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생절차 개시 여부 심사
회생절차선 피해자 구제 가능성 더 줄어들어
구영배 대표 불신↑…"구속 수사하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ARS(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가 종료됨에 따라 티메프(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법원 회생 절차 개시 여부에 따라 티메프 명운도 나뉜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티메프는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을 유예받으며 재건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기각될 시 사실상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다만 어느 쪽으로든 피해자들이 대금을 정산받게 될 가능성은 더 낮아져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2차 회생절차 협의회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8.30 mironj19@newspim.com |
◆ ARS 연장 중단…"합의 가능성 낮아"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회생법원은 티메프의 ARS 연장 중단을 결정했다.
ARS는 법원이 기업 회생 개시를 유예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안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ARS는 통상 3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지만, 법원이 이를 더 연장하지 않은 건 티메프가 ARS를 통해 협의에 도달하기 어렵다 봤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류광진, 류화현 등 티메프 대표는 협의회에서 사모펀드 2곳이 뭉친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1개월가량 ARS 연장을 부탁했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ARS보다는 회생 개시 여부에 대해 빠른 판단을 내려달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권 피해자 비대위원장은 2차 채권단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만 계속 늘어져서 괜히 회사의 가치만 더 떨어지게 되면 채권사 입장에서도 회수 채권의 가치가 더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참석한 구조조정 담당임원(CRO) 또한 이날 "회사의 자금수지 상황이 좋지 않고, 자금 유입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며 인수 협상은 투자자 입장에서 현 단계에서는 어렵고 개시 이후 협상을 이어가자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이 최종 연장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정권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2차 회생절차 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8.30 mironj19@newspim.com |
◆ 법원 판단에 달렸다…"조만간 결정할 것"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 기업은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에 의해 경영되며, 회생계획안에 따라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 어디까지 채무를 탕감하고, 변제할지 이때 결정된다.
회생절차 종결까지는 대체로 1년 정도가 소요되지만 채권자 동의를 받기 위해 시간이 추가로 연장될 수 있어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기각할 수도 있다. 법원은 지급불능, 채무초과 등 파산 원인이 채무자에게 있고 회생 가망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기각 결정을 내린다. 이 경우 티메프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어느 쪽으로든 피해자들의 대금 정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판매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에서는 "회생되면 받는금액은 무조건 낮아지는 것 아니냐", "많아야 30% 미만으로 돈을 받게 된다", "회생절차로 가는 순간 끝난 거다"는 등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구영배 협의회 참석…피해자들 "의지 안 보여"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티메프 피해자 모임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티메프 피해자 구제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2024.08.25 leehs@newspim.com |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도 2차 채권단협의회에 참석했다. 앞서 채권단 측은 구 대표의 참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채권자들에게 티메프 합병을 위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사태 이후, 피해를 본 판매자들이 대주주가 되는 KCCW 법인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판매자들은 "대금이나 정산하라"며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구 대표의 방안은 판매자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 구 대표는 최근 KCCW의 설립 등기를 완료하고 강남구에 본사도 차렸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구 대표의 회생 의지에 대한 의심이 쏟아지고 있다. 구 대표는 협의회 후 별도 기자간담회도 갖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신 위원장은 "(구 대표가 협의회에서) 판매자들에게 KCCW를 설명했다"며 "(판매자들은) 개시 전 의향을 물어보고 간담회를 별도로 했어야 했는데 사후적으로 설명을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태도 큐텐이 티메프의 결정권을 다 갖고 있는 상황인데 구 대표는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자리는 피하고 있어 회생의 의지가 있는 건지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피해자들은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 대표의 구속과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구 대표는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국민을 기만하고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며 "불투명하게 자금을 운용한 구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한 대규모 사기와 배임·횡령 혐의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