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인4역'…잇따른 난관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 본인 기준에 따라 결정
여전히 숙제 산적…내란특검법 거부권 행사 고심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여당과 야당 양측에서 비판했다면, 그건 공직자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같은 난세에 한쪽 진영의 지지를 받는다면 그거야말로 문제가 되지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를 두고 한 정치 평론가가 한 말이다. 이 평론가는 최상목 권한대행의 행보가 중용(中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아 경제부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인 4역'을 맡아오던 최 권한대행이 암초에 부딪혔다.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결정이 다가오면서다.
앞서 최 대행은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와 동시에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의 임명을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자다. 민주당의 또 다른 후보자인 마은혁 후보자는 보류됐다.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 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 대행의 결정이 헌법상 절차 원칙을 희생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추천자인 마은혁 헌법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자, 최 대행이 삼권분립에 대한 위헌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행의 이러한 결정은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한 달 만에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하고 기재부 간부들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중심을 잡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최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실질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도 권한대행 본인의 기준에 따라 결정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최 대행이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 대행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3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권한대행으로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대행의 판단과 기준에 맞춰 법률안에 대한 고심을 거친 결과, 3개 법안이 시행될 시 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의중이 내포됐다.
국무회의가 해제됨과 동시에 야당에서는 또 한 번 최 대행을 향한 비판이 줄이어 나왔다.
일각에서는 오는 3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내란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란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정부로 이송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시대 법치주의자인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법칙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존재하고 일은 공적을 세우기 위해 한다. 입법에는 곤란이 따르지만, 그 곤란을 조사해 보고 그 일이 성립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으면 그 법을 제정하고, 어떤 일이 성립하면 해가 따르는 법이지만 그 해를 조사해 공로가 많으면 그 일을 한다. 곤란이 따르지 않는 법, 해가 따르지 않는 공로는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칙'이다. 최 대행의 결정에 일희일비할 수는 있어도, 권한대행의 권한을 통제하는 건 도리어 삼권분립을 넘는 일이다. 최 대행이 정경대원(바르고 큰 원칙·正經大原)의 길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