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일본 주둔 미 제5공군이 전투 수행
오산에 F-16 몰아넣고… 광주기지는 비워놓는 까닭?
이와쿠니 F-35B, FA-18E/F 한반도 유사시 전개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지난 9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한 미 공군의 전력을 보여 주는 '오산에어쇼'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오산에어쇼의 정식 명칭은 '오산 에어파워데이 2025(Osan Air Power Days 2025)'다. 2002년 10월, 1회를 시작으로 격년제로 2019년까지 행사가 이어졌으나, 코로나 기간엔 열리지 않았다. 2024년 9월 오랜만에 개최를 알렸으나 일 년 내내 매달 실시한 한미연합 공중연합훈련의 '피로도' 여파로 2025년 5월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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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에어파워데이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지난 9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A-10 썬더볼트 공격기가 전시돼 있다. [사진=디펜스타임스] 2025.05.11 gomsi@newspim.com |
6년 만에 재개된 오산에어쇼는 주한 미 공군의 개편이 발표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오산의 미 제51 비행단에서 43년 동안 붙박이 고정배치를 지속해 온 A-10C 선더볼트 II 공격기 24대의 퇴역이 주한 미 공군(미 제7공군)의 해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앞서 주한미군 A-10기는 지난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전개된 한미 공군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Buddy Squadron)'에 연합훈련으로는 마지막으로 참가한 바 있다. 현재 군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이 오산기지로 이동해 배치하고 있다.
A-10C는 대전차 공격기로 저속 항공기다. A-10 선더볼트II의 첫 전장 출격은 1991년 걸프 전쟁이다.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군은 당시 쿠웨이트를 불법 점령한 이라크에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맞섰다. A-10은 걸프전에서 8755회의 출격을 기록했다. 총 8100소티를 소화하는 동안 작전 성공률 95.7%를 달성했다. 이라크군 전차 980여 대와 장갑차 500여 대, 야포 920여 문, 장갑차 500여 대, 트럭 1100여 대를 파괴해 연합군의 승리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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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군은 지난 1월 15일 올해 첫 연합 공대지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며,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확인했다. 편대 오른쪽부터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2기, 미 공군 A-10 공격기 2기 [사진=공군] 2025.05.11 gomsi@newspim.com |
A-10은 생존성도 높다. 걸프전에 참가한 140여 대의 A-10 공격기 중 단 4대만이 격추된 사실과 327군데나 피탄됐던 기체가 무사히 귀환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속도는 시속 약 700㎞로 느린 편이지만, 기동성과 선회력이 좋아 지상의 목표물 타격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탱크 킬러'라는 별칭도 이때 생겼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 포로들은 저공에서 지면을 훑고 지나가는 가장 공포스러운 공격기가 A-10 '선더볼트'였다고 증언했다.
미국은 소화기 중심의 전투에 지대공미사일이 난무하던 베트남 상공에서 수많은 조종사를 잃으면서 패닉을 겪었다. A-10은 1972년 페어차일드 리퍼블릭이 생산에 들어가 1977년 10월 미 공군에 배치됐다. A-10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항공대에서 적 기갑 전력을 상대했던 P-47 선더볼트(Thunderbolt)의 명칭을 계승해 '선더볼트II'로 명명했다. 투박한 기체 모양으로 '멧돼지(Warthog)'라는 별명도 가진 A-10은 매버릭 공대지미사일, 30㎜ 기관포,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해 근접항공지원(CAS)에는 제격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A-10 '선더볼트'의 한반도 철수는 지난 6월 F-4 팬텀의 퇴역과 함께 냉전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하던 무기체계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1981년 2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지미 카터의 미군 철수 이후 안보 불안을 겪고 있던 한국에 A-10 배치를 전격 결정했다. 이듬해인 1982년 팀스피릿 훈련 때 A-10은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A-10은 이라크전, 아프간전 종전 이후 그동안 미루어 오던 공군전력 현대화의 대상에 올라 '퇴출 무기' 리스트에 올랐다. 단일 임무 전술기인 A-10C 공격기는 2013년 이후 대중국 항공전력으로 부적합하고 F-35A 스텔스 전투기 확보에 예산을 낭비하게 하는 미 공군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왔다. 그러나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본토의 공군기지 감축 운영과 관련한 지역구 경제 활성화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 결과 해외 주둔 A-10C 공격기 부대를 우선으로 해체, 철수에 착수한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미국은 주독 미 공군이 슈팡달렘 기지에서 운용하던 A-10C 24대를 처음으로 철수하고, F-16 기종으로 단일화한 적이 있다. 연방 정부 축소와 함께 미군의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전투사령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시점에 마지막 해외 주둔 전력인 A-10 '선더볼트'를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는 9월 오산 제25 전투비행대대의 A-10C 공격기가 해체된다. A-10C의 완전 퇴역은 2028~2029년으로 예정됐고, 미 본토에서 162대만을 운용할 예정이다. 오산 주둔 A-10C의 조종사들은 절반은 현대화된 다른 기종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본토에서 A-10을 당분간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A-10C 공격기의 퇴역은 주일 미 공군 가데나 기지의 F-15C/D 이글 전투기 퇴역과 연동된다. F-15C/D 이글 전투기는 '제공 전투기'로, 1979년에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이후 지난 3월 26일 마지막 전투기가 철수하면서 주한 미 공군의 A-10C 퇴역 차례가 됐다.
가데나에는 F-15EX 이글II 32대가 2026년부터 배치돼 현대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한 미 공군의 A-10C 공격기 24대 대체 전력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에는 미 국방부의 '항공전력 재배치 조정'에 따라 주한 미 공군의 나머지 전력인 F-16C/D 전투기 3개 대대만을 오산기지에 모아 운용한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중국의 양안(兩岸) 전쟁 시도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역할, 특히 주한 미 공군의 투입을 구상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반대로,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주일미군 항공전력의 급속한 개편 및 현대화를 추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주일미군 항공전력 가운데 해병대를 시작으로 해군 항공전력의 긴급 개편을 마무리 지었다.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기지에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 2개 대대와 순환배치 1개 대대를 주둔시키고, 해군 함재기는 3월 1일까지 F-35C 스텔스 함재 전투기, F/A-18E/F 슈퍼호넷 블록III 2개 대대로 개편했다. 최근 한미연합훈련에는 이와쿠니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가 주전력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지난 5월 4일 열린 '이와쿠니 미 해병대 에어쇼'에서도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가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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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이와쿠니 미 해병대 에어쇼'에서도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가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디펜스타임스] 2025.05.11 gomsi@newspim.com |
이번 오산에어쇼에서도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최초로 기동시범을 선보이면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A-10C가 철수한 이후 한반도 전개 전력의 주력이 F-35B로 바뀐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주일미군사령부는 한반도 증원전력으로 F-35B를 보내기 위해 구형인 FA-18C/D 호넷 전투기와 AV-8B 해리어 공격기의 순환배치를 종료했다.
앞으로 동북아 미군 항공전력은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 및 전쟁구역(전구, 戰區)으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적용하기 위해 주한미군 항공전력은 오산으로 최소화하고, 군산기지는 유사시 증원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전대급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군산기지(8전투비행단)의 F-16 9개를 오산으로 옮겨 오산의 36 전투비행단에 배치된 F-16을 31대 보유하는 '슈퍼비행대대'로 만들면서, 군산기지를 사실상 비워놓고 유사시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사실상 한반도의 미 7공군을 일본의 미 5공군 예하로 통합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6·25 전쟁이 종전을 맞으면서 한반도에서 전투를 치른 주일미군 5공군이 전부 철수하고, 오산·군산기지를 유사시 항공전력이 들어 올 수 있는 기지 유지만 하고, 4대 단위의 임시파견 전투기만을 보낸 역사가 있다. 베트남전을 마무리 지은 1972년부터 고정배치를 전제로 하는 주한 미 공군이 주둔했으며, 북한의 위협이 증가했던 1980년대 전두환 정부 초반에 F-16, A-10을 배치했다. 지금의 미 제7공군도 이때 필리핀 클라크 기지에서 전력이 옮겨왔다.
미 제7공군의 해체설은 트럼프 정부의 주둔비 비용감축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방 정부 축소와 함께 미군의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장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전투사령부 통합을 비롯해 주일 미군 확장 계획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부담 증액을 압박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도 미군이 최고사령관 지위를 내려놓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주한 미 공군의 감축은 한반도의 미 제7공군을 사실상 없애 일본의 미 제5공군에 통합하는 '원시어터'의 큰 그림 아래로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2026년부터 연차적으로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 기지에 F-16C/D 전투기가 F-35A 스텔스 전투기 48대로 대체되기 때문에 사실상 F-35A의 군산 배치는 어렵다.
지난달 18일 광주기지에서 프리덤 플래그(Freedom Flag) 훈련 미디어데이 때 대대적인 F-35B 수직이착륙기 훈련이 있었다. 이와쿠니의 미 해병대 전력인 F-35B가 미 5공군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때 미국이 일본의 미 제5공군을 한반도 전장에 투입한 것처럼, 70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 유사시 미 공군 주둔의 역사는 돌고 도는 느낌이다.
goms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