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인도 이민자 강제 추방, 印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
애플의 인도 투자 확대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 대미 여론 악화시켜
"인도에 있어 파키스탄은 테러 지원국...트럼프 대응에 불쾌감 느껴"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환영했던 인도가 일련의 상황을 겪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의 높은 관세를 비난했던 만큼 무역에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러시아 문제나 인도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간섭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도는 지난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는 분위기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인도에 불쾌한 놀라움을 안겨줬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대통령 취임 몇 주 만에 불법 체류 인도인들이 족쇄를 차고 군용기로 이송되자 인도 이민자에 대한 가혹한 처우가 인도에서 정치적 쟁점이 됐고, 이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유학생 신규 비자 취소도 미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낳았다. 중국 유학생이 줄어든 빈자리를 인도 유학생이 메우면서 2023/24학년 기준 미국 대학에 등록한 인도 유학생 수(33만 1602명)가 중국 학생(27만 7398명)을 넘어섰지만, 미 국무부가 지난달 27일 학생 비자 신규 인터뷰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미국 대학들만큼이나 인도 학부모 및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의 인도로의 생산 기지 이전 계획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인도 국민의 초기 열광을 꺼뜨렸고, 4월 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와 그에 따른 인도·파키스탄 국경 분쟁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미국에 대한 감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매체는 "인도 정부는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모든 정당의 정치인들과 일반 대중은 미국의 대응에 불쾌감을 표했다"며 "파키스탄은 급진적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테러의 주요 지원국이자 자금 지원국이므로 인도인들은 미국이 양측 모두 진정해야 한다는 성명 이상의 것을 원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격 휴전에 합의한 것에 대해 "미국이 중재한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인도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며 "인도인들은 미국이 인도를 강대국으로 보기보다는 파키스탄처럼 '골치 아픈' 문제로 보던 과거의 '하이픈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은 인도와의 관계가 '중국 견제'라는 공동 이익에 기반한다고 생각하고, 인도 엘리트층도 이를 인식하고 있지만 인도 여론은 다른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경제 성장과 강대국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 중국 견제의 목적보다 중요하다며 "트럼프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가장 중요한 세계 강대국을 소외시키는 것은 미국에 있어 최선의 이익이 아니다. 중요한 국제 파트너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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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