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 54.2% 등록금 인상 결정
"식비 줄이려면 편의점 음식·학식만 먹어야"
"등록금 인상 아닌 재정구조 문제 해결해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가뜩이나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등록금까지 오른다고 하니 정말 등골이 휠 것 같아요."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충당해 온 서울 소재 대학생 김모 씨(24)는 최근 등록금 인상 소식에 아르바이트를 늘리기로 했다. 새 학기를 앞둔 대학가에서 10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를 깨고 줄지어 인상 결정을 내리면서 대학생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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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10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90곳 중 103곳(54.2%)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을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는 모습. 2025.02.10 jeongwon1026@newspim.com |
10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90곳 중 103곳(54.2%)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대학 인상률을 살펴보면 ▲성신여대(5.3%) ▲경희대(5.1%) ▲성공회대(5.1%) ▲고려대(5.0%) ▲한국외대(5.0%) ▲동국대(4.98%) ▲숙명여대(4.85%) ▲연세대(4.98%) ▲상명대(4.95%) ▲중앙대(4.95%) ▲성균관대(4.9%) ▲한양대(4.9%) ▲광운대(4.85%) ▲서강대(4.85%) ▲동덕여대(4.2%) ▲국민대(3.80%) ▲이화여대(3.1%) 등이다.
사총협은 지난 16년간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난과 그에 따른 교육환경 개선·교육시설 개보수·인재 양성 어려움 등을 등록금 인상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인상해도 교육 인프라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서울 소재 대학생 박모 씨(25)는 "등록금은 인상됐는데 수강신청 강의목록을 보니 교수도 그대로, 강의도 그대로, 강의실도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인문계열 대학생 최모 씨(23)는 "4학년이라 앞으로 학교 다닐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교육환경이 좋아진다고 해도 얼마나 혜택을 볼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월세·식비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 결정은 대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도 주장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송모 씨(21)는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등록금까지 오른다고 하니 너무 걱정된다"며 "식비라도 줄이려면 당분간 편의점 음식이랑 '학식(학교식당)'만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디자인 전공생이라는 강모 씨(23)는 "아무리 물가 상승에 따른 조치라고 해도 인상률이 너무 높은 것 같다. 디자인 대학은 원래도 타 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편인데 더 비싸졌다"며 하소연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등록금 인상은 많은 학생들과 가정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라며 "대학 재정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아니라 적립금 사용, 사학법인 책임 확대, 고등교육 재정 확대 등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