시작" 민병복 뉴스핌 회장은 "AI MY뉴스는 정보 홍수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뉴스를 선별해 전달하는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며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 모두의 삶에 힘이 되는 뉴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민 회장은 "AI MY뉴스는 독자와 함께 성장하며 개인의 삶에 진정한 가치를 더하는 새로운 미디어 경험의 시작"이라며 "AI를 활용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AI로 콘텐츠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제한 없이 무료 서비스를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AI MY뉴스 서비스는 첫 버전(V 1.0)이다. 우선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서비스가 제공된다. 뉴스핌은 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콘텐츠 수요를 직접 파악해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지속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분야별 독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다양한 콘텐츠 설계 아이디어를 받아 매월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이미 서비스에 나선 AI 아나운서 글로벌 투자 콘텐츠는 물론, 다양한 영상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뉴스핌은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 시장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글로벌 뉴스통신사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낼 예정이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08-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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