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사랑 때문에 '계엄'까지 해봤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온라인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만들어졌다. 계엄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이에 맞서 해학적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윤 대통령의 여사에 대한 사랑을 풍자한 밈이다.
평소 김건희 여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윤 대통령이 배우자 특검 여론을 막고자 계엄을 선포했다는 뜻이다. 얼토당토 않는 주장이지만 해당 밈이 많은 이들의 공감과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만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황당한 결단이었기 때문일 거다.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2024.12.18 seo00@newspim.com |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의 모습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이번 계엄 사태를 바라보며 한 때 자신들의 수장이었던 그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느끼는 듯 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모습을 회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 대해 "검찰총장까지만 했더라면 참 존경받는 검사로 남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알고 지낸 법조인은 "호탕한 성격에 수사도 추진력있게 잘 했고 통솔력도 좋았던 검찰총장"이라며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분이 왜 그런 위헌 행위를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사랑 때문에 계엄까지 선포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까지 국민 여론은 실제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 줄곧 의문을 품어왔다. 명품가방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사건 등 여사를 둘러싼 수사 과정에선 검찰의 '황제 출장 조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 모든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결과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야당 측에서 김 여사 특검을 수차례 발의했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수사를 끝내 용인하지 않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사람이 아닌 사건만 바라보며 수사했던 검사 출신 대통령이 배우자 앞에서 모든 기준과 잣대가 무너졌다는 젊은 세대들의 풍자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계엄 그 후. 이젠 법조의 시간이다. 다행히 몇 시간 안에 정리된 그날의 계엄이 역사에 잘 기록되기 위해선 엄정하고 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이 18일 윤 대통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지만,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한이 없어 기소 시 검찰이 다시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해야 한다.
검찰이 '친정 식구' 윤 대통령에 대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다. 무너졌던 사법 신뢰를 회복하고 그날의 계엄을 트라우마가 아닌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역사로 남기기 위해 수사기관들의 엄정한 수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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