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선거 앞두고 누가 증세 얘기합니까? 증세 얘기 못 하고 안 합니다"
6·3 대통령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 만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한 의원이 한 말이다. 대통령 후보가 예산 수 조원이 필요한 공약을 발표하는데 재원 조달 방안으로 증세도 검토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치권에서도 국가 세수 부족을 걱정한다. 하지만 누구도 증세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세금을 더 걷겠다는 증세는 선거 전략에 걸림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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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5.05.15 ace@newspim.com |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한 '10대 공약집'을 보면 많은 예산 투입이 필요한 공약이 다수 담겼다.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 대상을 현 7세에서 점진적으로 18세까지 올린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약이 대표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제시한 광역철도(GTX) 전국 5대 광역권 확대 추진도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필요한 공약이다.
이같은 공약을 이행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국가는 세금을 더 걷거나(증세) 또는 빚을 내는 방식(국가 부채 증가)으로 돈을 마련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씀씀이를 늘릴 때 더 많이 돈을 벌거나 은행에서 빚을 내는 이치와 같다.
문제는 주요 후보들이 증세는커녕 국가 부채 증가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공약집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정부 재정 지출구조 조정'과 '2025~2030 연간 총수입 증가분(잠정)'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GTX 공약 관련 SOC 예산을 재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는 기존 사업 예산을 감액해서 생긴 돈을 공약 사업에 투입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도 증가하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설명도 하고 있다. 퍼주기 공약을 내놓으면서 재원 조달에는 입을 닫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후보들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은 총 얼마이고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공약 계산서를 국민에게 내놔야 한다. 증세든 국가 빚을 늘리든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선택을 받아야 한다. "왜 재정 조달 얘기는 안 하고 예산을 쓰는 얘기만 하냐"는 한 경제학자 일침에 정치권과 대통령 후보들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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