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장각하명령 성립 시점 후 인지보정해도 명령 위법하지 않아"
서경환·오경미·이숙연·이흥구 대법관 반대의견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인지를 보정하지 않아 항소장각하명령이 내려진 당일 항소인이 인지를 보정했더라도 기존의 각하명령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전합은 24일 항소장각하명령에 대한 A씨의 즉시항고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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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 [사진=뉴스핌DB] |
A씨는 1심 판결에 항소하면서 항소장에 인지를 붙이지 않았고, 1심 재판장의 인지보정명령에도 응하지 않다가 1심 재판장이 인지 미보정을 이유로 항소장각하명령을 한 날 인지를 보정했다. 이후 A씨 소송대리인에게 항소장각하명령이 송달됐고, A씨는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이에 2심은 "항소장각하명령이 송달되기 전이자 항소장각하명령 발령일과 같은 날 피고가 인지 등 상당액을 납부해 보정 효과가 발생했으므로 1심의 항소장각하명령은 위법하다"며 1심 명령을 취소했다.
하지만 전합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인지보정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시점 후에는 항소인이 인지를 보정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각하명령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인지 등 보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재항고장각하명령의 송달 전에 인지 등의 보정이 이뤄진 경우, 재항고장각하명령에 대한 즉시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 그 각하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본 2018년 11월 16일 자 대법원 결정을 변경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는 인지 미보정을 이유로 한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날과 같은 날 인지를 보정했다. 원심으로서는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때와 피고가 인지를 납부한 때의 시간상 선후관계를 밝혀 항소장각하명령의 위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전합 결정에 대해 서경환·오경미·이숙연·이흥구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흥구 대법관은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이후라도 항소인이 이에 대해 적법하게 즉시항고를 제기하고 그 항고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인지를 보정했다면 항소장각하명령에 대한 즉시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 그 각하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경환·오경미 대법관은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후라도 항소장각하명령이 고지돼 효력이 발생한 날까지 항소인이 인지를 보정했다면 항소장각하명령에 대한 즉시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 항소장각하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숙연 대법관은 "다수의견과 같이 인지 보정의 효력은 항소장각하명령의 성립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항소장각하명령의 성립과 인지 보정의 선후를 가리는 시간의 단위는 '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지, '시'를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따라서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날과 같은 날에 인지를 보정했다면 항소인이 항소장각하명령 성립 후에 인지를 보정했다고 할 수 없어 항소인의 인지 보정은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인지 미보정을 이유로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시점 후에는 항소장각하명령이 송달 등으로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인지를 보정하더라도 인지 보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항소장각하명령은 여전히 적법하다는 대법원 선례의 주류적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에 배치되는 결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자소송 도입 후 전자문서로 작성된 결정이나 명령의 '성립' 시점은 법관이 사법전자서명을 완료한 시점이라고 판시한 점도 의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