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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② 공무원의 질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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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관료제의 구조와 역사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정교한 관료제를 가진 나라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는 단지 조직의 규모나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라, 법률과 규범의 정합성 위에 세워진 제도적 정통성, 그리고 전문성과 책임윤리를 겸비한 공무원 집단의 오랜 전통에 기인한다. 독일 관료제는 행정의 기계적 효율보다 법적 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과 국가 사이의 신뢰를 매개하는 핵심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관료제의 성격은 제도 설계의 논리, 인재 선발 방식, 중앙–지방 간 구조, 공직윤리와 정치중립성 유지의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스웨덴이나 영국과는 전혀 다른 진화 경로를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가공무원 5급 신임관리자 특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5 photo@newspim.com

독일 공무원제도의 역사적 뿌리와 정체성

독일 관료제는 19세기 초 프로이센 개혁 시기부터 '법에 따른 행정(Verwaltung nach Recht)'이라는 원칙을 핵심으로 발전해왔다. 행정은 군주의 명령이 아니라 법률의 위임에 따라 수행되는 공적 행위로 간주되었고,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헌법의 수호자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바이마르공화국을 거쳐 오늘날 연방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며, '법치국가(Rechtsstaat)'의 제도적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막스 베버(Max Weber)의 관료제 이론은 이러한 독일적 맥락에서 정교화된 학문적 산물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저서 『경제와 사회(Wirtschaft und Gesellschaft)』(1922)에서 합법적 지배와 규칙 중심 행정, 자격 기반 임용, 문서화된 책임체계 등을 강조하며, 관료제가 근대 국가의 필수 운영체계임을 주장하였다. 베버가 경험한 프로이센 행정은 고도로 교육받은 법관 출신의 관료가 국가를 운영하는 모델이었고, 이는 오늘날에도 법학 기반의 엘리트 관료 구조로 계승되고 있다.

독일 관료제의 핵심은 행정을 정치와 구분된 제도적 권위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공무원은 단순한 지시의 집행자가 아니라, "법과 규범에 따라 정책을 해석하고 조율할 수 있는 자율적 판단 주체"로 인식되며, 그 자체가 공공영역의 제3의 균형자로 기능한다.

연방주의와 행정 경쟁력

독일은 연방제 국가이서 16개 주(Länder)가 독자적인 헌법, 의회, 행정조직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권 역시 이중구조로 운영되며, 연방정부는 법률 제정과 정책 방향 제시, 주정부는 그 법률을 집행하는 실질적 실행 주체로 작동한다. 즉, 대부분의 연방 법률은 연방공무원이 아니라 주정부 공무원에 의해 실행된다. 이 구조는 중앙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으면서도, 연방 전체의 법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고유한 협치 모델이다.

독일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약 620만 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고용시장의 약 16%를 차지한다. 이 중 연방정부(Federal level)에 속한 공무원과 판사는 약 19만 8천 명, 주정부(Länder level)는 약 133만 명, 지방정부(Municipal level)는 약 189천 명 수준이다. 독일의 행정 체계는 연방-주-지방으로 분권화되어 있어 중앙정부의 직접 고용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고용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구조는 연방국가로서의 독일이 각 지역의 행정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과 공공책임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지방 간 행정의 질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독일은 통합적 인재 양성 체계와 공직 전문훈련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고위 공무원은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 순환 보직을 경험하도록 권장되며, 고시나 일괄 채용보다는 각 주와 부처가 독립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능력(성적, 추천서, 견습경험)에 기반하여 인재를 임용한다. 특히 법학 전공이 필수적인 고위관료 구조는 행정의 일관성과 법적 정당성을 동시에 보장해주는 장치로 작동해왔다.

크리스토프 데멜(Christoph Demmke)의 연구 『유럽연합 회원국의 공무원제도 비교(The Future of Public Employment in Central Public Administration)』(2005)에 따르면, 독일의 행정체계는 연방제 국가로서 구조적으로 분권화되어 있으나, 법률 중심의 규범 체계를 통해 고도의 정책 집행 동질성과 법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강한 연방정부 없이도 강한 국가를 유지하는 독일 행정의 핵심 비결은, 각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기능하면서도 동일한 법질서를 공유한다는 점"이라고 평가하였다.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 엘리트의 자부심

직업 공무원의 중립성과 헌법책무의 제도화는 공무원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독일의 경우, 공무원은 단순한 국가고용자가 아니라 '공법상 신분(Beamtenstatus)'을 가진 헌법적 주체로 간주된다. 이는 단순한 계약직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법치주의의 집행자이자 공공 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지위를 법률적으로 부여받는 제도이다. 독일 기본법(Grundgesetz) 제33조는 공무원의 임명, 지위, 권한이 법에 따라 규율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연방공무원법(Bundesbeamtengesetz)』 제4조와 제7조는 공무원이 종신임용을 원칙으로 하되, 중립성과 복종의무, 윤리의무 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신분은 공직에 대한 높은 안정성과 연금 혜택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엄격한 의무와 제약을 수반한다. 공법상 신분을 가진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파업권이 제한되며, 정치활동 역시 『공무원지위법(Beamtenstatusgesetz)』 제33~37조에 따라 철저히 규제된다. 더불어 독일 공무원은 정기적인 직무교육 및 윤리교육 이수를 법적으로 요구받으며, 의무 위반 시는 형사적·징계적 책임이 동시에 적용된다. 2018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파업권 제한에 관한 판례(2 BvR 1390/12)에서 공무원제도의 본질은 국가에 대한 헌신과 법치의 구현에 있으며, 따라서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공공복리와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독일 국민들의 공공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2022년 유럽사회조사(ESS)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약 68%는 "공공기관이 전반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응답하였으며, 이 수치는 스웨덴(71%) 다음으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세무행정, 통계청, 경찰 및 사회보험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이념 성향이나 지역 간 편차 없이 안정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독일의 정책학자인 마르틴 파인터(Martin Painter)의 저서 『전통과 공공행정(Tradition and Public Administration)』(2010)에 따르면, 독일 관료제는 고전적 의미의 '공복(公僕)' 개념이 현대적 직업윤리와 전문성으로 승화된 사례로서, "국가가 곧 규범적 질서이며, 그 질서를 구현하고 수호하는 주체가 공무원이라는 집단적 인식이 독일 사회에 폭넓게 내재화되어 있다"고 분석하였다. 특히 그는 독일 행정체계에서 법적 정당성과 전문성이 공존하는 방식은 다른 선진국과 구분되는 독자적 전통이라 평가한다.

독일 관료제는 단지 행정 집행의 효율성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법적 질서를 제도적으로 수호하는 기반 구조로 자리잡아 왔다. 이는 스웨덴이 신뢰 기반 복지국가를 관료제를 통해 실현했다면, 독일은 법률 기반 공공국가를 관료제를 통해 성립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앙과 지방 간의 조화로운 기능 분담, 자격 기반의 실적주의 채용,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통한 공공성 유지, 그리고 시민의 제도적 신뢰는 모두 오늘날 독일 관료제가 세계적으로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한국처럼 중앙집권과 정치간섭이 행정의 신뢰를 위협하는 환경에서는, '법률에 기초한 독립적 관료제도'가 얼마나 중요한 제도 자산인지 독일의 경험은 잘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 관료제의 기원과 철학

싱가포르의 관료제는 20세기 중후반 아시아 국가들이 경험한 국가형성 과정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이 성공의 출발점에는 리콴유(Lee Kuan Yew)라는 지도자의 비범한 통찰과 전략이 있었다. 그는 식민지에서 출발한 도시국가가 어떻게 글로벌 경제의 거점이자 행정 신뢰의 상징이 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설계한 인물이며, 그 기초에는 강력한 반부패 관료제와 실적 중심의 엘리트 행정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독립기의 절박한 선택

싱가포르는 1963년 말레이시아연방에 가입하였다가, 민족 갈등과 정치적 마찰로 인해 불과 2년 만인 1965년 8월 9일 말레이시아로부터 강제적으로 분리 독립되었다. 리콴유는 이 순간을 회고하며 자서전 『리콴유 자서전: 싱가포르 이야기(The Singapore Story)』(1998)에서 "이 작은 섬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자원도 없고, 군대도 없고, 오로지 사람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후 국가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정부란 결국 공직자에 의해 구현되는 윤리와 역량의 시스템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공무원과 경찰이 부패하면 국가는 무너진다는 절박한 현실감 속에서 행정 개혁을 시작했다"(Lee 1998)고 서술한다.

당시 싱가포르는 심각한 범죄율, 공직자들의 부패, 정치 폭력, 무허가 판자촌, 높은 실업률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었고, 중앙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제도가 취약한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리콴유는 강력한 법치와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 구축을 국가 존립의 전제조건으로 간주하였다.

그의 가장 가까운 정책 조언자 중 한 명인 고 겡 스위(Goh Keng Swee) 박사는 경제정책뿐 아니라 공무원 인사제도의 근간을 함께 설계한 전략가였다. 고는 "정부는 민간보다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민간 수준 이상의 고임금과 실적기반 보상체계를 도입하자고 설득했고, 이는 싱가포르 공직제도의 뼈대가 되었다. 그는 공무원을 단순한 집행자가 아닌 국가경쟁력을 창출하는 전문 엘리트 집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이끌었다. 리콴유는 자서전 『From Third World to First』(2000)에서 "내가 공직의 질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고 겡 스위의 조언 덕분"이라며 그의 전략적 사고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결정적 인물은 네덜란드 출신의 유엔 경제고문 알버트 윈세미우스(Albert Winsemius)였다. 1960년부터 20년 넘게 싱가포르 개발계획을 도왔던 그는, 리콴유에게 "공무원과 교사를 가장 먼저 개혁하라. 그래야 정책이 살아 움직인다"는 조언을 남겼다. 리콴유는 이 충고를 '싱가포르 모델'의 초석으로 삼았고, 이후에도 자서전에서 그를 단지 고문이 아니라, 우리가 어려울 때마다 찾아가 조언을 구한 친구라고 회상했다. 윈세미우스는 단순히 기술적 조언을 넘어 관료제의 질이 곧 국가의 운명이라는 신념을 리콴유에게 심어준 결정적 은인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고 겡 스위의 시스템 설계와 윈세미우스의 철학적 방향성 제공이 결합되어, 오늘날 싱가포르의 세계 최고 수준의 공직제도가 완성될 수 있었다.

리콴유는 1990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고문역할을 수행하며 행정 개혁과 반부패 시스템 유지에 관여하였고, 그의 뒤를 이은 리셴룽(Lee Hsien Loong) 총리, 그리고 리셴양(Lee Hsien Yang) 현 총리 등은 대를 이어 아버지의 국가관과 행정철학을 고스란히 계승해왔다. 특히 리셴룽 정부는 "청렴과 효율은 경제정책보다 더 중요한 공공자산"이라고 강조하며, 리콴유의 유산인 고신뢰 관료제와 고임금–고책임 구조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공무원이 만든 국가의 품격

싱가포르 행정청(Singapore Civil Service)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공부문 직원은 약 154,000명으로, 전체 고용시장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중 약 63,300명은 중앙 정부 소속의 정규 경력직 공무원('Civil Service proper')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고용 대비 비율은 약 1.6% 수준이다. 이는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비교적 낮지만, 공무원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극대화한 고품질 관료제 운영을 통해 국가경쟁력과 행정 신뢰를 확보해온 싱가포르 행정체계의 특징을 보여준다.

싱가포르가 오늘날 세계 최상위권의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 바로 공무원의 청렴성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화한 국가 행정 시스템에 있다는 점은 국제통계를 통해 명확히 확인된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24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전 세계 180개국 중 3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는 1위에 해당한다. 총점 100점 만점 중 84점을 획득한 싱가포르는 덴마크(90점), 핀란드(88점)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부패수준을 보이는 국가 그룹에 속한다. 특히 해당 지표는 공공부문에서의 부패 가능성, 제도적 투명성, 권력 오용 방지 능력을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행정시스템이 실질적으로 부패에 대해 예방적이고 효과적인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2022년 정부 효과성 지수(Government Effectiveness Index)에서 싱가포르는 전 세계 상위 1% 이내에 속하는 점수(평균 +2.3점대 / -2.5~+2.5 점수범위)를 기록하였다. 이 지수는 정부의 정책 수립 능력, 공공서비스의 질, 행정의 독립성,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싱가포르는 정책의 집행력과 행정 품질이 가장 우수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되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에서도 싱가포르는 2019년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팬데믹 이후에도 상위 5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 지표에서 싱가포르는 특히 '공공제도 신뢰도', '관료의 청렴성',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 '정부의 혁신 역량' 부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통계들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싱가포르의 공무원 조직이 단지 기능적으로 효율적인 조직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신뢰를 유도하고, 정치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지속가능한 정책운영을 가능하게 만든 공공영역의 핵심 주체라는 점을 입증한다. 다시 말해,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정부가 아닌 공무원이 만들었으며, 그 공무원은 높은 보상만으로 유지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과 윤리적 책무, 실적주의 기반의 전문성 위에서 체계적으로 양성된 집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③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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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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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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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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