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6일부터 국채선물 10.7조원 순매도
달러/원 환율은 30원 급등...1465원 연일 최고
환율 급등 →국채 등 원화자산 하락→국채 선물 매도 '악순환'
달러 강세·환율 급등·정치 불안·경기 침체...한국경제 '다중악재'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외국인 투자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국채선물을 11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채권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탄핵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환율 급등, 국채 매도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채권시장 따르면 외국인은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인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3년 만기 국채선물을 5만9553계약,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3만7100계약 순매도했다. 모두 9만6653계약으로 액면가는 약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은 지난달만 해도 15조3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 아래 시세차익을 노리고 선물을 대거 매수한 것이다. 국채금리가 떨어지면 국채 가격은 상승한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었고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채권시장에서 투매를 이어가고 있다.
3년 만기 국채선물의 경우 외국인은 16일 이후 23일을 제외하고 매일 국채선물을 대거 내다 팔았고, 10년 만기 국채 선물도 17일과 23일 소규모 순매수를 제외하고는 매도로 일관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3·10년 만기 국채선물 모두 3000계약 이상 팔아치우고 있다.
국고채 선물 거래의 경우 청산 시점에 차액만 거래하기 때문에 순매도액만큼 자금 이탈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시차를 두고 현물 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국고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2.624%로 마감했다. 탄핵안 가결 전인 13일 2.536%보다 0.088%포인트(p) 오른 수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2.675%에서 2.884%까지 0.209%p 뛰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불안감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약세 역시 외국인들이 국채선물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10원(0.62%) 상승한 1,465.50원에 오전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12.26 yym58@newspim.com |
환율이 급등하면 국채를 비롯한 원화 자산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이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국채선물을 대거 팔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원 환율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급등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 직전인 지난 13일(오후 종가 기준) 1435.20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이날 1465원까지 치솟으며 30원이나 급등했다. 전세계적으로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연일 전고점을 갈아치우며 원화 약세가 유독 가파르다는 평가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원 환율 상승→외국인 국채선물 매도→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 우려도 국채 선물 매도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추경 편성 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은 하락(금리 상승)해 선물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도를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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