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2600억원·2분기 3500억원 매각 추진
상반기만 6000억원, 작년 전체 68% 조기 매각
"관세 전쟁 심각해"...건전성 강화 조기 조치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KB국민은행이 부실채권 매각에 이례적으로 속도를 낸다. 올해 상반기에만 6000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지난해 전체 매각 규모 대비 2/3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의 상호 관세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제적 건전성 관리와 향후 비은행 신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이 2분기 중 35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매각대상은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분류된 부동산 담보부여신 및 기업회생채권이다. 이를 위해 오는 8일까지 매각자문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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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관. [사진=KB국민은행] |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에도 258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을 진행한 바 있다. 추진 중인 2분기 규모(잠정)를 반영하면 상반기에만 6000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지난해 총 8800억원 가량을 매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반기만에 지난해 전체 매각량의 2/3 이상을 조기에 처리하는 셈이다.
국민은행이 부실채권 매각에 속도를 내는 건 건전성 관리를 위함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32%로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한 3%대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총 부실채권 규모 역시 1조2859억원으로 하나 1조202억원, 신한 8617억원, 우리 7815억원 등 4대 금융과 비교할 때 크게 많았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를 회수하지 못한 대출채권을 의미한다.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 자산 유동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부실채권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은행 부실채권 규모는 14조3000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2조3000억원(2.3%)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 역시 0.47%에서 0.53%로 높아졌다.
2022년과 비교하면 2년만에 부실채권 규모는 4조7000억원, 부실채권 비율은 0.13%p 늘어난 정도로 악화 속도가 가파르다.
국민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나 비율은 건전성 악화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전입액은 지난해에만 4700억원에 달했으며 BIS비율(17.24%)과 보통주자본(CET1) 비율(14.45%) 등 주요 건전성 지표 역시 모두 안정세다.
다만 부실채권 증가와 함께 2022년 0.16%에 불과했던 연체율이 2023년 0.22%로 크게 높아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0.29%로 높아지는 등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되고 이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등 올해 국내외 불확실성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1월 이환주 은행장 취임 후 비은행 사업 강화를 추진 중인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신사업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을 사전에 완화시키고자 부실채권 매각 확대를 통한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침체 등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건전성이 약화된 측면이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년보다 빠르게 매각에 나선 것"이라며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실제 추진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