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이번 전기차 안전대책에선 관심을 모았던 90% 이상 충전 차량의 지하주차장 진입금지와 지상 충전소 설치 의무화는 빠졌다. 업계 및 전기차 소유자들의 반발이 극심한데다 실제 적용도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정부 대책에서 의무 사항이었던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도 동파 위험이 있을 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 된다.
6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번 전기차 안전대책은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그 수위가 낮아졌다.
우선 지난달 9일 서울시가 발표한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 대책'에서 거론된 90% 이상 과충전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금지가 보류됐다. 대책 발표 당시 서울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행정안전부] |
하지만 업계와 특히 전기차 소유자들의 반발에 따라 해당 조항은 보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조항의 규약 포함을 일단 보류한 상황"이라며 "정부 대책을 참조해 전기차 안전대책을 새로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발표했던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 설치 역시 보류됐다. 시는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기준'을 개정해 충전소를 지상에 설치토록 하고 방화벽으로 3개면 단위 구획을 분할 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심의기준은 관리규약과 달리 강제성을 갖는다. 하지만 이 역시 전기차 소유주들의 반발과 기존 단지에 대한 적용 문제로 인해 기준 적용을 보류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지하주차장을 대상으로 규정한 3개 주차면 단위 방화벽 구획 기준은 신축 아파트 단지에 한해 그대로 적용될 방침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통해 과충전 차량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을 수는 있다. 이는 상위법령이나 서울시 관리규약, 심의기준 등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관리규약에 해당 조치를 포함하지 않기로 한 만큼 서울시도 이를 장려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도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발표한 습식 스프링클러 의무화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부는 대책에서 화재 발생 시 감지·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만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에는 성능이 개선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도 허용키로 했다.
대부분의 지하 주차장은 난방 시설이 없다. 이에 따라 언제나 물이 꽉 차 있는 습식 스프링클러는 겨울철이면 수도관이 동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파이프에 열선을 설치해야한다. 하지만 이 경우 운영 비용도 문제지만 열선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바람이 불지 않아 먼지가 쌓이기 쉽고 먼지 제거도 어려운 지하주차장에서는 화재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단지는 '개선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를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시내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현장 점검을 실시 중인데 현실적인 화재 위험 때문에 습식 스프링클러 사용을 강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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