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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근로시간만큼은 노사가 손잡고 풀자

기사입력 : 2024년08월23일 19:04

최종수정 : 2024년08월24일 10:03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지난해 정부가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추진하다가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노사 간 충분한 대화 없이 노·정 갈등 속에 다소 성급하게 추진한 면이 없지 않았다. 어렵더라도 근로시간만큼은 노사가 손잡고 풀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잘라파고스(Japan + Galapagos)'라 불릴 정도로 디지털 전환에 둔감하다. 그런 나라가 21세기 들어 노동시장만큼은 개혁의 속도를 올렸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불황 앞에 노사도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2003년 제조업에 파견을 허용하고, 2007년 노동계약법을 제정한 것은 서막이었다. 2018년에는 70년만의 노동대개혁이라는 '일하는 방식 개혁법'을 공포했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 2024.08.23 jsh@newspim.com

개혁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과 성과중심 보상체계 도입,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였다. 일본경제의 부흥이라는 기치 아래 정부가 먼저 방안을 마련하고 노사 간 오랜 논의 끝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산업구조의 급변으로 다양하고 유연한 노동수요에 대응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명목은 노동시간 단축이었지만 실질은 노동시간 유연화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우선 종래 고시 형태로 규정하고 있던 초과근무 상한인 '월 45시간, 연 360시간'을 법률에 규정했다. 형벌로 강제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법정 초과근무 상한이 주 단위(12시간)로 묶여 있는 것과 대비된다.

업무 성수기에는 노사협정으로 연간 720시간 내에서 월 45시간을 넘는 초과근무를 허용했다. 다만 2개월 내지 6개월 사이는 휴일노동을 포함하여 초과근무를 평균 80시간 이내에서, 1개월은 100시간 이내에서 허용했다. 법정노동시간과 초과근무를 합치면 주 평균 65시간 일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개편안이었던 주 최대 69시간과 비교하면 4시간이 적다. 이전에는 노동기준법의 이른바 '36협정'에 따라 제한 없이 초과근무가 가능했다.

신기술·신제품 등 연구개발 업무는 아예 초과근무에 제한을 없앴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는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는 '고도(高度)프로페셔널제도'를 도입했다. 말하자면 '탈 시간급 근무'다. 당연히 초과근무수당을 박탈하고 과로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노사는 노동자 본인의 동의와 노사위원회의 결의 등 요건을 엄격히 하고, 연 104일 이상의 휴일을 4주에 4일 이상 제공하는 건강권 확보 조치로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의 노동시간 개혁은 매우 파격적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설득과 노사 간의 대화와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방안을 수립하고 노·사가 논의하여 합의하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자민당이 다수당인 국회의 협조도 큰 역할을 했다.

IMF 외환위기 이래 한국의 노동시장은 데이비드 와일(David Weil)의 말처럼 균열일터(Fissured Workplace)가 되고 있다. 기업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대립적 노사관계를 이유로 사업을 구조조정 하거나 외주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내부노동시장은 조직률이 높고 교섭력이 강한 노동조합에 의해 보호막이 더욱 단단해진 반면에, 노조가 없고 영세한 외부노동시장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기업과 노동자 모두 점점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내부노동시장의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5%에 불과하고, 일자리의 85%는 외부노동시장의 영세중소기업에 있다.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만도 8백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수당도 받지 못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결국 대기업 정규직의 이야기가 된다. 금융권을 비롯한 일부 기업은 법정근로시간보다 적은 임금삭감 없는 주4.5일제 근무를 단체협약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화, 건강권 보호, 일하는 방식 개선, 일·육아 양립 지원을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본이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근로시간 문제에 노사가 손을 잡고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과 직종에 대해서는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일한 만큼 확실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길 바란다.

지금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구하더라도 기간제이거나 시간제인 경우가 많다. 첫 일자리가 임시·일용직인 비율이 35%, 시간제인 비율이 19%에 달한다. 첫 일자리 취업자의 59%가 월 200만 원도 받지 못했다.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쉰다는 20대가 43만 명으로 작년보다 4만 명 늘었다. 한번 외부노동시장으로 빠지면 내부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렵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노동시장의 활력을 되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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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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