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제조산업 전력소비량·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탄소 중립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2030년 최대 1680만톤(t)까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AI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 칩 제조를 위해서는 많은 전기를 써야 하는데, 이러한 대규모 전력이 화석연료로 생산되면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0일 발표한 '인공지능(AI) 시대의 그림자' 보고서를 통해 주요 AI 칩인 엔비디아 AMD사 6가지 모델의 2023~2024년 제조 과정에 들어간 전력 소비량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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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AI 관련 칩 제조에 소비되는 전력량 예측치 [자료=그린피스] |
시장 점유율과 제조 능력을 결합해 각 모델의 생산량을 추정하고, 생산량을 기준으로 제조에 필요한 전기량을 계산한 결과, AI 칩 제조로 인한 전력 소비는 2023년 218GWh에서 지난해 984GWh로 350% 이상 증가했다.
2030년에는 AI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가 최대 3만7238G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3년 대비 170배 증가한 수치로, 아일랜드의 연간 총 전력 소비량(2023년, 3만581GWh)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보고서는 AI 칩 제조에 따른 동아시아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 추세를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칩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핵심요소인데, 2023년 기준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칩 제조사에 공급되는 GPU와 HBM 생산의 98% 이상을 동아시아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동아시아 지역의 전력망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전력망 화석 연료 의존도는 대만 83.1%, 일본 68.6%, 한국 58.5%에 달한다. 그린피스는 지역별 탄소집약도를 바탕으로, AI 칩 제조 과정에서의 전력소비량을 적용해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1680만톤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170배 증가한 수치다.
독일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큰 AI 산업에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다. 독일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데이터 센터 운영자가 사용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방안을 의무화했다. 오는 2027년부터는 그 비중이 100%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반도체, AI 산업 활성화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로 조달하고자 한다.
양연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LNG는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의 대안이 될 수 없기에 정부는 반도체 제조 시설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LNG 발전 사업을 승인하기 전에 인근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개발 가능성을 최대한 검토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절차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지난해부터 탄소중립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재생에너지 기반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