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커지며 인수자 찾기 어려워져
영업익 1조 돌파…신규서비스·초대형선 투입 효과
채권단 지분 71.69% 전망…"재매각 가능성 낮아"
2030년까지 23.5조 투자…자사주 매입 등 밸류업 추진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올해 3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후보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권단 지분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HMM의 기업가치가 너무 커져 인수자 입장에선 자금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HMM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권을 행사하면서 양 기관의 합산 지분율은 67.05%가 됐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은 각각 33.73%, 33.32%다.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
남은 영구채 약 7200억원이 내년에 추가 만기 시 주식으로 전환되면 합산 지분율은 71.69%까지 늘어난다.
게다가 HMM의 규모도 급격히 커졌다. HMM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1조46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배나 치솟은 수치다. HMM의 영업이익이 조 단위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HMM의 호실적 달성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지난해 3분기 평균 986p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올해 3분기 평균 3082p로 상승한 영향이 컸다. 또한 신규서비스(아시아~멕시코) 개설,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고채산 화물 증가 등 수익성 위주의 영업 강화도 수익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해운업계에서는 새 주인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평가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 지분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HMM은 실적 개선으로 덩치가 너무 커져 감당할 만한 인수 후보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번 정권에서 재매각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상황만 뒷받침된다면 언제든 재매각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3월 진행된 민생토론회 브리핑에서 "관련 부서 및 관계 부처와 재매각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가 오면 재매각 방법이나 시기 등을 충분히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HMM도 재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고 내부적으로 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2030년까지 선대 확장과 친환경 사업 등에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미래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같은 이유로 밸류업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 등의 방법으로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HMM 측은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및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나아갈 계획"이라며 "다만, 밸류업 기업 선정 관련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