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미청구공사 17.5조...현대건설 가장 많아
지방 미분양 확산, 주택경기 악화 등으로 증가세 장기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공사비 마찰을 빚는 사업장이 증가하면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가 급증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면서 미청구공사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발주처가 부도 및 자금난에 빠지면 공사비 회수가 불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잠재적인 부실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은 전년 동기(16조3695억원) 대비 6.9%(1조1394억원) 증가한 17조5089억원을 기록했다.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전년 동기(4조9700억원)보다 15.1% 늘어난 5조7242억원이었다. 금액별로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323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가스처리 공장플랜트 공사(3158억원) 베트남 꽝짝1화력발전소 조성 공사(3063억원) 순이다. 국내 주택사업의 미청구공사는 준공 이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현장에서 크레인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윤창빈 기자] |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미청구공사액은 2조5032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2조4229억원)보다 3.31% 늘어난 금액이다. '평택 FAB 3기 신축공사'(4707억원), '평택 4공장(P4) 신축공사'(2351억 원), '평택 3공장(P3) Ph3 공사'(1429억원) 등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현장에서 미청구공사가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원전(455억원)과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170억원),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1215억원) 등이 남아 있다. 삼성물산 또한 그룹공사 미청구공사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여지가 높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 29.3%(1조2513억원→1조6175억원) ▲GS건설 7.7%(1조1878억원→1조2801억원) ▲HDC현대산업개발 4.0%(1조953억원→1조1394억원) ▲롯데건설 3.5%(1조7153억원→1조7766억원) ▲SK에코플랜트 1.7%(1조2020억원→1조2230억원)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주택 미분양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550가구로 집계됐다. 이중 지방이 81%를 차지하는 5만4934가구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우려에 미분양 주택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3개월째 늘었다. 전국 기준 1만6461가구로 전월 대비 2.6%(423가구) 증가했다. 이중 1만3640가구(83%)가 지방 물량이다. 미분양 주택은 계약금, 중도금이 유입되지 않아 공사비 회수가 어렵다.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증액을 놓고 벌이는 조합과의 마찰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3년간 30% 이상 건설 공사비가 상승했으나 원가율 증가분은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부 한 임원은 "미분양 주택이 증가 추세에 들어간 데다 공사비를 놓고 마찰을 빚는 사업장이 늘면서 미청구공사, 매출채권이 증가하고 있다"며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우발적 손실로 돌변할 수 있어 사업장별로 변동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