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핌] 이동훈 건설부동산부장= 일본 수도권 타마시(多摩市)에 아시아 최초의 주거형 신도시 '타마(多摩) 신도시'가 있다. 도쿄의 '강남' 신주쿠에서 철도 거리로 약 25㎞ 거리에 있는 전형적인 베드타운(Bed Town)이 타마신도시다.
이동훈 건설부동산부장 |
1980~90년대 국내 도시계획에서 타마신도시는 수도 집중을 완화하고 수도의 집값 상승을 잡아낸 주거형 신도시의 모범사례로 꼽았다.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수도권 인구가 크게 증가했던 1970년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도쿄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개발된 것이 타마신도시다. 도쿄 출퇴근자를 위한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말이다.
이런 타마신도시는 이제 일본의 골칫거리가 됐다. 신도시 조성 50년이 돼 가지만 거주자는 40~50년전 도쿄의 셋방에서 이 곳으로 이주한 노령층이며 젊은 세대는 몇명 없다. 새로 유입되는 인구는 없고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는 도쿄로 떠난다. 일본의 전형적인 시골 도시와 다를 게 없다. 심지어 밤이 되면 노인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고 가게들은 문을 닫아 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유령 도시'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낡아가는 주택에 대한 이렇다할 주택 재정비도 없어 신도시 전체가 슬럼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일본 정부와 타마시 지자체는 타마 신도시의 슬럼화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거주자들을 지원하고 젊은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일자리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등 '소프트웨어' 재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타마신도시에 남으려는 젊은 층은 여전히 없고 노인들이 사망한 집은 비워진 채 남기 일쑤다. '하드웨어'인 낡아가는 주택에 대한 재정비도 없어 슬럼화는 멈추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타마신도시를 '벤치마킹'한 분당, 일산, 평촌을 비롯한 우리나라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이제 막 막을 올렸다. 지난 대선 여야 모두 공약사업으로 내세웠던 노후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이제 물꼬를 튼 분위기다. 철도 지하화 사업과 함께 '유이한' 여야 합의 속에 진행되는 사업이다.
다만 노후 신도시 재정비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주민 동의율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 속에 재건축 용적률 최대 350%를 적용키로 했다. 왜 고밀도 재건축인가하면 바로 사업성 때문이다. 현행 1기신도시의 용적률은 180~200%다. 1980년대 초중반 서울, 강남과 목동, 노원 등에 지어진 중층 아파트와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의 용적률이다.
여기서 서울 재건축처럼 250~300% 수준으로 용적률을 책정하면 사업성은 거의 없어진다. 용적률 350%에 40층 이상 아파트를 짓게 해야 일반분양 물량이 20%이상 생기고 그래야 사업을 할 수 있다. 결국 용적률과 층수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충분조건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신도시 재정비는 훗날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높은 용적률, 고밀도·고층 개발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우선 인구 역성장이다. '아이를 적게 낳으려는' 풍조가 이어지는 한 주택 수요층의 구매의지가 감소하는 시기는 머지 않아 올 것이다. 사방팔방 깔아놓은 지하철, GTX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서울로의 출퇴근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신도시에서 일반분양물량이 대거 나와도 이를 소화할 수 있을까? 당장은 분양이 되겠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어떨까?
그리고 40층 짜리 건물이 40년이 지난다고 생각하자. 그때는 또 다시 재정비를 할 수 있을까? 타마신도시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건 일본 특유의 4~5층짜리 저층 주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구 역성장이 이어진다는 전제를 두면 40~50년 후 평양의 류경호텔처럼 흉물같은 고층건물이 즐비해질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이번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단행된 정부 여당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분당을 제외한 모든 1기 신도시에서 여당은 단 한석도 얻지 못했다. 주민들의 관심도 당장은 재건축이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1기 신도시의 재정비는 이뤄져야 한다. 도시 전체가 노후화에 따른 슬럼지대로 변하는 것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건축은 보통 일이 아니다. 분담금만 5억원 이상 들어갈테고 3~4년간 집을 비워야 한다. 사업성도 의문이 드는데다 미래세대에 부담만 줄 수 있는 고층·고밀도 재건축은 1기 신도시를 망치는 일이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아직 1기 신도시 아파트는 튼튼하다. 안전진단을 면제해야 재건축이 될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진 것이 1기 신도시 아파트다. 10년 정도 시간을 두고 리모델링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기법을 생각해야한다. 또 분담금 부담도 줄어야 한다. 그것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신도시 주민들이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일본 정부가 재건축 방법을 몰라서 또 타마시 지자체가 의지가 없거나 주민들이 돈이 없어서 타마신도시 재건축이 추진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금의 우리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은 모른 척 하면 안된다. 더욱이 '재건축 호재'를 활용해 집값을 올려 주민들의 만족을 이루내고 표를 얻으려는 단세포적인 정치적 고려라면 접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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