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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4천년된 피라미드가 내 한글작품 보고 빙긋 웃는듯 했다"

기사입력 : 2024년10월25일 19:06

최종수정 : 2024년10월26일 16:37

이집트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 개막
한국작가 최초 강익중 '네개의 신전'으로 참여
11월16일까지 한달간 피라미드 사막서 개최

[카이로=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4000년 된 이집트 피라미드들이 내 한글작품을 보고 빙긋 웃는듯 했다. 피라미드가 나에게 '어서 와, 마침내 내 비밀코드를 알아차린 네가 여기 왔구나, 반갑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카이로=뉴스핌] 이집트 카이로의 피라미드 앞에 설치된 자신의 신작 프로젝트 '네개의 신전' 앞에 선 강익중 작가. 사막의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작가의 재킷도 펄럭이고, 철제구조물에 매달린 5016점의 한글, 아랍어, 영어, 상형문자 글씨와 안쪽 그림들이 찰랑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다. 또 햇빛을 받아 패널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해 사막 저 멀리에서도 강익중 작품은 눈에 들어오며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25 art29@newspim.com

지난 10월 24일 오전(현지시각) 사막바람이 거세게 부는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 설치작품 '네개의 신전(Four Temples)'을 공개한 강익중 작가(64)는 밝은 표정으로 각국에서 몰려드는 미술관계자와 언론, 여행객들을 맞고 있었다. 이집트 언론매체는 물론, 중국 신화통신 등 각국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물 한잔 마실 짬조차 없었지만 '한글 신전' 작품에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에 상기된 상태였다. 강익중 작가는 카이로의 아르테집트 재단이 매년 가을 개최하는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돼 대규모 작품을 설치했다.

강익중은 카이로 사막에 세워진 거대한 피라미드(쿠푸왕 피라미드는 높이 147m)를 대부분 웅장한 고대 건축물로만 받아들이지만, 자신은 피라미드를 '하늘과 땅을 잇는 메신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과 가까와지기 위해 거대한 돌을 쌓고 쌓아 어마어마한 크기의 삼각형 구조물을 세웠다. 그런데 강익중 작가는 이 삼각 피라미드를 사람 '인'으로 해석했다.

피라미드는 바닥을 땅에 단단히 고정하고 하늘과 땅을 이으며 인간의 소망을 하늘과 연결한다는 것이다. 한글 또한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이뤄진 글자들이 서로 연결돼 천지인, 즉 하늘과 땅, 인간을 연결해주는 것이고, 결국 피라미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한글 신전' 역시 천지인이 결합된 메신저라고 설명했다.

강익중은 "한글은 유연성, 확장성, 호환성을 지닌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뛰어난 언어이고, 인간과 세계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키(열쇠)인데 정작 우리 자신만 모르고 있다"고 했다. 앞마당에 귀한 열쇠가 놓여져 있는데도 그 가치를 몰라보는 격이라는 것이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돼 하나의 글자가 되고, 그 글자를 사람들이 쓰면서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천지인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뉴스핌] 한글, 이집트어, 상형문자, 영어로 된 강익중의 '네개의 신전' 작품 안쪽에는 전세계 어린이들, 실향민, 난민촌 사람들이 그린 '나의 꿈'에 대한 5016점의 그림이 내걸렸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25 art29@newspim.com

한국 청주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을 무대로 활동 중인 강익중이 이번에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 세운 '네 개의 신전'은 과거(피라미드)와 미래(전 세계 사람들의 꿈)를 테마로, 이를 탐구한 장소특정적 작품이다.

강익중이 카이로 기자 사막에 세운 4개의 템플 외벽에는 한글, 영어, 아랍어, 상형문자로 적힌 한국 민요 '아리랑'의 가사가 새겨져 있다. 모두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쓴 글씨들로, 특히 상형문자와 아랍어로 아리랑 가사를 적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 내벽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과 한국의 실향민, 그리고 난민촌 사람들이 그린 5016개의 그림이 마치 합창을 하듯 내걸려 있다.

작가는 이번 피라미드 앞에서의 프로젝트를 위해 이집트 내 한국문화기관, 이집트 학교들과 협력해 이집트 어린이들의 그림을 여러 점 작업에 포함시켰다. 또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꿈 그림과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 난민들의 그림도 다수 포함됐다. 한국전쟁 당시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 어르신들의 그림도 있어 강익중의 작품은 전세계 수많은 이들의 꿈, 아픔, 도전을 하나로 연결하고, 마침내 이를 하모니처럼 들려주고 있다.

5016개의 각기 다른 그림들은 가로 20, 세로 20 cm의 정사각형 포맥스 보드에 프린트돼 철골구조에 하나하나 매달려 있다. 사막을 휘몰아치는 거센 모래 바람으로 인해 그림들은 끝없이 흔들리고 부딪치면서 마치 방울이 흔들리는 것같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또 카이로의 햇빛을 받아 그림들은 움직일 때마다 반짝 반짝 빛을 발한다. 이처럼 전세계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꿈과 아픈 스토리, 도전의 목소리가 사막에 소리와 빛으로 울려퍼지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포에버 이즈 나우' 전시회에 출품된 전세계 12명 작가의 작품 중 강익중의 설치작품은 이로써 가장 강렬한 에너지와 임팩트를 발산하는 작업이 됐다.

[서울=뉴스핌] 강익중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강익중과 벨지움 기반의 작가 장 보고시안. 보고시안 또한 이번 포에버 이즈 나우 전시에 작품을 출품했다. 장 보고시안은 올 가을 서울서 개인전 일정이 잡혀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26 art29@newspim.com

강익중은 작가 데뷔 이래 올해 가장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이집트 등지를 연달아 오가며 전시와 프로젝트를 개최 중이다. 가히 '강익중의 해'라고 할 정도다. 지난 7월 청주시립미술관에서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을 개막했는가 하면(관련기사 참조) 9월에는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에 가로 8, 높이 22m의 거대한 한글벽화를 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 한글벽화 설치 후 뉴욕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방문한 인원이 8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그의 작품과 한글은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의 국제미술제인 '포에버 이즈 나우' 오프닝 날인 10월 24일 오후에는 카이로의 아인샴스(Ain Shams) 대학의 한국어 학생 30명이 참여해 'Learn Arirang with Hyundai Rotem(현대로템과 함께 하는 아리랑 배우기)'라는 워크샵을 가졌다. KBS 정용실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학생들은 '아리랑'의 가사를 다함께 배우며 읊었다.

또 강익중의 '신전' 작품의 내부에 내걸린 자신들의 드로잉 그림을 보여주며 저마다의 꿈을 한국어로 얘기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한글과 한국어를 더 잘 배워 언젠간 주한 이집트 대사가 되는 게 꿈"이라는 당찬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강익중 작가는 2023년에 카이로의 아인샴스 대학에서 이집트 학생들이 직접 한글로 '내가 아는 것'을 쓰는 프로젝트를 시행한바 있다. 당시 이집트 곳곳을 방문하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에 이집트 신전의 건축 요소를 반영해 '네개의 신전'을 완성했다.

[카이로=뉴스핌] 강익중의 작품을 둘러보기 위해 몰려든 각국의 여행객과 언론, 미술관계자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24.10.25 art29@newspim.com

한글은 작가 강익중이 즐겨 쓰는 소재다. 개별 자음과 모음이 모여 완전한 단어를 형성하는 과정이 작가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화합'과 '연결'의 주제와 맞아 떨어져서다. 이번 전시에서 강익중은 처음으로 한글 이외에도 영어, 아랍어, 상형문자를 넣어 네 개의 언어를 사용했다.

'포에버 이즈 나우' 전시 주최측은 이번 전시의 전체 주제인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문명'이라는 점을 작품에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모든 작가들에게 했고, 강익중 작가는 네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 주제를 작업에 녹여낸 것이다.

강익중은 "언어는 언어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이 많은 사람들의 꿈과 도전을 공감하면서 각자의 마음에서 치유를 찾기를, 이 작품이 세계를 화해시키고 치유하는 해독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미술제인 '포에버 이즈 나우'를 4회째 디렉팅하고 있는 나딘 압델 가파르 감독은 "강익중의 작품은 올해 작품들 중에 가장 드라마틱하고 가장 주제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사막에 한글, 아랍어, 영어, 파피루스에 기록된 상형문자가 어우러진 이런 템플이 세워져 놀랍기 그지 없다"며 "이번에 강익중 작가가 한국 아티스트로는 처음 '포에버 이즈 나우' 프로젝트에 참가했는데 앞으로도 한국 작가가 계속 참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카이로=뉴스핌] 강익중 작가의 작품 앞에 작가와 함께 선 아르테집트의 나딘 압델 가파르 예술감독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25 art29@newspim.com

올해 '포에버 이즈 나우'는 관람객들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예술을 통해 탐험의 여정에 참여하도록 초대하는 것을 주제의 하나로 했으며, 예술가와 관람객이 모두 현대의 고고학자가 되어 창의성을 도구로 삼아 평범한 것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도록 한다. 강익중은 이런 점을 반영해, 관객들이 작품 안에 들어와 바닥의 모래를 파내면 전시 작품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북마크를 발견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강익중의 카이로 프로젝트의 기획과 설치, 진행 등을 총괄한 프로젝트 매니저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는 "작품을 사막에 설치하기까지 무수한 고비가 있었고, 수많은 난관이 많았는데 12명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걸 보고 기획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한글은 이집트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고 이번에 강익중 작가의 작품은 영어, 아랍어와 상형문자까지 끌어들여 세계를 하나로 묶고 연결하며 화합하고자 하는 작가의 지향점이 더 잘 반영된 듯 하다"고 밝혔다. 
 
강익중의 '네 개의 신전' 프로젝트는 카이로에 머물고 있는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가 디렉팅했다. 또 YS Kim 재단(YS Kim Foundation), 피터 매그논 재단(The Peter Magnone Foundation), 리 인터내셔널(Lee International), 마가렛 리(Margarette Lee), 현대로템(Hyundai Rotem)으로부터 제작 및 진행 지원을 받았다.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는 어떤 전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국제미술전시회다. 이집트 문화부, 관광유물부, 외무부, 그리고 UNESCO의 후원으로 이집트의 문화예술기획사인 아르데집트(Art D'Égypte)가 주관해 매년 개최된다. 올해 4회를 맞는 이번 전시는 2024년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진행되며, 강익중 외에도 크리스 레빈(Chris Levine, 영국), 페데리카 디 카를로(Federica Di Carlo, 이탈리아), 제이크 마이클 싱어(Jake Michael Singer, 남아프리카 공화국), 장 보고시안(Jean Boghossian, 벨기에/레바논), 장 마리 아프리우(Jean-Marie Appriou, 프랑스),  칼리드 자키(Khaled Zaki, 이집트), 루카 보피(Luca Boffi, 이탈리아), 마리 후리(Marie Khouri, 캐나다/레바논), 샤일로 시브 술맨(Shilo Shiv Suleman, 인도), 나씨아 잉글레시스/스튜디오 INI(Nassia Inglessis, 그리스), 자비에르 마스카로(Xavier Mascaro, 스페인/라틴 아메리카) 등 각국에서 12명이 참여해 시간과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는 주제 아래에저마다의 독특한 작품을 사막에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한글 사랑에 푹 빠져 이번 프로젝트의 어시스턴트로 참여한 이집트 여성 누르 압둘기씨가 강익중 작품 안쪽에 전시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26 art29@newspim.com

 ◆강익중(1960~) 작가는?

강익중은 청주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뉴욕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다. 그는 평화와 연결, 조화를 주제로 한 작업을 펼친다. 3인치 회화로 유명한 그는 한글 프로젝트, 달항아리 프로젝트, 임진강 꿈의 다리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강익중의 작품들은 구겐하임 미술관, 대영박물관, 휘트니 미국 미술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독일의 루드비히 미술관 등 세계 권위 있는 미술관들에 소장되어 있다. 런던의 2016년 템스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집으로 가는 길(Floating Dreams)',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뉴욕 퀸즈 지하철역 등에 영구 설치된 그의 공공미술 작품들이 유명하다.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재단 펠로우십과 조안 미첼 재단 펠로우십을 포함한 여러 상과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아르데집트(Art D'Égypte)

아르데집트는 나딘 압델 가파르가 설립한 이집트의 예술문화기획사로, 다양한 창작 예술에서 민간 및 공공기관과 협력하며, 이집트 문화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집트 문화예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청중을 위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둔다. 2017년이집트 박물관에서 'Eternal Light', 2018년 마니엘 궁전에서  'Nothing Vanished, Everything Transformed',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장소인 카이로의 알-무이즈 거리의 4개 지점에서'Reimagined Narratives' 등의 전시가 성황리에 개최되었으며, 2021년부터는 국제 전시인 '포에버 이즈 나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기자 피라미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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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뒤흔든 맘다니 돌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빨리 뉴욕에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 주말 뉴욕 인근에 사는 지인들과의 모임 도중 나온 얘기다. 이날 저녁 자리 화제의 중심은 단연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였다.'뉴욕 파트타임' 얘기도 맘다니 덕분에 나온 농담이다. 맘다니는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면 뉴욕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4만 600원 정도다. 현재 뉴욕의 최저 임금 시급은 16.50달러다.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 뉴욕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물론 2030년까지라는 전제는 달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만한 공약임은 분명하다. 비단 이날 모임뿐 아니다.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서 맘다니는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어디서든, 누구와든 맘다니 얘기를 꺼내면 10분~20분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맘다니의 등장 자체가 뉴욕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자 파격이다.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 시장 자리는 한국으로 치면 거의 서울 시장급이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중심지다.  이런 뉴욕의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불과 33세라니. 그것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세 때 뉴욕으로 이민 온 인도계 무슬림이다. 더구나 그는 26살이 되던 2018년에야 뒤늦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투표권을 받았다. 맘다니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졸업 후 저소득층 주택 압류 방지 상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20년 뉴욕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선출된 것이 사회 경력의 전부다. 시쳇말로 '듣보잡' 수준이다. 예전 같았으면 뉴욕 시장 후보에 명함도 못 내밀 커리어다. 그런 맘다니가 불과 몇 개월의 선거 운동으로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가 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스토리다.  그것도 뉴욕 주지사 3선에, 한때 차기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고, 당내 유력 인사와 후원 그룹의 지원을 받는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꺾었다. 그야말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트립 양은 뉴욕타임스(NYT)에 "현대 뉴욕시 역사에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맘다니는 1일 발표된 민주당 3차 경선 결과 과반이 넘는 56%를 득표했다. 이로써 그는 당당히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뉴욕은 아직도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린다. 민주당 후보 공천은 뉴욕 시장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진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이제 '맘다니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숱한 전문가들은 아직 맘다니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맘다니의 민주당 경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급진적인 공약들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맘다니가 내세운 핵심 공약은 실제로 급진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릴 만하다. 시내버스 무임승차, 0세부터 5세까지 무료 보육 및 유치원 교육 실시, 뉴욕시 관리 아파트 임대료 동결, 값싼 시립 식료품점 설립, 부자 증세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 재정 대책이 없다는 질타와 비판이 나올 만하다. 게다가 맘다니는 학창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운동에 가담했다. 뉴욕과 민주당의 돈줄을 쥔 유대인들의 거부감도 크다.  민주당 주류와 온건그룹에선 벌써 부담스러운 티를 낸다. 너무 과격해서 중도층 이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온건 성향의 대항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쿠오모 전지사나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독립 출마 형태로 시장 선거에 나서려는 것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찌감치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 놈'이라고 부르며 파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급진 좌파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색깔론 공세에 더해 민주당 측 후보 난립을 잘 이용하면 뉴욕 시장까지 손에 쥘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에 탑승한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런 정치판의 셈법과 보도를 따라가다 보면 '맘다니가 11월 4일 선거에서 뉴욕 시장에 당선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월가 금융기관에서 오래 기간 일했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만다니의 한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좀 달랐다.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직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줄곧 보수 성향을 보여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이유를 물으니, "뉴욕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물가가 미쳤다. 부자들은 상관없겠지만 우리 같은 단순 사무직은 열심히 일해도 렌트비, 교통비, 식료품비 내기에도 너무 벅차다. 내게 이념은 크게 상관없고, 누구라도 이 힘든 생활에 도움을 준다면 표를 안 찍을 이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맘다니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직하게 적힌 슬로건이 새삼 머릿속에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의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시장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였다. 맘다니는 얼마전 NBC 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 트럼프의 언급에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나는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대선 운동 기간 약속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들을 배신해왔다"라고 말했다.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는 트럼프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면서 자신이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일꾼임을 드러내는 패기와 영리함이 번뜩이는 발언이다. 그래서 맘다니가 이념 프레임의 덫에 갇히지 않고, 뉴욕 시민의 민생과 민심을 파고드는데 성공한다면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다는 21세기에도 팍팍안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노동자 계층과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문법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사건'이 될 수 있다.  맘다니 열풍과 논란이 뉴욕의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증폭되고 변모하면서 확산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2025-07-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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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 추방도 검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일론) 머스크의 추방 문제도 고민해보겠다"고 발언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또 한 번 수위를 높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감세·재정 법안을 비판한 데 이어,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해 정치적·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추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한번 살펴보겠다(I don't know, we'll have to take a look)"고 답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는 많은 보조금을 받았으며, 전기촤 의무화 폐지에 매우 화가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1 mj72284@newspim.com 트럼프는 전기차 강제 규정을 "바이든 시대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는 "나는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다. 휘발유도, 하이브리드도, 언젠가는 수소차도 원할 수 있다"며 "다만 수소차는 터지면 5블록 떨어진 데서 시신을 찾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추방' 발언이 담긴 클립이 퍼지자,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이걸 더 키우고 싶어 죽겠지만, 지금은 참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논란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법(OBBBA)'을 "완전히 미치고 파괴적 법안"이라며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사람"이라며, 정부효율성부(DOGE)가 머스크의 보조금 수혜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는 "보조금이 없으면 로켓 발사도, 전기차 생산도 못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계약 중단이나 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에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세금안 반대뿐 아니라 "새로운 정당(America Party)을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대선 기간부터 이어온 트럼프와 머스크 간 '브로맨스'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2025-07-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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