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보 공개 논란 심화… 野 "안전정보 공개하라" 촉구
"보안 관리법상 비공개" vs "시민 알 권리 우선" 대치
경실련 "중대재해 관리 부처 절반만 세부 정보 제출" 비판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안전 정보 공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가공간정보기본법을 근거로 지반침하 안전지도 정보를 비공개하는 서울시를 압박하는 것이다.
사전에 진행한 안전영향평가에서 서울시가 해당 지역의 침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안일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시민 안전을 위해 알 권리가 우선"이라며 서울시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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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9일 오전 9시20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당 의원들이 결성한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는 싱크홀 관련 대책 마련 및 지반침하 위험지도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4.09 dosong@newspim.com |
◆ 서울시 정보 공개 논란 심화…野 "안전정보 공개하라" 촉구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당 의원들이 결성한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는 싱크홀 관련 대책 마련 및 지반침하 안전지도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별위는 "2023년 서울시가 발주한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에서 사고 인근 지역이 '요주의 구간'으로 지정됐고, 정밀 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있었지만 결국 무시됐다"며 "서울시 대책 보고서에도 '공사장 사고가 더 위험하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사전에 해당 지역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1공구) 지하안전평가서는 "싱크홀 발생 지역과 인접한 중앙보훈병원역~대명초교 입구 사거리 노선 연장 공사 구간의 터널 구간은 심층풍화대로 시추공에서 풍화암이 11~16m에 출현했다"며 "터널 통과구가인 풍화토 및 풍하암으로 깊은 지반 침하 위험구간으로서 시공 시 계측 결과에 유의한 정밀 시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지반침하 예방 종합 개선대책'(2023년 12월 24일 기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228건의 지반침하 중 상·하수관로 손상이 144건으로 63%를 차지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사고 건수 대비 인명 피해 발생률이 공사장(40%)에서 지하시설물(7%)보다 5.7배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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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3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위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조위는 이날부터 오는 5월30일까지 2개월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2025.03.31 choipix16@newspim.com |
특별위는 "서울시는 이미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통해 해당 지역이 가장 높은 위험 등급임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중요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주민 의원은 "서울시는 지반침하 관련 예측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정보 공개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안전지도 비공개 사유에 대해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관리용 참고자료로 개발한 것"이라며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제35조(보안관리)에 따라 '서울특별시 공간정보 보안업무 처리규칙'에 따라 공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누구나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인제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서울시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법리 검토까지 마쳤다"며 "사고 고위험 지역에 대해 시민에게 알릴 권리가 있고, 헌법에 명시된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합죽이 행정에 볼멘소리, 경실련 "절반만 세부 정보 제출…현황 관리 부실"
같은 날 시민단체 역시 서울시와 정부의 정보 비공개성으로 인해 자체 안전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중대시민재해 관련 안전 당국의 정보 공개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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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159명이 사망한 10·29 이태원 참사와 최근 강동구 싱크홀 사고 모두 도로에서 시민이 사망했지만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도로는 해당하지 않아 중대시민재해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2025.04.09 jeongwon1026@newspim.com |
경실련은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을 위해 전국 중대시민재해 관리 부처 및 지자체 249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경실련이 제공한 양식을 제출한 기관은 244곳(98.0%)에 달했으나, 시설명부를 제출한 기관은 119곳(47.8%)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중대시민재해를 담당하는 부서는 세부적인 대상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고 있어야 하므로 이를 요청했지만, 절반이 넘는 130곳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양식 제출에 협조하지 않은 일부 기관에 대해 "담당자가 '양식 작성 의무가 없다'며 협조를 거부했고, 일부는 전임자가 작성한 2~3년 전 리스트를 제출하는 등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에 따르면 시설물안전법상 중대시민재해 대상 시설물은 2만5449개로,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된 시설물 17만8897개 가운데 14.2%에 그쳤다.
경실련은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것은 관리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방증"이라며 "10·29 이태원 참사와 최근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 모두 도로에서 시민이 사망했지만, '도로'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관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