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예술 형식으로 표현
한문화체험특구 내 사비나미술관, 전통과 현대의 만남의 장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옥의 생태적 가치를 현대 미술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문을 열었다. 북한산 한문화체험특구가 위치한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진관1로 93)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생태의 집-한옥'은 기후 위기와 공동체 해체 시대에 자연과 공존하는 한옥의 지혜에서 미래를 찾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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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선두, 지지않는 꽃, 2025, 장지에 먹, 분채, 180x1200cm [사진 = 사비나미술관] 2025.05.13 oks34@newspim.com |
참여 작가들은 한옥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구조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 건축 방식과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탐구하며, 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한옥을 살아 있는 유산이자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생태의 집으로 바라본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 설치, 미디어 아트, AI, 사운드 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전통 건축이라는 주제를 동시대 예술 형식으로 확장한다. 예술이 전통의 지혜를 현재와 연결하며 미래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과 예술을 결합한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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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북한산 자락 한문화체험특구 내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생태의 집-한옥'전. [사진 = 사비나미술관] 2025.05.13 oks34@newspim.com |
전시가 개최되는 사비나미술관이 위치한 서울 은평구는 북한산의 수려한 자연과 은평 한옥마을이 어우러진 국내 유일의 '북한산 한문화체험특구'가 있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자 실제 한옥이 살아 숨 쉬는 지역적 특성과 장소성을 전시 기획에 적극 반영했다. 은평 역사한옥박물관, 진관사 한문화체험관 등 은평 지역 내 전통 문화, 건축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전시 및 탐방, 학술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반영했다.
본 전시에는 김도영, 김선두, 김민주, 김유정, 김준, 김홍식, 남경민, 남다현, 노치욱, 안윤모, 이윰, 하루.K 등 현대 미술 작가 12인과 건축 집단 MA(유병안 건축가) 1팀, 총 13명(팀)이 참여했다. 회화, 설치, 사진, 사운드 아트, 미디어 아트, AI 기반 영상, 건축 아카이브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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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남경민, 신윤복 화방 - 화가 신윤복에 대한 생각에 잠기다, 2012, 리넨에 유채, 162×262cm. [사진 = 사비나미술관] 2025.05.13 oks34@newspim.com |
김선두의 '지지 않는 꽃'은 국가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라북도 정읍의 김명관 고택의 실제 흙벽에 영감을 받아 완성되었다. 작가는 두 폭씩 짝을 이루는 대련(對聯) 형식의 총 6쌍으로 구성된 12폭 병풍의 특징을 빌려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두 개의 세계를 한 화면 안에서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펼쳐낸다.
김유정의 '흑백지대'는 서울 은평구의 실제 지형을 축소하여 만든 7m 길이의 구조물 위에 유물처럼 느껴지는 과거의 일상용품들과 폐기된 전통 건축물 일부, 한때 충실히 집을 지켰을 진돗개 모형 등이 배치되어 있다. 작가는 더 이상 제 기능하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대변하는 오브제들 위로 살아있는 공기 정화 식물인 틸란드시아가 부드럽게 감싸며 잠식해가는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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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안윤모, 한옥정원,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366cm. [사진 = 사비나미술관] 2025.05.13 oks34@newspim.com |
남경민의 회화 작품은 조선 회화의 거장 겸재 정선과 혜원 신윤복이 머물렀던 한옥 속 화실 풍경을 상상력으로 재구성 했다. 작가는 조선시대 한옥의 구조와 당시의 생활상에 대한 연구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두 화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추적했다. 그리고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거장들의 대표 작품 이미지, 당시 사용했을 법한 물품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요소들을 화폭에 세심하게 배치하여 두 화가의 세계를 대변하는 듯한 실내 풍경을 만들어냈다.
안윤모의 회화 '한옥정원'은 작가가 어린 시절 한옥에서 살았던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기억 속 한옥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이상향이었다. 특히 집 앞마당의 정원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원에 카라꽃, 목단꽃(모란), 맨드라미 등이 차례로 피어나며 마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작가는 기억 속 풍경을 정원 설계기법 중 하나인 '차경(借景, 빌려온 풍경)'의 구도로 담아냈다. 이는 집 안으로 주변의 자연경관을 끌어들여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을 구현하고자 했던 한옥의 건축 미학을 반영한 것이다. 전시는 8월 3일까지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