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엔화예금 한달 새 4000억 증가
엔화가치 저점 인식+日여행 대비 매수
단기 차익 노린 '엔테크'는 주의해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슈퍼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달러예금은 줄고 엔화예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엔화예금 급증세는 '엔테크족'의 저가 매수와 함께 일본 여행에 대비한 수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엔화예금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단기 차익을 노리는 엔테크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말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1조2893억엔(약 11조3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조2412억엔)보다 481억엔(약 4235억원), 3.9% 늘었고 지난 1월 말(1조1574억엔)보다는 11.4% 급증했다. 엔화예금은 지난해 12월 1억엔을 돌파하고 2월(1조2129억엔), 3월(1조2161억엔) 등 꾸준히 증가세다.
엔화예금은 원화를 엔화로 바꿔 예금하는 상품이다.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가입 때 약속한 이자가 붙는다. 다만 현재 제로 금리 엔화예금 이자에 가입하는 이유는 향후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자를 받지 않아도 '환차익'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화예금이 지난달 4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도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며 저가 매수 효과가 있어서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4월 장중 160엔을 돌파한 이후에도 157~158엔선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의 엔저를 일본 당국이 용인하지 않으리라 보고 미래 환차익을 위해 엔화예금에 가입하고 있다. 지난 4월 엔화가 100엔당 900원선에 근접했을 때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지만 엔/원 환율이 870원대로 떨어지면서 엔테크족의 저가 매수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엔/원 환율은 100엔당 877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또 엔화예금 증가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엔화가 저렴할 때 일본 여행에 대비한 매수세도 영향을 줬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반면 지난해 '킹달러'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달러예금은 올해 들어 추세가 꺾이고 있다.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달러예금 규모는 532억달러(약 73조4700억원)로 1월(594억 달러)보다 10.4% 감소했다.
지난 14일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매입 축소 등 유동성 축소 방침을 밝혔지만, 달러/엔 환율은 한때 158엔선을 돌파했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줄이면 통상적으로 시장 금리와 통화 가치 상승 요인이 되지만 발표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엔화 약세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기준 달러/엔 환율은 157.42에 거래됐다.
엔화 가격 저점 인식으로 당분간 엔테크를 노린 엔화예금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시장에선 단기간 엔화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엔테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난 1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개한 점도표에서 정책금리 인하 전망은 연 3차례에서 1차례로 축소됐다. 미국 달러 가치가 오르면 엔화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 금리인하 전망이 시장 기대치(두 차례 인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달러가 재차 강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리는 엔테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