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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이후 2] 한국문학, 해외에서 더 잘 팔린다

기사입력 : 2024년10월16일 13:30

최종수정 : 2024년10월16일 13:33

국내에서 초판도 안 팔린 책, 해외에서는 각광
국제도서전은 수입보다는 수출 위한 상담 창구
한류 영향으로 한국문학 수요 더 늘어날 듯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국내에서 출판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ㅇ씨는 요즘 외국작가의 작품을 수입하기 보다는 한국작가의 작품을 수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외국작가의 판권의 경우 유명작가는 턱없이 비싸서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만고만한 작가는 번역 출판해도 손해 보기 일쑤여사 찾는 출판사가 별로 없다. 반면 한국작가의 작품을 찾는 나라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류열풍으로 한국과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어로 번역된 한강의 '채식주의자' 표지. 2024.10.16 oks34@newspim.com

◆ 해외 판권 소설, 시, 에세이에서 인문, 아동서적으로 확산

판권구입을 원하는 장르도 소설, 시, 에세이, 자기계발, 인문, 아동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영미권, 유럽어권, 일본어권, 중국어권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예전보다 우수한 번역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의 젊은이들 중에서 번역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ㅇ씨는 "요즘은 해외 출판사들이 원하는 작가의 작품만 수출하지 않고 한국 출판 콘텐츠를 해외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저작권을 수출한다"고 말했다. 국내 작가의 해외진출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겨울연가'(KBS미디어), '가시고기'(밝은세상), '국화꽃 향기'(생각의나무) 등이 효시였다. 이후 최근 몇 년 사이에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문학동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창비) 등이 영미권과 유럽어권으로 소개됐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서점에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한강의 주요 저서들. [사진 = 예스24 제공] 2024.10.16 oks34@newspim.com

◆ 김혜순·이성복·최진영·이유리 등 작품 번역 작업 중

최근 몇 년 사이 해외로 수출된 책들의 면면을 보면 유명작가 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전2권, 팩토리나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더숲),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요다), '팥빙수의 전설'(웅진주니어)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했다. 한국의 주로 출판사들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국제도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과거에는 사러갔다면 최근에는 팔러간다"면서 국내에서 초판조차 소화하지 못했던 책들이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번역원 지원으로 출간된 도서(776종)들이 해외에서 185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한국문학의 번역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김혜순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은 독일어판으로 번역, 내년 2월 현지 대형 출판사인 '피셔'에서 출간된다. 중견시인 이성복의 시집 '그 여름의 끝'도 내년에 영어로 번역돼 미국에서 출간된다. 정보라의 '한밤의 시간표'도 독일어와 중국어로 각각 번역될 예정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2024.10.16 oks34@newspim.com

◆ 국제도서전, 판권 사는 시장에서 판권 파는 시장으로

한국문학 번역사업을 지원해온 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스페인어), 이유리 소설 '브로콜리 펀치'(스페인어), 조남주 소설 '귤의 맛'(독일어) 등이 번역작업 중이다. 이밖에도 월북작가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도 프랑스어로 번역된다.

한국문학이 각광 받고 있는 배경에는 2000년 이후 몰아닥친 한류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또 세계문학의 중심이 서구, 남성, 백인의 서사에서 아시아 여성의 언어에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번역사업에 대한 정부이 지원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예 따르면 정부의 '번역출판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2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출판산업진흥원이 싱가포르에서 해외판권 판매와 관련된 상담회를 갖기도 했지만 아직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크게 미흡하다. 한편, 지난 7월 한국출판인회의와 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학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한국문학 홀대를 비판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기존 520종을 선정한 문학나눔 도서가 올해는 390종으로 크게 줄었다"며 "56억원이던 예산이 올해 40억원으로 삭감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갈수록 K문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별로 없다"고 쏘아붙였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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