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구독 상품 운영모델 180개로 확대..사업 고도화
롯데하이마트, 신사업으로 활로 모색...가맹사업이 새 무기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실적 부침을 겪고 있는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양판점이 돌파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 침체 속에서 가전 수요까지 줄어들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더욱 커진 영향이다. 가전양판점은 신사업으로 실적 개선을 모색하는가 하면, 멤버십이나 구독형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전자랜드가 전국 직영점에서 가전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사진은 모델들이 구독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전자랜드] |
◆전자랜드, 구독 서비스 고도화...운영 모델 180개로 확대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내년 1월까지 LG전자 구독형 상품의 운영 모델을 기존 120개에서 180여 개로 확대한다. 구독 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깔렸다.
기존 전자랜드의 구독형 상품은 LG전자의 냉장고, 세탁기, 정수기 등 15개 가전 품목의 120여개 모델을 구독할 수 있다. 현재보다 구독 상품의 모델을 60개 가까이(50%) 늘리는 것이다.
전자랜드는 향후에도 계속해서 구독 상품의 운영 모델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전자랜드는 실적 개선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구독형 상품을 낙점했다. 지난 9월 가전양판점 최초로 LG전자와 손잡고 구독형 상품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한 달 뒤인 지난 10월에 정식 판매에 돌입했다.
초반 성적은 좋다. 지난 10월 가전 구독 서비스 판매량은 전달 시범 운영 기간 대비 9배 급증했다. 한 달 뒤인 지난달에는 10배로 뛰어 올랐다. 갈수록 고객 수요가 증가 추세인 셈이다.
회사 측은 구독 서비스 도입으로 추가적인 매출이 발생한 것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혼수∙이사 고객이 여러 가전제품을 한 번에 구매할 때 냉장고, 세탁기 등 필수 가전만을 사는 것에서 그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전자랜드가 선보인 구독 서비스를 통해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을 구매하면 실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비싼 가전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대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매출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내년 가전 구독 시장이 100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자랜드는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매장 체질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랜드가 꺼내든 카드는 유료 멤버십 매장인 '랜드500'이다. 랜드500은 일정 연회비를 낸 유료 회원에게 500가지 특가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여기에 추가로 제공하는 포인트와 할인 혜택이 집객 포인트다. 올해 전체 80개 매장 중 30개점(37.5%)이 '랜드500'으로 리뉴얼을 완료하면서 체질 개선작업을 마쳤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마무리된 리뉴얼 매장에 구독형 상품을 강화해 본격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본사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
◆롯데하이마트, 내년쯤 가맹사업 윤곽
롯데하이마트는 신사업으로 출구 전략을 짠다. 롯데하이마트는 내달 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프랜차이즈·가맹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아직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내년에나 구체적인 가맹사업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모회사 롯데쇼핑이 투자한 가구전문기업인 한샘과의 시너지를 노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가맹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아직 나온 게 없다"며 "한샘만을 겨냥한 사업은 아니다. 가전과 사업 연계성이 높은 가구나 인테리어 대형 대리점들과 손잡고 상품을 판매하면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상품 차별화로 본원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롯데하이마트의 또 다른 무기는 자체 브랜드(PB)다. PB 제품은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등 전 단계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제조사 브랜드(NB)를 판매할 때보다 마진율도 높아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롯데하이마트는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적의 가전 PB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245리터(L) 일반 냉장고, 스테이션 청소기 등 가성비가 뛰어난 상품을 잇따라 선보여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중순 출시한 김치냉장고는 롯데홈쇼핑 방송 판매 목표 물량을 초과 달성하며 가전 PB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재 롯데하이마트는 PB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 새로운 PB 상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현장 인력 구조 혁신을 통한 온·오프 통합 인적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핵심 전략의 유기적인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은 물론 주요 전략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중장기 실적 개선 목표 달성과 주주 가치 제고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이 롯데하이마트에서 김치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하이마트] |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열중인 속내는
이처럼 가전양판점이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내세운 신사업에 열중인 것은 가전 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지난해 삼성전자 대리점에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 1위를 내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9.1%, 6.7%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대리점은 37%로 1위를 꿰찼다.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은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삼성전자 대리점, 하이프라자 4사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이러한 시장 지형도는 2022년 이후 굳어지는 분위기다. 2021년에만 하더라도 롯데하이마트가 4사 중 33.7%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1위를 기록했으나, 2022년 점유율이 32.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30% 아래인 29.1%로 후퇴했다. 가전양판점은 삼성,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중소형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자체 브랜드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함에도 삼성전자만 판매하는 대리점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가전양판점들은 실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롯데하이마트의 누적 매출은 1조80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 줄어든 180억 원을 기록하며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다. 전자랜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59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수준이다. 또 2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전양판점 업계에서는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하는 분위기"라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않으면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한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