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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전 여는 강익중 "예술은 철학이란 바늘로 '영혼' 깨우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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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출신 작가 강익중의 화업 40년 결산전
대표작과 신작 등 60점, 9월29일까지 전시
화해와 소통,연결 꿈꾸는 방대한 작업 한자리에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이름은 강익중,호는 그냥입니다. 장난으로 지었다가 굳었습니다 /취미는 걷기. 온종일 걸을 수 있습니디. 김밥 두줄만 있으면 /고향은 청주. 하루에 열두 번쯤 생각합니다. 무심천과 우암산 때문입니다 /사는 곳은 뉴욕. 하지만 갈 곳은 떠나온 곳입니다. 저 푸른 곳".

[서울=뉴스핌] 고향인 청주의 청주시립미술관에서 화업 40년을 결산하는 회고전을 개막한 작가 강익중. 예전 KBS공개홀이었던 높이 10m의 전시실에 '내가 아는 것'이란 제목으로 한글 문구, 직접 지은 시 등으로 이뤄진 한글프로젝트를 시현했다.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글 학습 열풍에 강익중의 이 프로젝트는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한글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는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쉽게 배우는 길을 작업을 통해 피력하고, 부드러운 강익중 한글체를 개발하는 등 '한글전도사'이기도 하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 강익중(Kang,Ik-joong)이 창작활동 40년을 기념해 고향 청주에서 개인전을 열며 공개한 자기소개서다. '그냥'이라는 호, 김밥 두 줄만 있으면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다는 고백, 고향 청주 무심천과 우암산을 그리워하는 간절함이 느껴지는 자기소개서다. 

강익중은 청주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에서 작가 커리어 40년의 대표작과 신작을 모아 지난 7월 4일 '청주 가는 길:강익중'전을 개막했다. 이번 회고전에는 강익중의 핵심 작품들과 함께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 등 설치·회화·드로잉·아카이브자료 총 60점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의 '청주 가는 길:강익중' 중 작가의 다양한 드로잉을 모은 전시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1960년 청주에서 태어난 강익중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1984년 뉴욕 유학길에 올랐다. 명문 미술대학인 프랫인스티튜트에 입학해 하루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1987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소통과 화합' '조화와 연결'의 메시지를 다양한 작품에 녹여내며 이제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청주시립미술관 전시는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자, 작가가 지난 40년간 추구해온 개념을 바탕으로 제작한 3인치(7.6cm) 작업인 삼라만상/해피월드, 달항아리 시리즈, 한글 프로젝트, 신작을 소재별로 구분해 일반에 총망라해 선보이는 회고전이다.

전시는 높이 10m의 본관 1층 전시장에서 시작한다. 한글의 자음·모음이 조화를 이루며 3000여개의 글자가 높고 넓은 벽면을 가득 채운 한글프로젝트 '내가 아는 것'이 관람객을 맞는다. '내가 아는 것'은 2001년부터 작가가 일상에서 느낀 삶의 단상을 시처럼, 일기처럼 써내려간 작품이다. 이번 청주시립미술관 설치는 야외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오픈홀 계단에 강익중이 설치한 작품 '무심천'. 2024.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11 art29@newspim.com

오픈홀 계단에는 청주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심천을 형상화한 신작 '무심천'이 설치됐다. 검붉은 토양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가르며 낙하하는 물줄기가 역동적이다. 2층 전시장에는 청주의 우암산을 표현한 회화 '우암산'이 걸렸다. 작가는 청주시가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심천은 '음'이자 어머니를 상징하고, 청주의 진산인 우암산은 '양'이면서 아버지를 상징한다며 음과 양,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하나가 되는 조화로운 관계로서, 두 작품을 서로 이어지게 설치했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청주 가는 길:강익중'전에 출품된 강익중의 드로잉. 힘 빼고 편안하게 그리자는 생각에 일상의 여러 단면을 가뿐하고 속도감있게 담아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2층 전시장에는 가로·세로 3인치 캔버스 회화 1만 여개가 빛을 발하는 '삼라만상/해피월드'가 설치됐다. 작가를 대표하는 3인치 크기의 작품(각양각색의 오브제들이 곁들여졌다)과 자연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인간 삶과 자연의 파노라마를 시청각적으로 음미할 수 있다. 여기에 '달항아리' 시리즈와 '1000개의 드로잉', '탁구대' '꿈의 다리' 등의 작품을 통해 사람간 틈을 채워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개막일 작가는 전시 현장에서 각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예술가로서의 소망,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첫 전시실 높은 벽을 온통 채운 한글작업이 압도적이다.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10m나 되는 천정고에 놀랬다. 예전 KBS 청주방송국 공개홀이었다고 했다. '이 엄청난 공간을 어떻게 이기지'하고 고민,고민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공간을 이길 게 아니라 공간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곤 내가 잘 아는 것들, 내가 쓴 문구들로 채우게 됐다. 그간 써온 4000건의 문구 중 150건을 골라 1전시실을 꽉 채웠다. 이를테면 "뜨거운 백사장 위를 달리면 무좀이 사라진다" "무더운 날엔 우리나라 지하철이 최고다" "마음이 느긋해야 잔병이 없다" " 나뭇잎의 이슬에도 작은 우주가 있다" "사랑은 바람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되어야 기차가 떠난다" "다다닥 소라껍질엔 파도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사랑은 희생과 충성의 준말이다"같은 글이다. (이 공간에 머물며 작가가 펼쳐놓은 글귀들을 따라가며 읊조리다 보면 무릎을 탁 치거나, 스르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강익중 회고전 중 달항아리 회화 연작과 백자사발 설치작품 '우리는 한식구'가 전시되고 있는 2층 전시실 전경.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무심천과 우암산을 표현한 작품이 여럿이다. 청주가 왜 이리 각별한가.
-어릴 적 여름이면 무심천에서 놀고, 봄가을이면 우암산에서 수없이 놀았다. 이번에 청주에 다시 와보니 (뉴욕에 살면서도) 내 마음은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3인치 회화가 태어난 스토리가 흥미롭다.
-뉴욕 프랫인스티튜드에 처음 입학했을 때 매일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주간에는 공부하고 야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야채가게 같은 곳에서 일하며 지냈다.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해 작은 캔버스를 여러 개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작업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캔버스에 스케치며 드로잉을 했다. 나중에 돈이 새기면 큰 그림에 옮길 생각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그게 지금의 3인치 작품이다. 객차 안의 군상들, 일상의 단편, 암기해야 할 영어단어 등을 3인치 캔버스 안에 그림과 기호, 문자로 끝없이 그려넣었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의 이번 회고전에는 강익중이 1986년 뉴욕 소호의 우스터갤러리에서 'One-month Living Performance'를 펼치는 사진이 크게 확대돼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갤러리 지하공간을 빌려 3인치 캔버스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더벅머리 작가를 찍은 사진이다. 바닥에는 직접 만든 작은 캔버스들이, 벽에는 완성된 작품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의 '청주 가는 길:강익중'에 출품된 강익중의 시적 성찰로 가득한 드로잉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3인치 회화, 너무 반복되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 3인치 회화를 10만점 이상 그렸다. 매일 매일 일기 쓰듯 그린 3인치 캔버스가 모이니 '삼라만상'이 되더라. 이 작업으로 국내외서 공공미술을 많이 했는데 모두 합하면 그쯤 된다. 그림만 그리던 것에서 오브제를 더하니 새로왔고(아들이 갖고 놀던 미니카 등 다양하다), 스피커를 달아 사운드를 더했더니 시청각 작업으로 발전했다. 나 혼자 그리는 게 심심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했고, 어르신들과도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공공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하게 됐다. 이제는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작업이 됐고, 이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 특히 난민촌 어린이들과 북한 어린이들, 아프리카의 척박한 마을 어린이들과 손잡고 작업을 많이 했다. 또 어르신들과도 작업했다. 
-소통과 화해, 그리고 연결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북한 어린이들 그림은 두차례나 타진했는데 아쉽게도 아직 모으지 못했다. 아프리카 저 깊숙한 오지 어린이의 그림은 모았는데 말이다.

[서울=뉴스핌] 자신의 대표작인 3인치 작업 '삼라만상/해피월드' 앞에 선 작가 강익중.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캔버스에 일기 쓰듯 그린 작품과 아이의 장난감, 거리에 버려진 소소한 각종 오브제를 연결시키고, 사운드까지 곁들이니 삶과 자연, 우주가 어우러지는 융합적 세계가 됐다. 작가 왼쪽으로 유학시절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팔던 명품 짝퉁시계도 보인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7.11 art29@newspim.com

▲그렇게 모은 그림이 얼마나 되나.
-100만 장이 넘는다. 절반은 스캔을 떠놓았다. 우간다의 AIDS 걸린 어린이들, 보육원에 사는 어린이들, 암병동의 소아암 환자들의 그림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 귀중한 문화도서관이 될 것이다.

▲작품 '삼라만상/해피월드'의 3인치 회화 사이로 명품시계도 보인다.
-저 시계(롤렉스 금장시계)에는 사연이 있다. 방학이면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팔던 가짜 명품시계다. 9달러에 떼다가 12달러에 팔았는데 깎는 손님에겐 10달러에도 주었다. 바로 옆에선 전수천(1947~2018)형이 선글라스 장사를 했는데 화장실 갈 땐 서로 자리를 봐주곤 했다. (훗날 전수천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돼 1995년 '방황하는 혹성 속의 토우'로 특별상을 받았고, 강익중은 1997년 3인치 작업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서울=뉴스핌] 남북의 화해와 소통을 소망하며 제작한 강익중의 '탁구대'.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백남준 작가와의 인연도 잊을 수 없을 텐데.
-그렇다. 1994년 휘트니뮤지엄에서 2인전을 개막한 후 백 선생이 내게 물었다. '1000년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봤느냐'고. 그래서 나는 '100년이 아니고요?'라고 되물었다. 30세기의 세상을 물은 셈이다. 그 분은 무당 같으신 분이었다. 오른손으론 1000년 후의 미래를, 왼손으론 1000년 전의 과거를 생각하고 꿰뚫어 보던 철학자셨다.(실제로 백남준은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를 모은 민음사의 '103인의 현대사상'을 비롯해 국내외 여러 철학서에 등재돼 있다.)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간 화해와 연결을 꿈꾼다.
-내가 생각하는 통합은 '멀팅 팟'이 아니다. 막 섞어 죽이 되는 게 아니라,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저마다 반짝이는데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거다. 그 조각들을 이어주고, 틈새를 없애는 일을 하고 싶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작가 강익중이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임진강에 세우고자 하는 '꿈의 다리' 드로잉. [사진=청주시립미술관] 2024.07.04 art29@newspim.com

▲임진강에 세우고자 하는 '꿈의 다리'가 그런 건가.
-맞다.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남북한 어린이들 그림을 모아 임진강에 둥그런 다리를 놓고자 한다. 언젠가 이 다리를 꼭 놓고 싶다. 허무맹랑하다고 할지 모르나 난 꼭 될 거라 믿는다. 

▲통일문제에 관심이 지대하다. 
-그렇다. 남북이 오랫동안 대치해 싸웠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도 언급했다.
-이는 정말 중요한 이슈다. 우리 집에 강도가 들어 가족을 칼로 찌르고 유린했는데 '끽'소리도 못했다. 칼을 꽂은 사람들이 그 칼을 뽑아줄리 없다. 우리 자신들이 뽑아야 한다. 이는 인권의 문제이자, 자존의 문제이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확실하게 청산해야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청주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청주가는 길:강익중'전의 포스터. 9월 29일까지 본관 1,2층에서 열린다. 2024.07.04 art29@newspim.com

▲이 시대 예술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예술가는 낚싯대를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망망대해에 예술가가 힘차게 낚싯대를 드리우면, 과학자는 뭍고기를 끌어올리는 사람이고, 경제인은 그걸 합리적으로 자르는 사람이다. 정치인은 자른 뭍고기를 나눠주는 사람이고. 각자 소임이 있는데 출발은 예술가가 낚싯대를 던져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술가가 없이는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

▲당신의 작품은 따뜻하고 밝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힘들게 분투 중이다. 성공을 향해.
-성공은 이름을 알리는 게 아니다. (지금은 돈의 시대, 권력의 시대이지만) 자산가치(돈)나 명예같은 반짝이는 것에 중심에 두지 말고, 정직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다. 씨름으로 치면 기본기같은 거다.

▲당신의 기본기는 무엇인가?
-내가 아는 것, 옆에 있는 것, 맘이 편한 것을 더욱 잘 파고드는 거다. 나는 일을 하면서 이 일에 진심인지, 솔직한지, 즐기고 있는지 늘 자문하곤 한다.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예술은 철학이라는 바늘로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것이다. 내 자리에서, 내 방식으로 잠자는 영혼을 깨우고 싶다.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볼 수 있었던 강익중의 40년 창작 커리어의 핵심 대표작과 신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청주가는 길:강익중'전은 오는 9월 29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본관 1,2층에서 열린다. 미술관 3층에서는 청주가 낳은 또다른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고 윤형근 화백(1928~2007)의 대표작과 미공개 작품을 모은 '윤형근_담담하게'전(9월 29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000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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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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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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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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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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