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신 물엿이...'제로' 맹신은 금물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제로' 식품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 당류, 열량이 기준 이하인 제품에 '제로' 명칭을 붙인다. 강 관리 트렌드 영향으로 제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제로 유행 덕에 건강 식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 늘었다.
문제는 가짜 제로도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상 '제로'를 내세웠지만 영양성분표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로가 아닌 식품이 적지 않다.
실제 최근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당류 제로'를 내세운 믹스커피 20종을 조사한 결과 제품 다수에 혈당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원료가 포함돼 있다고 고발했다. 20개 제품 모두 당류 0% 표기가 되어 있었지만 이중 11개 제품에 물엿이 함유돼 있었다.
물엿은 혈당수치가 제2형 당뇨환자기준 140에 달하는 대표적인 혈당상승유발원료에 해당한다. 또 5개 제품에는 당알코올인 폴리글리시톨시럽(소비톨, 말티톨, 말토트리톨 및 수소화당류를 가진 혼합물)이 포함됐다.
커피믹스 외에도 일반적인 제로 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폴리글리시톨시럽은 혈당지수 39로 설탕 혈당지수 68의 약 57.4% 수준이다. 제품에 기재되어 있는 '영양성분표'에 표시되는 당류가 0%라 하더라도 혈당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당뇨질환을 앓는 소비자라면 제로 제품을 무턱대고 믿어선 안 되는 이유다.
'제로' 주류도 마찬가지다. '제로 슈거'를 강조한 소주와 맥주는 사실상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 애초에 소주는 당류 함량이 낮았던 제품이고 일반적인 라거 맥주에는 보통 당류가 들어가지 않는다.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 중인 5개 '제로 슈거 소주'를 시험 검사한 결과 제로슈거 소주의 열량과 당류가 일반 소주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소주의 당류를 조사한 결과 100㎖당 평균 0.12g으로 낮아 제로 슈거 소주로 표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제로' 표기에 큰 의미가 없는데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제로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탄산 대신 제로 탄산을 찾거나 일반 스낵 대신 제로 스낵을 선택하는 등 제로 식품은 체중 및 혈당 관리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식단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건강한 생활을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로' 마케팅을 맹신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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