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경쟁률 높아도 계약 포기 늘어…대형 건설사도 고전
"올해도 고분양가 기조…서울 외곽지역, 미계약 물량 늘어날 것"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고분양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상급지로 분류되는 선호지역을 제외하곤 수도권 내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단지들은 청약통장 유무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분양가 산정 범위 확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요인이 산적한 만큼 청약 경쟁률은 높더라도 자금 부담 등의 요인으로 실제 계약은 저조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분양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 청약 경쟁률 높아도 계약 포기 늘어…대형 건설사도 고전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분양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미계약 발생으로 인해 무순위 청약을 실시하는 단지들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청약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선호도가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수요자들이 몰려 양호한 평균 경쟁률을 기록해도 막상 계약 단계에서 높은 분양가에 포기하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미분양 단지에서 무순 청약 공고를 낸 횟수는 91번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5월 분양한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최근까지 총 8번의 임의공급을 진행했다.
지난해 5월 1순위 208가구 청약 이후 94가구가 미달돼 무순위 청약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물량을 털지 못해 해가 바뀌고 나서도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이번 임의공급 물량은 총 15가구다. 타입별로 ▲59A㎡ 3가구 ▲75㎡ 2가구 ▲84A㎡ 7가구 ▲84B㎡ 1가구 ▲T84D㎡ 2가구이며 분양가는 7억9220만~11억7170만원이다.
중소형으로 구성된 인근 북한산 두산위브(1·2차 793가구) 시세가 7억2000만~7억8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오히려 밀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558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순위 청약 결과 1만 353명이 몰렸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평형은 전용면적 74㎡로, 552.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분양 당시만 하더라도 1순위 1414가구 모집에 2만1129명이 몰리며 평균 1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고분양가에 수요자들이 계약 단계에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3억6300만~14억1400만원이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중랑구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와 지난해 11월 분양한 강서구 '힐스테이트 등촌역' 등 역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시 완판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 "올해도 고분양가 기조…서울 외곽지역, 미계약 물량 늘어날 것"
선호도가 높은 상급지역이 아닌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아파트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인근 시세보다 다소 높게 책정된 분양가에 청약에 당첨이 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정부의 분양가 산정 범위 확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요인이 있는 만큼 올해 청약 시장 시장에서도 경쟁률은 높게 나오더라도 자금 부담 등으로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미계약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에 이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규모다. '국민 평형'으로 인식되는 전용 면적 60~85㎡ 미분양 주택만 4만6912가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864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78.2% 늘어났다.
미분양 공포는 수도권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 1만4494가구로 전월(1만3948가구) 대비 3.9%(546가구) 증가했다. 2023년 11월(6998가구)과 비교하면 107% 급증한 규모다.
아직까지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931가구로 전년 동기(877가구) 대비 6.1% 증가했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603가구로 전년 동기(401가구) 대비 50.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분양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강남 3구에서는 청약 시장 흥행이 예상되지만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미계약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무래도 입지 보다 가격 경쟁력을 중요시 하는 트렌드로 바뀌면서 고분양가는 수요자에게 부담으로 작용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