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운드리 매출 대비 15~18% 수준
AI·로봇까지 확장되는 협업 시너지 주목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맺은 차세대 반도체 'AI6' 파운드리 계약으로 2028년부터 연간 3조원대 매출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실적에는 제한적이지만, 2나노 공정에서 글로벌 전략 고객을 확보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신뢰 회복과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총 22조7648억원 규모로, 2033년까지 장기 공급이 이뤄진다. 생산은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진행되며, 본격 매출 발생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된다. 이번 공급계약은 작년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 2027년부터 매출 반영…연 3조원대 매출 기여 전망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2027년부터 매출이 반영되기 시작해, 2028년 이후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에 연간 3조~3조5000억원의 매출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매출 추정치(약 20~21조원) 대비 15~18% 수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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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제공] |
매출 확대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계약 초반에는 테슬라 차량용 완전자율주행(FSD) 칩 수요를 중심으로 물량이 공급되지만, 이후 로봇 '옵티머스'와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등으로 활용처가 확대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번 계약은 최소 규모로 체결됐으며 실제 생산량은 수배로 커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으로 보일 수 있지만, 파운드리 단독 기준으로 보면 의미 있는 매출 증대이며, 특히 선단 공정 고객 확보라는 전략적 가치는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점유율 반등 위한 시험대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 전반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테슬라는 자율주행용 칩 생산을 TSMC에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해왔으나,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를 추가 파트너로 확보하며 공급망을 이원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TSMC 중심으로 굳어진 시장 구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2023년 1분기 11%에서 2024년 1분기 9%, 올해 1분기 7.7%까지 하락했다. 반면 TSMC는 올해 1분기 67.6%를 기록하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형 수주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신호탄이자 TSMC의 독점 구조에 크랙을 가할 수 있는 충격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기업가치 상승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