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 연내 기술이전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올릭스가 연초부터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91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올해 추가적인 기술이전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기술이전 협상 단계에 있는 바이오텍들이 성과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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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바이오산업본부 연구원들이 항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경과원] |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릭스는 최근 일라이릴리와 약 91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을 표적하는 올릭스의 임상 1상 후보물질 'OLX702A(물질명 OLX75016)'의 개발·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올릭스는 계약을 통해 일라이릴리로부터 선급금을 수령해 호주에서 진행하는 OLX702A의 임상 1상을 완료할 예정이며, 릴리는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수행하게 된다.
올릭스는 OLX702A를 간 섬유화를 동반한 MASH와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해당 약물은 전임상 연구에서 MASH와 간 섬유화뿐 아니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에도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일라이릴리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로 당뇨·비만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개발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과 비만 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암 등 다양한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빅파마로 꼽힌다.
올릭스와 일라이릴리의 계약 규모는 1조원이 넘어가는 '빅딜'(대형거래)은 아니지만 국내 바이오 벤처가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을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계약 내용에 올릭스가 MARC1과 하나 이상의 다른 타겟 유전자를 동시에 표적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경우 일라이릴리가 해당 치료제에 대한 우선 권리를 가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계약금이 추가되거나 독점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 계약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릭스의 기술이전 성과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긍정적인 투자 심리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후속주자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올해 국제 학회에서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거나, 기술이전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예고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달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들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기술이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연내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텍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가 기술이전을 추진 중인 대상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로 최근 공개된 임상 2상 진행 현황에 따르면 폐 기능 회복 가능성이 기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빈도 또한 경쟁 약물 대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상 마무리 단계로 오는 4월 톱라인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대규모 기술이전을 예고했다. 회사는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의 경쟁력을 인정받았으며, 좋은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사노피와의 기술이전보다 큰 딜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에 파킨슨병 신약 'ABL301'에 대한 기술이전을 완료하고, 마일스톤 500만 달러(약 70억원)를 수령한 바 있다.
지난해 일본의 오노약품공업과 두 건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리가켐바이오 또한 올해 글로벌 제약사의 빅딜을 성사할지 관심이 모인다.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는 LCB02A, LCB41A 등이 기술이전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로 거론되고 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릭스의 일라이릴리향 기술수출 공시로 다음 딜을 발표할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플랫폼, 파이프라인의 정성·정량 평가보다는 임상 결과 발표 및 기술 수출을 언급한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