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7월 거래량 2년여 만에 9000건대 예상
갈아타기 수요, 유주택자 주택 처분 등으로 매물도 늘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수심리가 크게 개선됐음에도 시장에 나온 매도물량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유주택자들이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기보다는 상급지로 '갈아타기' 하는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량이 늘어나는 만큼 시장에 매물이 쌓이는 형국이다. 경기둔화 우려,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단기적인 집값 급반등 시기를 이용해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은 8만건으로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은 주택경기 호황기 때인 2021년 하반기 3만7000~4만건을 오르내렸다. 고금리와 저성장 우려 등으로 집값 하방압력이 강해지면서 2022년 3월 매도물량이 처음으로 5만건을 돌파했다. 월별 3000~4000건대를 유지하던 아파트 거래량도 1000건대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매도물량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같은 해 5월 6만건을 넘어섰고, 2023년 8월에는 7만건대, 올해 3월에는 8만건대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 집값 반등과 함께 주요 단지가 직전 고점을 돌파하면서 매도물량 8만건대에서 7만6000건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매도물량 수치가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주택시장 매도심리가 크게 개선됐으나 매도물량 추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종로구, 마포구를 제외한 23개구에서 매물이 늘었다. 은평구가 2784건에서 3522건으로 26.5%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튀었다. 이어 금천구가 23.1%, 서초구 22.8%, 강남구 21.2%, 노원구 17.0%, 강동구 15.6%, 송파구 15.5%, 동대문구 14.8% 순으로 증가했다.
매도물량 확대는 상급지로의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갈아타기'는 현재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거주환경이 더 우수한 지역의 주택을 매수하는 거래 형태다.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하는 추세다.
실수요층이 시장을 이끌 때는 주택담보대출을 동반해 거래량을 키우는 게 일반적이다. 매입 주택을 소유하면서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투자수요가 주택시장을 주도할 경우에는 갭투자 비중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주담대 대출이 폭증하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2조5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15조7383억원에서 이달 들어서만 6조7902억원 불어난 규모다. 월별 증가폭은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에 이어 지난달 7조1660억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서 한도가 줄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바지 수요가 몰린 것도 주담대가 늘어난 한 원인이다.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매도물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둔화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집값 반등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히 많다. 집값이 전고점 부근까지 회복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상승을 기다리기보다는 주택을 처분해 현금 마련에 나서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서울 마포구 일대 A공인중개소 대표는 "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 부담이 여전히 높고 대출규제가 강화돼 초고가 주택을 제외하고는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세가 움직이고 있다"며 "작년과 비교해 거래량이 대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집주인들이 처분하려는 물량도 크게 늘어 매도물량 수치에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