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성수동을 디자인+아트로 물들일 '디파인서울'서 놓쳐선 안될 작품7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2회맞아 1.8배 확장된 규모로 에스팩토리서 개막
국내외 갤러리,디자인스튜디오 45곳 참가
특별전,디파인토크 등도 풍성,11월3일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감각있고 개성있는 패션마니아들의 성지로 자리잡은 서울 성수동에서 프리미엄 디자인&아트 페어 '디파인 서울 2024'가 10월 30일 막을 올렸다. 3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개막한 디파인 서울 2024는 오는 11월 3일까지 총 닷새간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린다. 또 에스팩토리 인근 번개장터 사옥 1층의 Y173에서는 특별전이 진행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개막한 '디파인 서울 2024'에 독일 화랑인 갤러리징크가 출품한 요하네스 나겔의 작품 'circling the pot'.2023. 포셀린,퓨터.75x72x54cm. [사진=갤러리징크 ] 2024.10.30 art29@newspim.com

매년 6월초 열리는 스위스 아트 바젤에 가면 '디자인 바젤'이 별도로 매년 성대하게 열린다. 아트 바젤을 찾는 관람객들은 미술품이 거래되는 본 페어 외에도, 디자인 바젤을 찾으며 더 많은 컨텐츠를 향유한다. 회화 조각 사진 판화 미디어아트 등 현대미술을 살펴보며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의 삶의 공간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며줄 가구라든가 조명, 오브제, 도자기, 장신구들이 대거 출품되는 디자인 페어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아트페어이자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아트페어인 아트부산(대표 손영희)이 서울 아트마켓을 공략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컨셉의 디자인및 아트 이벤트를 목표로 지난해 론칭한 '디파인 서울'이 올해로 2회째를 맞아 규모를 대폭 확장해 30일 모습을 드러냈다. 금년도 디파인 서울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외 현대미술 갤러리및 디자인 스튜디오를 엄선해 행사의 수준을 높였으며, 특별전과 아티스트 토크 등 부대 프로그램도 보강했다는 점이다.

[서울=뉴스핌] 디파인 서울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양태오 디자이너가 '디파인 셀렉션'에 선정한 아티스트 최성일의 작품. 가볍고 유연한 메쉬 소재에 고무 레이어를 여러 장 입혀 질박하면서도 유니크한 의자와 오브제 작품을 탄생시켰다. 직관적이면서도 과감한 디자인이 참신하고 흥미롭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31 art29@newspim.com

특히 스위스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아뜰리에 오이가 에스팩토리 1층에 선보인 특별프로젝트 '시네마티카'는 국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소리, 공간, 디자인의 경계를 재정의한 대형 사운드설치작품이어서 주목된다. VIP개막일인 30일 오후 6시에는 이 설치작품 내에서 정석호 (주)아트부산 이사의 사회로, 한국의 차세대 음악인 박지하의 협연무대가 펼쳐져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도 디파인 서울의 예술감독은 양태오 디자이너가 맡았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디파인 서울 2024의 주제를 '단순함의 의미를 묻다'로 정하고, 본질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을 품고 있는 단순함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탐구하자는 뜻을 피력했다. 

[서울=뉴스핌] 부산 해운대의 빈티지가구 갤러리인 미미화컬렉션이 디파인 서울 2024에 선보인 가구및 회화. 중앙의 카우치는 덴마크 디자이너 한스 베르거의 디자인이고, 우측의 테이블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피에르 잔느레의 디자인이며, 좌측 푹신한 패브릭 소파는 이탈리아 미쉘 듀카로이의 디자인이다. 이배 작가의 작품과 알렌산드로 씨씨올드(중앙), 일본 작가 토무 고키타의 회화가 가구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24.10.31 art29@newspim.com

양태오 아티스틱 디렉터는 이번에 '디파인 셀렉션'이란 타이틀로 세명의 디자이너를 선정해 특별전시장을 조성했다. 그가 픽한 작가는 김대운 최성일 위켄드랩이다. 김대운 작가는 단순한 단면의 점토덩어리에 자신만의 제스처를 속도감있게 구현한 독특한 조각연작을 출품했다. 꽃을 꽂거나 오브제 등을 장식해도 좋을 비정형의 입체작품은 싱그럽고 다양한 레이어를 선사한다.

최성일 작가는 'Hardened Mesh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철사처럼 구부리면 구부리는대로 모양이 잡히는 성질의 메시 소재들로 최성일은 거칠고 직관적인 의자와 오브제를 만들었다. 말랑한 제품의 뼈대에 여러 장의 고무 레이어를 겹겹이 입혀 바로 쓸 수 있는 가구들로 만든 최성일의 작품은 질기고 강하면서도 자유로운 미감을 드러낸다.

위켄드랩은 디자인 아티스트 듀오인 전은지와 이하린이 결성해 만든 서울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이번 디파인 셀렉션에 순면 타월 자개 등 다양한 소재들로 가구 디자인, 실험적 설치작품을 출품했다. 

[서울=뉴스핌] 디파인 서울 2024에 참여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조명 디자이너 커플 지오파토&쿰스의 조명작품 '매화'. 한국의 봄 정원에 활짝 핀 매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 유리로 제작한 조명 디자인이다. 왼쪽 조명은 '플라밍고'. [사진=이영란 기자] 2024.10.31 art29@newspim.com

올해 디파인 서울에는 국내외 현대미술 갤러리 및 디자인 스튜디오 등 45곳의 전시자(국내 38, 해외 7)가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8배 확장된 규모다.

특별전 프로그램 'FEATURE'는 아뜰리에 오이, 하지훈, 이태수 등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참여해 올들어 컨텐츠가 업그레이드됐다. 본 행사 외에 국내외 문화예술계 명사들의 대화를 통해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할 강연 프로그램 '디파인 토크'도 보강됐다. 총 14명의 연사가 4개 세션으로 강연을 펼친다.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이 디파인 서울 특별전을 위해 제작한 의자디자인 '자리'와 '소반'은 서울 성수동의 번개장터 사옥 1층 Y173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Re:Form 플라스틱-그라운드, 물성에 대한 재고와 감각, 경험의 공간'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이 특별전에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의자 디자인작업과 소반 작품들이 너른 전시장에 가득 설치됐다. 관람객은 누구나 봉긋하게 산처럼 솟은 '자리' 작품에 앉아 하지훈 작가의 고정관념을 깬 창작물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디파인서울2024의 특별전에 초대된 하지훈 디자이너의 '자리'와 '소반'.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31 art29@newspim.com

올해 디파인 서울이 열리는 에스펙토리에 당도하면 독일 발트키르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갤러리징크 부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갤러리징크는 이번에 디파인 서울에 처음 참가하는데 회화 조각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독일 작가인 요하네스 나겔(b.1979)의 조각은 작가의 활달하면서도 자유로운 예술혼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포셀린으로 제작해 두번 가마에 구운 자기 조각인 나겔의 입체작품들은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 그 중 'Circling the pot'은 구불구불 힘차게 뻗은 선과 면이 어우러져 파워풀한 미감을 전해준다. 유니크 피스(한점 뿐인 작품)로 판매가는 1만5000유로(약 2250만원)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조명 디자이너 커플인 지오파토&쿰스는 디파인 서울 2024에 미려하고도 운치있는 조명 디자인을 여러 점 출품하고 있다. 지오파트&쿰스 역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디파인 서울에 참가하고 있는데 이 부부 디자이너는 한국현대미술에 심취해 있어 화제다. 특히 이배 작가의 검은 숯 회화 작품과 드로잉을 무척 좋아해 그로부터 영감을 얻어 '달'이라는 특별한 조명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올해 지오파토&쿰스의 부스에는 '달'을 비롯해 신작인 '안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봄 정원에 활짝 핀 매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조명 디자인 '매화'도 출품됐다. 송이송이 매화꽃을 표현한 이 커플의 '매화'는 다른 조명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섬의 유리로 제작됐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디파인 서울 2024에 참가한 서울 압구정로의 갤러리JJ가 출품한 조지 몰튼-클락의 페인팅 'Papa Jane's'. 2021. 캔버스에 오일, 아크릴릭, 파스텔 등 혼합재료. 170x150cm [사진=갤러리JJ] 2024.10.31 art29@newspim.com

서울 압구정로의 현대미술 갤러리인 갤러리JJ(대표 강주연)는 디파인 서울에 국내외 다양한 작가들의 회화 등을 출품했다. 그 중에서도 영국 작가인 조지 몰튼-클락의 대형 페인팅 'Papa Jane's'(2021)는 유명 만화 속 캐릭터를 거침없이 빠르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샘솟는 만화 '뽀빠이' 캐릭터에, 스피디한 붓질로 강렬한 선들을 더해 생동감을 살렸다. 

조지 몰튼-클락은 현재 이스트 런던을 무대로 작업하고 있으며 최근 아트바젤 등 미술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전세계적으로 컬렉터가 늘고 있는 작가다. 그는 패션브랜드 올세인트, 가전회사 드롱기, 출판사 펭귄북스 등과 협업 프로젝트를 펼치며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대구의 우손갤러리가 대구의 디자인 갤러리인 Plat2와 함께 선보인 덴마크 디자이너 폴 카도비우스의 벽선반. 선반 사이로 최병소 작가의 검은 회화 작품이 보인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31 art29@newspim.com

디파인 서울 2024에 대구의 우손갤러리(대표 김은아)는 대구의 디자인 갤러리 Plat2(대표 최갑영)와 손잡고 전속작가인 최병소 등의 회화에 유명 빈티지 가구를 곁들여 아늑하고 세련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Plat2가 제안한 벽 선반은 덴마크의 디자이너 폴 카도비우스의 1970년도 티크 원목으로 만든 간결한 가구다.

북유럽의 유명 가구제작소인 로얄시스템에서 만든 높이 210cm, 세로 77cm의 이 벽선반은 벽장이라든가 선반을 쓰는 이가 자유롭게 재조합해 옮겨 부착할 수 있다. 이같은 디자인의 벽선반은 폴 카도비우스가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어서 의미가 있는 빈티지 가구다. 우손갤러리는 완벽한 비례의 벽선반에 최병소 작가의 '타임 매거진 시리즈' 평면회화 3점을 디스플레이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디파인 서울 2024는 오는 11월 3일까지 계속된다. 성수동 일대 갤러리 7곳은 '성수 아트위크'라는 타이틀로 디파인 서울과 함께 하고 있다. 한편 디파인 서울 주최측은 '내 손 안의 아트페어'라는 기치의 '아트라운드' 앱서비스를 통해 출품작 하이라이트, 성수 아트트립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사진
대미 투자 시작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간 최대 갈등 요소인 한국의 대미 투자 첫 사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 발표로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다. 미국이 당초 198억 달러였던 사업비를 2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에 대한 막판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김예원 기자 =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8.20 yeawon2@newspim.com ◆대미 투자, 한·미 갈등의 시발점 대미 투자 지연은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대미 투자를 독촉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은 일본의 발빠른 투자 이행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한 일본은 올해 2월에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와 3월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현재 3차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투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합의의 일부분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고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이어졌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추가 투자와 함께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 지연에 따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 협상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만을 교환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안전 보장 등이 포함된 패키지 형식의 합의여서 대미 투자가 안되면 외교 안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시간에 쫓기는 한국 한·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한·미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 전후로 곧장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 재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대미 투자 발표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불편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한다면 한국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간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미 관계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5.10.29 ◆한·미 관계 완전 회복엔 역부족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한·미 관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고 중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적 레토릭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갈등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데다 규모도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투자를 환영면서도 내심으로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대미 투자가 신속히 진행됐더라면 한·미 관계 냉각이나 미국의 각종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시작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호르무즈 파병이나 추가 투자 요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제·산업 부처와 안보 관련 부처가 따로따로 영역을 나눠 미국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전략 조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미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pento@newspim.com 2026-09-16 06:1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