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불임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대리모를 구해 대리모에게 돈을 주고 자녀를 낳기로 계약했다. 남편의 정자와 대리모의 난자를 체외 수정한 시험관 수술로 아이가 태어났다. 태어난 아이는 출생 즉시 부부에게 인도되었고, 부부는 기뻐하여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출생신고했다. 대리모도 약속한 돈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행복했다. 하지만 대리모가 돌변하면서 가정의 비극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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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
대리모는 아이를 사랑하는 부부의 마음을 이용하여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기 싫으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부부는 아이가 충격을 받을까봐 두려워 10년 가까이 대리모에게 수억 원을 지속적으로 뜯겼다. 부부는 돈을 주면서 대리모로부터 "입양의 효력을 인정하고 친권을 포기하겠으며 부부의 양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리모는 각서를 작성한 후에도 돈이 떨어지자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으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을 게시하면서 부부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였다. 이런 소동으로 주변에 대리출산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아이도 자신이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가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사실이 주변에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깊은 충격을 받아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아이를 보는 부부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그때부터 부부는 더이상 대리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대리모는 아이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확인을 받겠다며 자신과 아이 사이에는 부모 자식 관계가 존재한다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친모는 누구인가?
대법원은 대리모 계약은 무효이므로 대리모가 나중에 부부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자신이 출산한 아이에 대한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의 효력을 인정하는 계약 역시 대리모 계약의 연장선에 불과하여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아이를 키운 부부의 아내가 아니라, 대리모를 자녀의 친모라고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대리모가 친모이니 대리모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는 받아들여졌을까?
대리모는 친모로 인정되었지만, 그녀가 제기한 소송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대리모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구하는 것은 아이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여 소를 제기할 권리를 남용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리모라고 하더라도 아이의 모친이므로, 아이와 법률상 친자관계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반영시키고자 하는 대리모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나, 이 사건에서 대리모는 아이를 대리출산한 사실을 악용하여 장기간에 걸쳐 부부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고 부부가 더 이상 돈을 지급하지 않자 인터넷 등을 통해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일부 폭로하였으며, 대리출산을 통해 출생한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대리모의 행위와 이 사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로 인해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겪고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소권의 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한 가정의 악몽이 종결되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 대리모는 결과적으로 아이의 친모로 등재될 수 없게 되었고, 대리모로 인해 수년 동안 지속되었던 부부와 아이의 고통은 끝나게 되었다.
위 대법원 판결은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가족법상 기본 법리를 지키면서도, 이 사건에서 죄 없는 아이의 복리를 우선하여 대리모로 하여금 이러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에 맞는 좋은 결론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법무법인(유)화우의 양소라 변호사는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37기로 졸업하고, 2008년부터 법무법인(유)화우에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법무법인(유)화우의 기업송무과 웰스매니지먼트 팀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기업 송무 및 상속, 이혼, 유언대용신탁 등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상속의 기술(2018년)', '한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2025년)'를 출간하였으며, 한국가족법학회 및 한국상속법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