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 자동 상정 막고 막후 협상 위한 전술
삭감 검찰 예산 등과 당론 예산 절충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은 이재명표 예산 반영을 위한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민주당이 이대로 본회의에서 감액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막고 막판 지도부 딜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전략이다.
국회법상 예결위 활동 기한은 30일로, 예결위가 기한 내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부의된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함으로써 이를 일단 막고 추후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 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표 예산을 반영하기 위한 대여 압박 성격이 강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11.28 leehs@newspim.com |
민주당이 처리한 안에 따르면 2025년도 총지출은 정부안 677조 4000억 원 대비 4조 1000억 원 감액한 673조 3000억 원이다. 정부 예비비가 2조 4000억 원 감액됐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이 5000억 원 줄었다. 검찰 특정업무 경비는 507억 원, 특수활동비는 80억 원씩 감액됐다.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찰에 대한 보복성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재명표 예산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감액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증액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감액안을 처리한 것이다. 헌정 사상 처음 강행 처리가 부를 여론 악화를 모를 리 없다. 역설적으로 감액안 강행 처리가 협상용이라는 얘기다.
지금부터 시작 될 여야 협상이 주목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감액안 예산안을 지렛대 삼아 이재명표 에산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사업 등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의 각종 현안과 관련한 '쪽지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지역 구민에 의정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선 이것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검찰 특정업무 경비와 예비비 등이 전부는 아니어도 상당 부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생을 강조해 온 이 대표로선 민생 예산 증액도 불가피하다. 당장 여당은 "이재명 방탄에 민생 에산이 실종됐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 소속의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SNS(소셜미디어)에 "민주당은 민생 예산을 챙긴다더니 말짱 거짓말이었다"며 "양곡법을 개정해 놓고 어떤 예산으로 뒷받침하나. 예결특위서 그렇게 강조하던 AI(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확충은 무슨 수로 하느냐"고 따졌다.
최 의원은 "공공수사 특경비, 형사부, 국민생활침해범죄 수사 관련 (특활비, 특경비가) 전액 삭감됐다. 마약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형사부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경찰에 송치한 사건을 처리하는 부서다. 이것을 검찰에게 조사나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예결위에서 처리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며 "지도부 차원의 협상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어차피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예산에 이 대표가 강조해 온 예산이 하나도 반영이 안 된 만큼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삭감된 검찰 예산 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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