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입영 신체검사-2010년 병원 청각장애 진단 쟁점
"2010년 전까지 정상생활…국민연금 가입 전 발병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난청 판정을 받고 별다른 문제 없이 살다가 약 25년 후 청각장애 진단을 받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62)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장애연금 수급권 미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1985년 6~7월경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 중등도 난청(41~55dB) 진단을 받고 청력장애로 인한 4급 판정을 받았다.
당시 청력 검사는 군의관으로부터 5m 떨어진 곳에 신체검사 대상자를 서게 한 후 군의관의 속삭임 소리를 신속히 복창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만약 대상자가 5m 거리에서 군의관의 속삭임을 알아듣지 못할 때에는 정확히 복창할 수 있을 때까지 한 발씩 수검자에게 접근해 동일한 목소리를 내어 검사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A씨는 제대 후 직장생활을 하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보청기 착용 없이 생활하다가 2010년 6월경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난청 진료를 받은 A씨는 '양측 50%의 어음명료도, 우측 65dB, 좌측 85dB의 난청'이라는 소견이 기재된 청각장애 4급의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았다.
1999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지역가입자와 임의계속가입자 자격을 유지하던 A씨는 2022년 3월경 공단에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을 원인으로 장애연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같은 해 4월경 '1985년 시행된 신체검사상 양측 난청의 정도가 41~55dB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가입 전 발생한 질병'이라며 장애연금 수급권 미해당 대상이라고 통지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공단을 상대로 한 심사 청구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신체검사 당시 청력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2010년 병원에서 진료받기 전까지는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했고 운전면허 취득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A씨의 난청은 국민연금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에게 장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7년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질병의 초진일이 국민연금 가입 중에 있는 경우 가입자가 가입 당시 발병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도 가입 중에 생긴 질병에 포함해 장애연금 수급권을 확대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장애를 초래한 결과에 근접하고 청력장애의 직접 원인이 된 이 사건 질병은 의학적·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원고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인 2010년 6월경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1985년 신체검사 당시 A씨에 대한 중등도 난청 판정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당시 검사 및 측정 방법만으로는 A씨의 500Hz, 1000Hz, 2000Hz에서의 순음역치가 의학적·객관적으로 측정됐다거나 평균값이 41~55dB이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당시 장애연금을 받을 목적으로 질병 발생 사실을 숨기고 가입했다가 이후 질병 발생을 이유로 장애연금을 청구하는 경우라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부정한 목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원고는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했고 장기간 자신의 보험료 납부 등 기여에 의해 이미 법률상 구체적으로 형성된 국민연금 수급권을 기대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초진 및 장애진단이 이뤄진 2010년을 기준으로 약 25년 이전에 이뤄진 징병 신체검사 결과만으로 이 사건 질병이 원고의 국민연금 가입일인 1994년 이전에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