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5월 종료...유효기간 연장 논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관련 LH 측 비용 부담 확대 전망
지방 악성 미분양 매입 등 LH 역할 다수...재무건전성 우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전세사기특별법)이 오는 5월 일몰을 앞둔 가운데 유효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구제의 손길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시각 때문이다.
다만 연장 시 공공매입을 총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점은 부담이다. 이미 '부채 공룡'으로 분류되는 LH에 짐을 더하기 보다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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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본사 [사진=LH] |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는 전세사기특별법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랐다. 염태영의원 대표발의안(2년 연장), 윤준병의원 대표발의안(3년 연장), 박용갑의원 대표발의안(4년 연장) 등이다.
이는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의 유효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여론이 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20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이 특별법은 오는 5월 31일 종료된다. 최근 수도권 일대 빌라에서 115억원 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가운데, 6월 이후 발생하는 피해 관련 지원을 위해 유효기간 연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정안 통과 시 LH의 재정적 부담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별법에 따라 LH는 공·경매에 계류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한 후 최장 10년간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을 공공임대주택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로 활용한다. 10년 이후 피해자가 계속 거주를 원할 시 시세 대비 30~50%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10년간 주택을 제공한다.
현재 전세사기 주택 매입 비용의 약 55%는 LH가 주택도시기금에서 1%대 저금리 융자를 제공받아 해결하고 있다. 나머지 약 45%는 정부 출자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다. 당장 초기 매입 비용에 LH의 자체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주택도시기금에 대한 부채와 이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더불어 공공임대로 전환된 피해 주택에 대한 운영비, 유지비 등은 온전히 LH의 몫이다. 매입 대상인 피해 주택이 늘어날수록 LH의 수익은 없는 반면 부담이 확대되는 것이다.
매입 대상 피해 주택은 계속하여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피해 주택 매입 목표 물량은 총 7500가구다. 그러나 이달 5일 기준 국토부에 접수된 주택 매입 사전협의 요청은 총 8996건이다. 모든 주택이 매입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미 목표치 이상의 정책 수요가 확인된 셈이다.
아직 매입 사전협의 요청을 하지 않은 피해자도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특별법 시행 이후 지난 13일까지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2만8087명이다. 이들이 전부 LH 매입을 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직접 우선매수권 행사 등 기타 방안보다 LH 측 매입을 선호하는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정부가 초기 매입에 대한 재정 투입을 확대하거나 LH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LH의 재무 상황은 건전성 확보가 필요한 수준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반기 기준 LH의 부채 규모는 약 153조원, 부채비율은 약 218%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 평균 부채비율인 207%를 웃도는 수치다. 공공임대주택의 낮은 수익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LH는 2022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 위험 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2028년에는 부채 규모 236조원, 부채비율 238%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LH가 올해 예산을 활용해야 할 과제는 많다. 대표적으로 LH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따라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 3000가구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기축 매입임대 예산 3000억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계획대로라면 가구당 평균 1억원의 예산이 배정되는데, 분양가 대비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1억원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매입과 신축 매입임대주택 약 10만 가구 매입 등도 LH의 몫이다. 특별법 연장 시 LH가 재정적·인적 자원 투여에 의한 부담을 견디기 버거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자에게 도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투입되는 비용 대비 피해자 보호, 사기 예방에 대한 실효성이 없긴 하다"며 "전세사기 행위 처벌 강화 등 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LH는 우선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특별법 개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에게 주거지원에 보증금 회복 지원까지 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실효성 있는 피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피해 지원 신청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해 하루빨리 피해자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